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재활 웨어러블 로봇도 개발..왜?

헬스케어-소형 이동수단으로까지 확장할 것

카테크입력 :2015/08/07 08:48    수정: 2015/08/07 09:06

손경호 기자

[오스틴(미국)=손경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하반신 마비 환자나 걸음이 불편한 노년층을 돕기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었다. 이후에는 자세 교정 등 헬스케어 분야에 로봇을 접목시키는 것은 물론 사람의 걸음을 보조할 수 있는 소형 운송수단으로까지 연구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오스틴에서 내쇼날인스트루먼트(NI)가 개최한 'NIWEEK2015'에서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 인간편의연구팀이 개발한 '보행보조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로봇으로 연구팀은 'NI 엔지니어링 임팩트 어워드' 지능형 제조 및 제어 부문을 수상했다.

언뜻 보기에 자동차 회사가 굳이 로봇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궁금할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현대차 인간편의연구팀 현동진 책임연구원은 "토털모빌리티디벨로퍼(Total mobility developer)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동성(mobility)이라는 개념을 도로에서 달리는 자동차에서 확장시켜보자는 취지로 보행보조로봇을 개발하게 됐다"고 답했다.

왼쪽부터 현대차 중앙연구소 인간편의연구팀에서 웨어러블 로봇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현동진 책임연구원, 정경모 책임연구원.

현 연구원에 따르면 집 근처 할인마트와 같이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2천kg이 넘는 자동차를 끌고 갈 필요는 없다.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사람의 걸음(보행)이라고 봤을 때 이를 보조해 줄 수 있는 제품으로 보행보조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착안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들 연구팀은 1년4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고관절 지지형 로봇, 무릎 지지형 로봇, 이들을 합친 하반신 지지형 로봇을 개발했다. 이들 로봇은 스마트폰, 태블릿 등과 연결해 사용자가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로봇에 탑재된 각종 센서들로부터 생체정보를 수집해 걷는 재활치료에 더해 걷는 자세교정 등과 같은 헬스케어 영역으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스라엘 아르고 메디컬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하반신 마비 환자용 로봇인 '리워크(ReWalk)', 같은 용도로 쓰이는 미국 버클리바이오닉스의 '이레그스(eLEGS)', 일본 사이버다인의 'HAL' 등이 활용되고 있다.

현 연구원은 이들 로봇은 아직까지 보조제어알고리즘과 관련된 여러가지 난제들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인간편의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보다 가벼우면서도 실제 걸음걸이와 가까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이다.

NIWEEK2015에서 현대차 중앙연구소 인간편의연구팀이 개발한 주행보조로봇을 착용하고 있는 박상인 연구원.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해 로봇의 구동부(액츄에이터)를 움직일 수 있게 돕는 것이 첫번째 미션이었다. 사람이 직접 착용하기 때문에 더 작고 가벼게 만드는 작업도 필수다. 한번 개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계속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기 때문에 로봇제어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한 테스트 단계에서 실시간 데이터 시각화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여기에 스마트기기와 연결해 로봇을 제어하기 위한 편의기능을 집어넣는 것도 목표였다.

이러한 목표를 두고 로봇 개발기간을 1년4개월로 단축시킬 수 있었던 것은 NI가 제공하고 있는 그래픽기반 설계툴인 LabVIEW와 로봇에 필요한 여러 센서 데이터를 받아 고속으로 처리해 구동부를 빠르게 동작시킬 수 있게 돕는 CompactRIO라는 하드웨어 기반 모듈을 하나로 통합한 '시스템온모듈(system on Module)'의 역할이 컸다.

RIO 시리즈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FPGA라는 칩과 RTOS 기반 구조를 활용하고 있어 일일이 별도의 VHDL 프로그래밍을 할 필요가 없이도 다양한 로봇 프로토타입 개발하고, 필요한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돕는다는 설명이다. 인간편의연구팀에 따르면 이를 통해 한 달이 걸리는 로봇 알고리즘 개발시간을 1주일로 단축시켰다.

현 연구원은 과거 미국 매사츄세츠공대(MIT)에서 개발한 22km/h로 달리는 'MIT치타'라는 로봇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다. 그는 이후에 "재활을 돕거나 고령자들과 이들을 보조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보다 명분있는 로봇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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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WEEK2015에 참석한 현대차 중앙연구소 인간편의연구팀.

그가 속한 중앙연구소는 일명 '선선행연구소'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당장 상용화를 목표로 한 선행연구소보다도 더 앞을 내다보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부서다. 그는 "당장 돈을 벌어오겠다는 것보다는 현대차가 내세우는 브랜드 가치 중 하나인 '케어링(caring)'에 맞춰 사회에 기여하면서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내는 것이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고 있는 우선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연구팀은 이 로봇을 '현대 라이프케어링 엑소스켈레톤(Hyundai-Life caring Exoskeleton)'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