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통신사업 진출, 진짜 '낭설'일까

"MVNO 신경 쓸 때 아냐" vs "고객 접점 확대에 유리"

방송/통신입력 :2015/08/06 11:33    수정: 2015/08/06 11:3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한 여름밤의 해프닝일까? 아니면 애플의 넥스트 빅싱(next big thing)일까?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애플의 통신시장 진출설이 순식간에 진화됐다. 애플이 4일(현지 시각) “MVNO 사업 개시와 관련한 어떤 계획도 없을 뿐 아니라 내부에서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힌 때문이다.

이 같이 해명이 나간 직후 상당수 외신들도 “애플의 MVNO 사업은 타당성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서 한번 따져보자. 과연 애플의 MVNO 사업은 전혀 타당성이 없는 얘기일까?

애플이 뉴욕 매디슨가 940번지에 개설한 신규 애플스토어. (사진=씨넷)

■ 리코드 "애플의 최대 관심은 아이폰 이후 준비"

잘 아는 것처럼 MVNO는 다른 통신사의 망을 빌려서 하는 사업이다. 미국에선 리퍼블릭 와이어리스, 메트로PCS 등이 대표적인 MVNO 사업자들이다.

부정론을 펼치는 대표적인 매체는 리코드다. 가장 큰 이유는 애플이 현재 MVNO 같은 ‘사소한 부분’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지적은 일견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애플의 최대 당면 과제는 ‘아이폰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다. 최근 양호한 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주가가 하릴없이 폭락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애플은 MVNO 방식 통신사업에 신경 쓸 시간에 애플 워치나 애플TV 같은 차세대 대표 상품 개발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다.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사진 = 씨넷)

통신사간 경쟁 구도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득이 되는 부분도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고 리코드가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직접 뛰어들 경우엔 통신사들이 차별화를 할 유인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통신 서비스에 애플이란 브랜드가 연결되는 순간 부담도 늘게 된다. 당장 고객 지원을 비롯해 통신 서비스와 관련된 여러 불만 사항들을 애플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 이런 부담 역시 애플에겐 달가운 일은 아니란 게 리코드의 주장이다.

애플이 직접 통신 서비스를 할 경우 현재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통신사들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 이 부분 역시 선뜻 결행하기 쉽지 않은 요인이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리코드는 “애플은 AT&T나 T모바일을 통해 아이폰을 공급할 때보다 (MVNO 방식으로) 직접 하는 것이 고객들과 더 밀착되고 자신들에게 이득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에 직접 뛰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 와이어드 "통신시장의 코스트코라 생각하면 돼"

하지만 <와이어드>의 분석은 다르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란 얘기다.

통신 전문 애널리스트인 제프 카간은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MVNO는 단순히 재판매업자일 뿐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테면 미국의 할인 전문매장인 코스트코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코스트코가 자체 브랜드를 붙여 화장지 묶음을 판매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통신 서비스를 하는 게 MVNO라는 설명이다.

포레스터리서치의 댄 빌러 애널리스트는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애플은 여러 해 동안 MVNO 사업 관련 고민을 해 왔다”면서 “결국 이건 통신사들과의 권력 다툼과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와이어드는 ‘고객 만족도’란 부분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 지난 해 미국 소비자만족도지수에서 애플은 15위에 랭크됐다. IT기업 중에선 아마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였다.

와이어드는 애플의 MVNO 사업 진출이 충분히 해 볼만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와이어드)

하지만 아이폰 서비스를 하고 있는 AT&T, T모바일, 스프린트 등은 만족도가 바닥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은 애플에겐 불만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MVNO 방식을 통해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려는 유인을 가질만하다는 게 와이어드의 분석이다.

빌러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고객 관계와 데이터 수집, 매출 창출 등에 좀 더 많은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면,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에서 갖는 영향력도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이 MVNO 사업이란 카드를 통해 통신사들을 간접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 역동적 통신사 선택 관련 특허도 출원

애플은 이미 관련 특허 확보를 위해서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1년에 재출원한 ‘역동적인 통신사 선택(Dynamic Carrier Selection)’ 관련 특허권이다.

이 특허권은 모바일 기기에 네트워크 주소를 저장한 뒤 가상 망 사업자에게 관련 주소를 보내주는 기능을 담고 있다.

관련기사

애플이 지난 2011년 출원한 '역동적인 통신사 선택' 관련 특허 개념도.

테크크런치는 지난 2011년 이 특허권을 소개하면서 “이를테면 버라이즌은 최근 망을 업그레이드했고, 스프린트의 망은 포화 상태일 경우 버라이즌이 애플에 할인된 가격으로 망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고객들은 한층 할인된 가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