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美 대법원 '단판 승부' 성사될까

삼성 "디자인 특허 부분 상고"…상고신청 수용 가능성 높아

홈&모바일입력 :2015/08/20 16:45    수정: 2015/08/20 17:5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이 결국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항소법원이 전원합의체 재심리 신청을 기각한 지 일주일만에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삼성은 19일(현지 시각) 2심 소송을 담당한 연방항소법원에 ‘명령서 발행 연기 신청(Motion to Stay Issuance of Mandate)’을 접수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이 문건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뿐 아니라 발행 연기 신청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입증했을 때”는 사건이송명령서(Writ of Certiorari)를 발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송명령서란 미국 연방 대법원이 상소된 사건을 받아들일 때 내리는 명령서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은 대법원이 상고를 허가한 사건에 한해 최종심이 열리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 대법원이 삼성의 이런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삼성이 디자인 특허 관련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미국 대법원 법정. (사진= 미국 대법원)

■ 구글, 오라클 소송 때 상고신청했다 기각 당해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놓고 보면 대법원이 상고 신청을 수용할 확률이 그다지 높지는 않다.

맥월드에 따르면 대법원이 1년에 상고 신청을 받아들이는 건수는 75건 내외다. 반면 한해에 접수되는 상고신청은 1만 건에 이른다. 상고심 법정에 설 확률이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인 셈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상고심 법정까지 들어가기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오라클과 자바 저작권 소송을 벌이고 있는 구글은 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다가 기각당했다.

하지만 이번 재판은 오라클-구글 재판에 비해선 훨씬 이슈가 복잡한 편이다. 특히 디자인 특허권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 대법원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미국 대법원

이와 관련해서는 삼성이 상고심이 필요한 이유로 제기한 것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은 항소법원에 제출한 ‘명령서 발행연기 신청’에서 이번 소송의 쟁점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지역법원이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디자인 특허권에 대해 설명하고 배심원들에게 평결 범위를 지시해야 하는 데 이 부분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 디자인 특허 소송 때 배상금 기준 쟁점될 듯

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삼성이 두 번째로 제기한 이유다. 디자인 특허 손해 배상 규정에 대한 적절한 해석과 관련된 중요한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항소심이 끝난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항소법원은 1심 법원 판결 중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부분은 기각했다. 삼성의 배상금이 대폭 줄어든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 특허 관련 부분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했다. 또 배상금 역시 1심 법원 결정을 받아들였다. 1심 법원은 미국 특허법 289조를 근거로 삼성에 배상금을 부과했다.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윤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미국 특허법 289조)

아이폰. (사진=씨넷)

하지만 삼성 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등 많은 IT 기업들은 이 부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처럼 수 천 개 부품이 들어가는 제품이 연루된 소송에서 한 두 개 특허 침해를 이유로 전체 이익을 환수하는 건 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구글 등은 항소법원에 제출한 ‘법정조언자 의견(friend of the court)’을 통해 “항소법원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황당한 결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복잡한 기술과 부품에 매년 수 십 억달러를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최근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디자인 특허 역시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아날로그 시대에 제정된 법을 첨단 IT 기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여론도 팽배한 상황이다.

대법원으로서는 이런 공방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확립된 판례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법적인 안정성을 위해 최고 사법 기관의 법 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란 얘기다.

■ 가장 큰 쟁점은 애플 '둥근 모서리 특허' 무효

더 큰 이슈는 따로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인 애플의 둥근 모서리 관련 특허권(특허번호 D677)이 무효 판결을 받은 부분이다.

특허청 재심사부는 D677 특허권에 선행 기술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무효 판결을 했다. 물론 이번 판결은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애플이 권리 구제 절차를 통해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특허청 재심사부가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정밀 조사를 거친 뒤 내린 결론인만큼 다시 뒤집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은 편이다. 만약 이대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삼성이 배상금을 지불하고 난 뒤 ‘둥근 모서리 특허권’이 무효로 최종 확정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특허청이 아이폰 둥근 모서리 특허권에 대해 무효 판결을 했다. 사진은 677 특허권 개념도. (사진=미국 특허청)

이런 여러 상황들을 감안하면 ‘공정 이용’ 이슈만 남았던 오라클-구글 소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편이다.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이 확립된 판례를 내놓을 가치가 충분한 재판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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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항소심 판결 직후 곧바로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신청한 것도 이런 명분을 쌓기 위한 수순으로 볼 수도 있다. 최종 심급기관인 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하기 전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과 애플은 대법원에서 디자인 특허를 놓고 막판 승부를 벌일 수 있을까? 상고심이 성사될 경우 미국 디자인 특허 관행에 이정표가 될 중요한 재판이 될 전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