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업계 '전파인증' 복마전

국립전파연구원, 가이드라인 전달...근본적 대안 필요

홈&모바일입력 :2015/08/26 14:32    수정: 2015/08/26 14:42

이재운 기자
전자담배가 비행기 내 반입이 금지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자담배에 담긴 리튬 이온 배터리가 과열되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전자담배가 비행기 내 반입이 금지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자담배에 담긴 리튬 이온 배터리가 과열되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전자담배 업계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전파인증’ 관련 복마전에 관계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국 정부가 고심 끝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다.

26일 전자담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대규모 전자담배 총판 유통업체들이 전파인증 제도의 예외조항을 악용해 중소업체의 제품에 흠집을 내고 마치 하자가 있는 것 처럼 과장해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이)마치 전파인증을 받지 않은 자체가 엄청나게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과장해 사실상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자발적’ 인증 허용했더니…

문제의 시발점은 전파 적합성 평가(전파인증) 제도 면제 대상 제품도 원할 경우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한 소위 ‘자발적’ 인증을 허용한 부분이다.

현행 전파법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모터나 전기 회로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자제품은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전파 적합성 평가에 따른 인증을 받아야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다. 특히 전자 제품에서 발생하기 마련인 전자파 등에 대한 검사가 필수적이다. 다만 모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사용 전력이 9kHz 이하인 일부 제품의 경우 평가를 면제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예외규정은 오히려 일부 의도치 않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전자담배의 경우 담배 성분을 담은 액상과 이를 피울 수 있도록 한 도구만 있으면 면제 대상인 경우가 있지만, 타이머를 비롯한 추가적인 전기 장치가 더해지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평가 대상에 해당한다.

■중기 제품 흠집내기…복마전에 당국도 고민

문제는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제품에서 발생했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에도 자발적으로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 이를 악용해 대형 업체들이 모든 제품에 대한 인증을 획득한 뒤 중소업체에 압박을 가한다는 점이다.

특히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영업을 사실상 방해한다는 점이다. 대형 유통업체에 근무했던 한 전직 직원은 “인증을 받지 않아 위험하다거나, 혹은 불법 소지가 있다는 식으로 압박을 가해 중소업체를 시장에서 쫓아내고 자신들의 독과점을 심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 당국도 고민을 거듭한 끝에 우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다.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는 “이미 이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제품에 대해 인증기관이 책임을 지는 조건 하에 전파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말 공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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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소업체들의 경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부담에 각종 인증 자체를 꺼리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의 도덕성과 정부의 해결 의지가 모두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