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구글이 밀면 된다?…뜨거운 공방

"알고리즘 조절로 선거조작" 가능 주장에 "과잉해석" 비판도

인터넷입력 :2015/08/24 15:17    수정: 2015/08/24 17:0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이 미국 대통령을 결정할 수 있을까?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자는 구글 맘에 달렸다는 논문이 발표돼 화제가 되고 있다. 논쟁을 촉발시킨 것은 미국행동·기술연구소(AIBR)의 로버트 엡스타인 박사다.

엡스타인은 로널드 로버트슨과 공동으로 인도와 미국 등에서 4천500여명을 대상으로 다섯 차례 실험한 결과 검색 알고리즘 변경만으로도 유권자의 표심을 바꿀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엡스타인 등은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하지만 대중적인 논쟁이 촉발된 것은 엡스타인이 정치전문 사이트인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 때문이다.

엡스타인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폴리티코>에 ‘구글은 어떻게 2016년 선거를 조작하는가(How Google Could Rig the 2016 Election)’이란 글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구글 로고

■ "검색 알고리즘 바꾸면 20% 가량 지지율 변동 가능"

엡스타인은 실험 결과 부동층 20% 정도는 검색 알고리즘 조절만으로도 표심을 바꾸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자와 패자의 득표율 차이는 평균 7.6%P. 특히 지난 대선 때는 오바마 대통령이 3.9%P 차이로 당선됐다.

그 동안의 선거 결과를 감안하면 구글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백악관 주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엡스타인의 주장이다. 엡스타인은 자신의 연구 방법을 검색엔진 조작효과(SEME)라고 불렀다.

듣기에 따라선 굉장히 충격적인 엡스타인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이들의 실험 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엡스타인이 <폴리티코>에서 소개한 실험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실험 참여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눈다. 이들에겐 A, B 두 후보자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한 뒤 어떤 후보자를 지지하는 지 조사를 한다.

그런 다음엔 15분 동안 각 후보자에 대해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는 연구자들이 자체 제작한 카두들(Kadoodle)이란 검색 엔진을 사용했다.

각 그룹은 똑 같은 검색 결과 30개에 접속하게 된다. 검색 결과 페이지는 과거 선거 때 실제 있었던 페이지들로 링크되도록 했다. 다만 어떤 그룹에 속했느냐에 따라 표출되는 순서만 차이를 두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실험을 한 결과 어떤 후보자 관련 글들이 앞에 나오느냐에 따라 지지성향이 달라졌다는 것이 엡스타인의 주장이다. 문제는 지지율 변동폭이다. 검색 결과에 따라 적게는 20%, 많게는 60%까지 요동을 쳤다는 것이다.

엡스타인은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좀 더 과감한 주장을 펼쳤다. 구글 임원들이 SEME를 활용해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후보를 집중적으로 밀어줄 경우 그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굉장히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엡스타인은 ‘웨스턴 유니언’ 전신회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루터포드 헤이스를 예로 들었다. 당시 웨스턴 유니언은 1876년 선거 직원 헤이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뉴스들이 집중 노출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통령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 대통령 선거 때는 구글도 이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 엡스타인의 주장이다.

■ "전통 미디어 의제설정과 다를 것 없다" 반론 만만찮아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것이 조지워싱턴대학교 미디어 및 공공정책학과 데이비드 카프 교수다. 그는 “엡스타인이 자기 작업에 대해 주목을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조목 조목 비판했다.

카프 교수는 일단 엡스타인의 실험 자체는 별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검색 결과를 보여준 뒤 지지 후보 변화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실험 처치한 것은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엡스타인이 폴리티코>에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내년 대선 때는 TV 광고나 후보 연설 대신 구글의 비밀스러운 결정이 당선자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은 논리 비약이라고 꼬집었다.

카프 교수는 ‘정보가 부족한 부동층’의 성향을 그 근거로 들었다. 투표 직전까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는 부동층은 통상적으로 정보가 많지 않은 유권자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구글을 통해 후보자 관련 정보를 얻지는 않는다는 것이 카프 교수 주장이다.

페이스북 (사진=씨넷)

집에서 ‘구글링’을 할 정도면 절대 ‘정보 부족한 유권자’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프 교수 반론에서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다음 대목이다. 구글보다는 페이스북이 내년 선거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카프 교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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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 4년 사이에 검색엔진 최적화보다는 소셜 최적화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됐다. 이런 상황은 대통령 후보 관련 정보 습득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프 교수는 아예 “SEME는 전통 뉴스 매체의 틀짓기나 의제 설정 효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따라서 그것들이 새롭게 엄청난 디지털 재앙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