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분배확정..."갈길 먼 UHD "

통신은 내년 초 경매…UHD는 표준조차 없어

방송/통신입력 :2015/07/27 15:37    수정: 2015/07/27 18:26

김태진, 안희정 기자

지난 2012년 말 지상파 아날로그방송 종료 이후 약 3년을 끌어 온 700MHz 주파수 분배안이 최종 확정됐다.

국무조정실 주파수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재난안전통신망에 먼저 20MHz폭(상하향 10MHz)을 할당키로 결정한 데 이어, 27일 열린 제3차 주파수심의위원회에서 지상파 UHD용으로 30MHz폭을, 이동통신에 40MHz 폭(상하향 20MHz)를 분배키로 최종 결정했다.

다만, UHD 방송용으로 지상파에 분배하는 700MHz 주파수는 HD방송에서 UHD 전환 기간에 한해 분배하는 것으로, UHD 전환이 완료되면 과거 아날로그방송의 디지털 전환 때처럼 회수될 예정이다.

이로써, 700MHz 주파수는 지상파4사에 UHD 5개 채널(6MHz×5)에 재난망(20MHz), 이동통신(40MHz) 등 통신용으로 2개 대역을 쓰는 ‘5+2’ 방안으로 확정됐다.

이날,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폭증하는 모바일 통신수요에 대한 시장요구와 통신의 국제적 조화를 고려함과 동시에 첨단 UHD 콘텐츠 제작, 방송의 활성화를 통한 한류 확산과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요구 등이 감안됐다”며 “통신과 방송 모두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UHD 방송용으로 5개 채널을 부여하기 위해 보호대역을 좁힌 것에 대해 “전문기관의 검토결과 간섭 기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 통신용 내년 초 경매…UHD 활용은 글쎄?

이날 700MHz 대역의 주파수 분배안이 최종 확정됨에 따라, 미래부는 이달 중 전파법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거쳐 내달 중에 개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분배안에 대한 전파법 개정이 완료되더라도 실제 700MHz 주파수를 방송-통신용으로 활용하기까지는 최소 6개월~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단, 미래부는 제4이통사에 우선 할당키로 한 2.5GHz(TDD), 2.6GHz(FDD) 대역 중 하나가 결정되면 700MHz를 1.8GHz, 2.1GHz, 2.6GHz 대역과 동시에 경매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이동통신에 분배키로 한 700MHz는 경매일정 등을 고려하면 내년 초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상파 UHD용으로 분배한 700MHz는 현재로서는 상당기간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부가 연말까지 방통위, 지상파와 협의해 UHD 기본정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해결돼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UHD 방송은 전 세계적으로 표준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재 국내에서 실시되는 UHD 시험방송은 유럽식을 따르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미국식을 주장하고 있어 당장 표준을 결정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또한 기존 HD 정책을 UHD로 전환하는 시점이나 지상파방송의 투자이행 계획 등이 마련돼야 700MHz 주파수 활용계획을 세우는데 이를 얼마나 빨리 마련할 지도 변수다. 10여년 전에 디지털TV 전송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식과 유럽식을 놓고 방송계가 수년 간 공방을 벌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배안이 확정되면 미래부, 지상파방송과 TF를 구성해서 협의를 해나가겠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이 표준문제인데 유럽식으로 시범방송을 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미국식을 선호하고 있어 방송계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주파수 할당이 이뤄지면 투자계획 등을 지상파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연말 이전에는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기술표준도 없어...UHD 상용화는 언제?

700MHz 대역 분배안이 확정됐지만 지상파 UHD방송이 상용화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지상파 UHD 표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UHD방송 시청이 보편화되기까지 향후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방통위는 미래부, 지상파와 협의해 지상파 UHD 방송 기본정책을 연말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UHD 기술 표준이 마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상파가 어떤 이행 계획으로 UHD방송을 상용화 할 것인지 의문 시 되고 있다. 실제, 지상파 UHD 상용 방송을 위해서는 표준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지상파 UHD 전송방식은 2009년에 표준화된 유럽식 DVB-T2 방식과 올 연말 표준 제정을 목표로 논의 중인 미국식 ATSC 3.0 방식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현재 국내 지상파는 유럽식을 잠정 표준으로 사용 중이다.

그러나 ETRI는 최근 최신 기술 흐름에 맞는 주파수 소요량이나 각 대역별 국가별 혼신 여부 등을 고려해 미국식 표준을 고려하고 있다.

연말에 표준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UHD방송 시청이 보편화되기까지도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지상파를 포함한 콘텐츠 제작업체들은 UHD방송을 위한 송출 장비를, 일반 시청자들은 UHD전용 TV와 안테나를 구비해야 한다.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한지 이제 불과 3년 정도 됐는데, 지상파 UHD 전환을 위해 또 전 국민이 고가의 TV로 교체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7%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지상파 UHD 방송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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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700㎒ 대역을 UHD 방송용으로 쓰면 국민은 무료로 초고화질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료방송 및 통신업계에서는 “UHD 방송을 즐기려면 적어도 58인치 이상 TV로 시청해야 하는데 이를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고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해외에서는 700㎒ 대역을 온전히 통신용으로 할당하고 있는데 글로벌 흐름에 역행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에서는 UHD 콘텐츠 제작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유선방송부터 서비스를 우선 시작하고 국가 예산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