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웨어 “드루와, 드루와”

경쟁자도 끌어안는 생태계 전략 강화

컴퓨팅입력 :2015/09/02 10:03    수정: 2015/09/02 11:00

[샌프란시스코(미국)=김우용 기자] 올해 VM웨어가 전세계 고객 앞에 던진 메시지는 ‘Ready for Any’다.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데, 뭐든 도와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 성격이 강해보인다.

이 메시지에는 경쟁자도 VM웨어 생태계 안에 품겠다는 의미도 들어간 듯하다. 예년에 비해 앙숙과 같았던 경쟁자를 행사장 곳곳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가장 전면에 드러난 회사는 VM웨어의 앙숙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와 VM웨어는 지난 수년간 서버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다. 윈도서버2012 출시 전까지 VM웨어 임원들은 MS를 깔보기도 했고, MS는 VM웨어를 여러 다윗 중 하나라고 여겼다.

짐 알코브 MS 기업부사장이 기조연설 무대에 나타나자 대형 스크린에 뜬 화면

그러던 MS가 올해 ’VM월드’ 컨퍼런스 기조연설 무대에 올랐다. 둘째날인 1일(현지시간) 기조연설 중 산제이 푸넨 VM웨어 엔드유저컴퓨팅(EUC)부문 수석부사장은 ‘개인적으로 최고의 파트너를 모시려 한다’며 MS의 윈도엔터프라이즈&시큐리티 기업부사장인 짐 알코브를 소개했다.

짐 알코브가 무대에 등장하자 무대 뒷편 대형 스크린엔 ‘VM웨어♥윈도10’이란 문구가 띄워졌다. ’뭐든 가능하다’는 VM웨어의 행사 슬로건이 묘하게 의미 변화를 일으킨 순간이다.

산제이 푸넨 부사장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듯한 등장”이라며 “MS 연사가 VM월드 무대에 섰다는 건 매우 이례적 사건”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VM웨어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모바일기기관리 솔루션 ‘에어워치’와 VDI솔루션 ‘호라이즌’에서 MS 윈도10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VM웨어 아이덴티티매니저 어드밴스드 에디션에서 윈도 액티브디랙토리(AD)까지 포함해 관리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관리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VM웨어 호라이즌 6.2는 MS의 기업용 스카이프와 오피스365 앱을 가상화해 제공한다. 윈도10을 위한 제로데이 서포트 등도 포함됐다.

무엇보다 윈도10에 도입된 새로운 보안 관련 기능을 에어워치, 호라이즌 등과 밀접하게 통합한 모습을 선보였다. 프로젝트 A2(발음: 프로젝트 에이스퀘어) 기술 프리뷰는 윈도10의 새로운 보안 기능을 활용한다. 기업은 물리적 환경, 또는 가상화된 모바일 기기에서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에어워치와 앱볼륨(옛 클라우드볼륨)의 애플리케이션 관리, 전환 및 배포 기술에 기반한다. 윈도10용으로 개발된 광범위한 앱은 물론, 이전 윈도 버전에 맞춰 개발된 앱도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윈도7이나 윈도8 사용자를 윈도10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MS의 과제는 레거시 애플리케이션의 하위호환성이다. 수많은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이 이전 윈도 버전에 맞게 만들어져 있는데, 이를 VM웨어 애플리케이션 배포 기술을 활용해 손쉽게 윈도10 기기에서 사용하게 해 MS의 난제를 해결한다.

사실 VM웨어 에어워치는 아이덴티티관리 기능을 갖게 됨에 따라, MS 윈도 인튠(엔터프라이즈모빌리티스위트) 제품과 경쟁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럼에도 MS가 윈도10의 보안기능을 VM웨어에게 개방해준 것이다. 결국 MS는 3년 내 10억대 윈도10 디바이스 보급이란 목표를 VM웨어와 협력으로 수월하게 달성할 가능성을 확보했다.

노아 와스머 VM웨어 EUC 제품관리 담당 부사장은 “윈도10 가정용 버전 사용자가 일터에서 업무용 시스템에 접근할 때 매우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MS 윈도10과 VM웨어 협업의 결과물로 이메일주소만 갖고 기업규정을 준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VM월드 2011 시트릭스 부스(왼쪽)와 VM월드2015 시트릭스 부스. 큰 규모 차이를 보인다.

MS 윈도 제품군과 VM웨어 에어워치를 함께 사용한 예로 델타항공이 있다. 델타항공은 항공기 탑승 직원에게 윈도 모바일 기기를 지급하고, 기내 업무를 모두 모바일로 처리하게 했다. 여기서 업무 앱 배포와 관리를 에어워치로 하고 있다고 한다. MS와 VM웨어가 고객사에서 함께 시너지를 발휘한 예다.

시트릭스도 올해 행사에서 변화를 보여줬다. 그동안 VM월드 컨퍼런스장에 소규모 전시부스로 참여했던 시트릭스는 올해 전시장 한가운데 대형 부스를 차렸다.

한창 서버 가상화와 VDI로 격전을 벌이던 수년전만 해도 두 회사의 협력은 적극적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VM웨어는 호라이즌6 환경에서 시트릭스 젠앱이란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씬앱이란 자체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기능과 시트릭스 젠앱을 혼용하는 개방성을 보여준 것이다.

시스코시스템즈의 지속적인 참여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작년 존 챔버스 전 시스코 CEO는 VM웨어를 향해 날선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VM웨어의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제품 ‘NSX’가 시스코의 ACI 아키텍처와 부딪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에도 시스코는 핵심 스폰서에 이름을 올렸다.

VM월드2015 전시장 시스코 부스(왼쪽)와 뉴타닉스 부스

VM웨어는 NSX에 대해 시스코 ACI 상에 구현될 때 최고 성능을 발휘한다며 시스코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다. 지속적으로 시스코에게 협력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컨버지드인프라 어플라이언스에서 경쟁하는 뉴타닉스도 VM월드 행사장 한가운데 섰다.

산제이 푸넨 부사장은 “VM웨어는 에코시스템 중심으로 접근하려 하며, 경쟁사라고 해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모든 영역에서 MS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어떤 경쟁사라도 우리의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중심의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며 “MS 윈도10 고객이 결국 에어워치의 잠재적 고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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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겔싱어 VM웨어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 영역에서 MS, 아마존, 구글은 경쟁관계인 게 확실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들과 협업하고 있다”며 “V클라우드에어에서 구글과 DB에서 파트너십 성과를 보였는데, 앞으로 아마존과 MS 환경을 연결하는 역량을 강화하면 더 의미 있을 거라 본다”고 밝혔다.

이익만 있다면 어제의 적도 언제든 오늘의 친구로 삼는게 IT 비즈니스 세계의 일상적 현상이긴 하다. 하지만 VM웨어의 생태계 언급은 고객의 선택을 맨 앞에 두고, 협력과 경쟁의 균형 속에서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시장 구조 형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