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기업, 왜 인도인 CEO 좋아할까

컴퓨팅입력 :2015/08/20 16:50    수정: 2015/08/20 18:04

최근 구글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구글의 새 CEO에 순다르 피차이를 임명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순다르 피차이는 실리콘밸리 인도인 시대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지디넷의 인도IT 전문가 라지브 라오 컬럼니스트는 최근 “왜 미국이 인도인 테크 CEO를 사랑하는가’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인도 파워의 강세를 분석하는 여러 글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인도인의 시각으로 본 분석이라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인도 뉴델리에서 저널리스트이자 영화제작자로 활동 중인 필자는 미국 뉴욕의 포춘매거진 기자와 일간지 비즈니스스탠더드의 피처 에디터를 지냈다.

다국적 기업 중 인도인을 CEO로 임명한 회사는 은근히 많다. 어도비시스템즈의 산타누 나라옌, 샌디스크의 산자이 메로트라, 글로벌파운드리의 산자이 자, LSI코퍼레이션의 아비지트 탈왈카르, 노키아의 라지브 수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펩시의 인드라 누이, 마스터카드의 아자이 방가, 도이치뱅크의 안수 자인 등도 유명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인은 이제 주류다. 2014년 비벡 와드와 교수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의 15%가 인도계 사람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인 창업자의 수는 영국인, 중국인, 타이완인, 일본인 등을 합친 것보다 많다.

라지브 라오는 인도계 이민자가 중국계, 일본계, 유럽계 이민자를 압도하고 실리콘밸리 주류로 자리잡은 이유를 ‘공학 전공, 제품 중심의 경력, 겸손함, 인도 효과’ 등을 꼽았다.

■공학 전공이란 배경

현재 다국적 기술기업의 인도인 CEO는 모두 공학 전공자다. 기본적으로 엔지니어링을 기본 지식으로 삼고, MBA를 더해 엔지니어 매니저로 성장했다.

이들은 인도공과대학교(IIT) 같은 인도의 명문 공과대학 출신이다. 이들은 인도 현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공과대학교를 졸업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하이데라바드에서 자랐고, 마니팔공과대학(Manipal Institute of Technology)을 나왔다. 산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는 하이데라바드의 오스마니아대학교를 졸업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IIT 카라그푸르를 졸업했다. 디네시 팔리왈 하만인터네셔널 CEO는 IIT 루르키 출신이다.

이들은 미국으로 건너간 뒤 공학 석박사과정과 MBA 과정을 이수함으로써 미국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CEO로서 조건을 다 갖추게 됐다.

엔지니어 출신이란 점은 기업의 엔지니어 부서 인력에게 동료의식을 줄 수 있다. 보통 대기업의 엔지니어 부서는 회사 조직 체계 속에서 높은 지위를 갖지 못할 여지가 크다. 엔지니어들이 사기저하도 일반적 현상이다.

산자이 자는 모토로라의 CEO로 투입됐을 때 소매를 걷어올리고 일한 것으로 유명하며, 회사에 도착했을 때 함께 일할 기술 펠로우들을 대동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제품에 집중된 경력

인도계 IT기업 CEO 대부분은 각 기업의 제품총괄을 맡았거나 제품사업부 수장으로서 조직서열을 높여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제품이란 어제의 성공작이라도 내일의 쓰레기로 변하기 쉬우며, 그 속도도 순식간이다. 제품 총괄은 최첨단 혁신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위험을 끌어 안아야 한다.

구글의 피차이의 경력을 보자. 그는 에릭 슈미트 구글 CEO 시절 당시 크롬 브라우저를 제안하고 개발해 출시한 인물이다. 그는 에릭 슈미트의 반대를 무릅쓰고 크롬브라우저를 만들었다. 그리고 저가 안드로이드폰에 이어 크롬북을 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피차이는 구글 합류 이전에 실리콘밸리 반도체제조사 어플라이드머티리얼의 엔지니어이자 제품메니저였다.

산자이 자가 글로벌파운드리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의 직장은 모토로라다. 그는 모토로라의 구세주로 투입됐는데, 심비안을 버리고 안드로이드에 베팅했다. 당시 세계 곳곳의 기업이 자체 모바일OS에 뛰어들 때였다.

산자이 자의 안드로이드 베팅으로 모토로라는 ‘모토G’란 성공작을 만들었다. 모토G는 구글이 125억달러에 모토로라를 인수하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하만인터네셔널의 디네시 팔리왈은 ABB의 엔지니어 매니저였다. 그는 하몬 제품의 리버스엔지니어링으로 하몬을 위기에서 구출했다. 그는 하몬을 저비용 혁신 문화로 시장을 개발하는 네비게이션, 커넥티비티, 인터넷, 텔레메틱스 등의 대량생산품을 노렸다. 이로써 BMW, 아우디 같은 자동차 회사에 절반가격에 공급해 성공을 거뒀다.

■소박한 성장기와 겸손함

순다 피차이의 가정환경은 소박했다. 그는 인도 남부 도시인 첸나이에서 방두개짜리 집에서 자랐다. 피차이와 그의 형제가 거실에서 잠을 잤다. 그의 어머니는 속기사였고, 아버지는 부품공장의 엔지니어였다. 자가용도 없었고, 피차이 12살에 처음으로 유선전화기를 설치했다.

산자이 자는 비하르주의 소도시 바갈푸르에서 자랐는데, 그도 피차이와 비슷한 성장기를 보냈다.

소박한 성장기는 인도인 CEO의 관리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 인도인 CEO들은 빌 게이츠나 스티브 발머,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와 달리 직원을 거칠게 몰아붙이지 않으며, 분쟁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부드러움을 가졌다.

피차이는 구글에서 파편화된 기업문화에도 합의를 잘 도출하는 능력으로 유명했다. 안드로이드 수장이었던 앤디 루빈은 갖지 못한 능력이었다. 그에 힘입어 피차이는 크롬에 이어 안드로이드 수장까지 맡았다.

겸손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은 쿨하게 상황을 인정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어도비의 산타누 나라옌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에서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어도비 입장에서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나라옌은 겸손하게 고객의 의사를 받아들였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잘못한 일에 빠르게 사과하는 사람이다.

사티아 나델라는 작년 10월 여성차별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아야한다는 발언이었다. 인도 사회의 사고방식을 보여준 것이다. 나델라는 즉시 사과했다.

나델라는 협력 중심의 관리 스타일로 알려져있다. 곧잘 손가락욕설도 잘하고, 싸우길 좋아했던 전임자 스티브 발머와 극명히 대비된다.

■인도 효과(India Effect)

인도 태생이란 점은 인도인 CEO에게 여러 영향을 준다.

인도는 90년간 영국 식민지였다. 국가 차원으로 식민지 시기는 인도에게 불행을 안겼다. 영국령에 편입됐을 때 인도의 국민총생산(GDP)은 세계 경제의 24%였고, 20세기엔 4%로 줄었다.

영국 식민지였다는 점은 단 한가지 이점을 안겼다. 영어다. 영어는 중국인과 유럽인과 경쟁에서 도움을 준다.

인도인은 또 영국인의 관리 기술을 습득했다. 조직화된 방법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팀을 이끌며 산업 조직에서 전문가가 되는게 인도인에게 제2의 천성이라고 한다. 인도인이 미국과 유럽을 넘나들며 관리자 교육을 받아 다국적 IT기업의 수장직에 오르는 경로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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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인도 태생 CEO는 복잡한 시장 개발 속에서 사업을 번창시키는 법을 잘 이해하고 있다. 많은 기술 기업이 제2의 성장을 도모하는데, 어떻게 시장개발을 관리하고, 제품을 전달할 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피차이는 저가 안드로이드원 휴대폰을 인도에 출시했다. 나델라는 윈도10을 출시할 때 케냐를 방문해 여러 지원방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