SW교육, 민간 기업 참여를 강조하는 이유

[갈길먼 SW교육④]한국판 코드닷오알지 주목

컴퓨팅입력 :2015/09/03 08:02    수정: 2015/09/03 08:02

황치규 기자

공교육 차원의 SW교육은 톱다운 방식으로 속도감있게 추진되다보니 교사 양성 등 여러 부문에서 빈구멍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부 혼자의 힘으로 SW교육을 연착륙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만큼, 민간 기업들의 참여와 지원을 이끌어내 공교육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SW교육 자체가 민간과 공공의 협업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미국의 경우 2013년 1월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 코드닷오알지가 국가적인 SW교육 확산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코드닷오알지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을 독려하고 미국에 있는 모든 학교에서 코딩을 가르칠 것을 주장하고 있다.

MIT미디어랩도 SW교육 확산의 공신 중 하나로 꼽힌다. MIT미디어랩은 상업성에서 자유로운 SW교육 도구를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프로그래밍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모듈형 플랫폼인 스크래치나 앱인벤터 모두 MIT미디어랩이 제공하는 기술들이다. 앱인벤터의 경우 구글이 처음 개발했는데, 이후 MIT미디어랩이 기능을 받아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제공중이다. 민간 기업의 참여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셈이다.

MIT미디어랩이 제공하는 스크래치.

한국컴퓨터교육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공교육은 교육부가 알아서 하겠지만 방과후 학습이나 동아리 지원 쪽은 교육부가 커버하기에 무리가 있다"면서 "코드닷오알지 같은 비영리 단체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회사들도 코드닷오알지 같은 비영리단체를 통해 SW교육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 설명이다.

국내의 경우 SW교육에 배정된 시수를 보면 초등학교는 한학기 17시간, 중학교는 34시간이다. SW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기에는 애매모호한 시간이라는 것이 다수 교육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SW교육에 배정된 시수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중학교 34시간도 겨우 얻어낸 결과다. 교육 현장의 한 관계자는 "시수가 부족한 만큼, SW를 더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방과후 학습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최근들어 국내서도 SW교육 지원에 적극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네이버, 삼성전자, 안랩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소프트웨어 교육 스타트업 엔트리코리아를 지원하고 교육 플랫폼 '엔트리'를 오픈소스로 풀었다. 네이버 역시 엔트리를 산하 비영리 재단을 통해 제공할 것으로 전해졌다. 스크래치를 비영리로 제공하는 MIT미디어랩과 행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엔트리는 처음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다. 프로그래밍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환경과 콘텐츠들을 제공한다. 네이버는 엔트리가 다양한 소프트웨어 교구와의 연동뿐만 아니라 PC가 없는 환경에서도 모바일로 자유롭게 창작물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공공재로서 활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안랩도 최근 여성 일자리 창출을 돕는 ‘안랩 샘(AhnLab SEM(Software Education Manager)’을 회사 차원의 주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채택하고 수강생을 모집한다. ‘안랩 샘’은 출산·육아 등으로 수년간 직장을 떠나 있었던 이른바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나, 여성 구직자를 소프트웨어 교사 및 강사로 만드는 체계적인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강사 양성과정이다. 안랩 사회공헌 강화 차원의 무료교육 과정으로 안랩이 교육비 전액과 교육시설을 무료로 제공한다.

SW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 업체들 간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인텔코리아와 네이버는 상반기 국내 소프트웨어 교육환경 개선에 협력을 발표했다. 네이버 '소프트웨어야 놀자' 프로그램에 인텔이 '갈리레오 보드' 제작 키트를 지원하고 향후 다양한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도 공동 개발하는 것이 협력의 골자다. 인텔 갈릴레오 보드는 연령에 관계없이 기초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활용 가능한 오픈형 컴퓨터 보드다. 인텔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된 보드를 활용하면 다양한 웨어러블 및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개발할 수 있다.

네이버 소프트웨어야 놀자는 지난해 겨울부터 초·중등생과 교사 대상 방과후 교육과정과 무료 온라인 강좌 등으로 진행된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으로 게임 개발과 애플리케이션 설계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한국정보교육회, 한국컴퓨터교육학회, 한국정보과학회, 그리고 네이버가 힘을 합쳐 만든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회도 사단법인 형태로 설립됐다. 흩어져서 따로따로 활동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조직안에서 시너지를 내보자는 것이 연합회의 명분이다

관련기사

연합회는 오는 11일 '디지털 세대,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를 주제로 포럼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네이버 김상헌 대표가 개회사를 맡았고 삼성전 이경운 상무가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과 인재, 포스코교육재단의 홍대승 상무가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 현장과 재단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연합회는 앞으로 네이버 외에 다른 민간 기업들의 참여도 적극 추진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