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절하, 현대·기아차 실적 반등 호재

쌍용차, 수출물량 미미 ...전자업계도 영향 제한적

카테크입력 :2015/08/17 17:20    수정: 2015/08/17 17:21

정기수 기자

지난주 중국이 세 차례에 걸쳐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한 후 국내 산업계에 미칠 후폭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지속된 중국 통화당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다. 14일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05% 내린(위안화 가치 상승) 6.3975위안으로 고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소폭 반등한 위안화 가치로 이번 사태가 일단락 됐다고는 보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위안화 절하 속도가 너무 가파르자 중국 통화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현지 경기 부양과 중국 제품들의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국당국이 추가 절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선적을 대기하고 있다(사진=현대차)

국내 산업계의 경우 당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환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절하에 따른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 내수 활성화에 따라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셈법이다.

전자업계는 중저가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국내 기업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군의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현대·기아차,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 영향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자동차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하반기 실적 반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내수 활성화에 따른 중국 내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중국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상태로 현지 내수 부양의 효과가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중국 현지에서 생산·판매한 물량은 총 176만대에 달한다.

반면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생산해 중국에 직수출하는 차량은 4만9천여대에 불과해 위안화 절하에 따른 수출물량의 수익성 악화는 제한적이다.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원·달러 환율상승 효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던 엔저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의 순이익이 각각 7%, 10%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은 대부분 이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현대·기아차를 억눌렀던 원·엔 환율의 추세 전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저가 공세를 앞세워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는 로컬 업체들의 위안화 절하로 인한 가격 경쟁력 강화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경기 침체와 로컬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 가격을 인하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위안화 절하가 중국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판매량을 확대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 중국 시장에 신형 투싼, 신형 스포티지, 신형 K5 등 신차를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반면 쌍용자동차는 현지 판매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 수출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다만 쌍용차가 중국 시장에 수출하는 물량은 전체 생산 물량의 약 7%에 불과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중국 수출물량은 연간 1만대 수준"이라며 "위안화 절하로 인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안화 절화로 현지 내수가 살아날 경우 저가 토종업체들에 몰렸던 수요가 이동할 수 있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돼 GM(제너럴모터스) 등 미국 완성차업체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 등 전자업계 영향 제한적

한·중 간 수출 경합도가 높은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전자업계의 경쟁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설이다. 화웨이와 샤오미(스마트폰), 하이얼(가전) 등 중국업체들이 글로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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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내 전자업계는 이번 위안화 절하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가 이미 중국 현지에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데다, 포트폴리오상 프리미엄 제품군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제품군의 경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안화 약세가 단기적으로는 수출 경쟁업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중국 내수가 활성화되면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