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업 대기업 제한, 실효성 없다"

한국경영정보학회 "법개정후 중기 생산성악화"

컴퓨팅입력 :2015/08/05 14:04    수정: 2015/08/05 18:07

황치규 기자

지난 2013년 대형SI 업체들의 공공 사업 참여 제한을 골자로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하 SW산업진흥법)이 SW생태계 환경 개선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부 대형 SI 업체들은 대기업이라고 해서 공공 사업 자체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주목된다.

한국경영정보학회(회장 이호근 연세대 교수)는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2015 ICEC 국제학술대회/춘계학술대회에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 실효성 연구 발표회'를 가졌다.

학회에 따르면 해당 연구팀은 SW산업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SW업체들의 생산성(productivity) ▲하도급 구조나 전문인력확보 등과 같은 강건성(robustness) ▲신기술 개발이나 해외진출 등과 같은 기회창조성(niche creation) 이 증가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 3가지 요소가 법 개정 이후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사했다.

"법 개정 이후 중견중소기업 생산성 악화"

SW 생태계 생산성 분석 결과, 법 개정 이후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중견중소 SW기업들의 생산성이 크게 낮아졌다. 중견기업(매출액 300억 이상 기업)의 경우, 법 개정 이후 대기업참여제한으로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매출액은 늘었으나, 과잉 경쟁, 해외 제품에 대한 가격협상력 부족 등으로 영업이익률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또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에 비해 이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공공사업의 비중이 높을수록 영업이익이나 기업 생산성 면에서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의 경우 매출에서 공공정보화 사업 비중이 10% 증가할 경우 영업이익률은 16.7%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팀은 생산성 검증을 위해 지난 5년간 (2010년 ~ 2014년) 공공기관이 발주한 정보화 프로젝트 데이터 1만7천946여건과 나이스(NICE) 신용평가가 제공하는 기업 재무정보 데이터(2010~2014년)를 분석했다.

한국경영정보학회 학술대회 현장.

SW산업진흥법은 정부 공공정보화사업에 참여하는 IT서비스 업체를 매출액으로 구분해 참여토록 하고 있다. 매출액 8천억원을 기준점으로 삼아 8천억원 이상 대기업은 80억원 이하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8천억원 이하 대기업은 40억원 이하 규모의 사업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40억원 이하 사업은 중소기업(종업원수 300명 이하)만이 참여할 수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들은 이러한 기준과 상관 없이 참여 자체가 제한된다. 이에 따라 삼성SDS, LG CNS, SK C&C, 포스코ICT 등은 공공정보화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대기업 참여가 제한됐는데, 중소 SW업체들의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됐다는 것이 학회 조사 결과에 담긴 메시지다. 학회에 따르면 법 개정 이후 공공정보화 사업의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 하도급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IT서비스 업체가 업무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업체를 구성하는데 반해, 중견 업체는 수익성에 초점을 두고 업체를 선정하고 있으며, 대형 업체가 파트너 하청업체에 대한 교육 등 상생에 대한 노력이 있었던데 반해, 중견 업체는 수익성의 악화로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조사됐다고 학회는 밝혔다. 또 대기업 참여가 배제되면서 공공IT 시스템 품질저하, 납기지연, 장애 등이 법 개정 이전보다 증가하여, 공공기관 발주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의 책임을 맡았던 이호근 한국경영정보학회장은 "SW산업진흥법 개정이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법 개정의 목적은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SW산업 생태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인위적인 규제보다는 시장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SW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정책대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2년에 판단할 사안 아니라는 반론도

이번 연구 결과 발표와 관련해 2년이라는 시간만 갖고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한국SW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상만 보면 SW생태계 상황은 예전에도 나빴고 지금도 그런데, 이게 대기업 참여 제한 때문에 나빠진 것이냐에 대해서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개정때부터 1~2년 사이에서 효과가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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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SW진흥법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라며 "중견 IT서비스 업체들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건 사실이지만 이걸 갖고 법 자체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SW진흥법 개정 이후 하도급 분쟁도 늘었는데 이것은 중견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소 기업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면서 개정 SW진흥법의 나름 긍정적인 측면도 부각했다.

SW진흥법 개정을 주도한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시점에서 실효성 이슈가 불거지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법개정으로 SW생태계가 질적으로 악화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발주 문화까지 감안한다면, 질적인 부분을 판단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법개정에 따른 SW생태계의 질적 변화에 미래부 차원에서도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