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유전자 교정해 혈우병 고친다

국내 연구진, 유전자가위로 치료 길 열어

과학입력 :2015/07/24 11:13

조그만 상처에도 쉽게 피가 나고 잘 멎지 않는 출혈성 질환인 혈우병. 이 병은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의 피를 굳게 하는 단백질이 부족해 생긴다. 전 세계 40만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주기적으로 혈액 응고 단백질 주사를 투여해야 하는 실정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동욱 교수, 고려대학교 김종훈 교수로 이루어진 공동연구팀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혈우병에 대한 세포 치료 길을 열었다고 24일 밝혔다.

중증 혈우병 환자의 절반은 유전자 일부가 뒤집어져 있는데,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세포 내 유전자 DNA를 절단하고 뒤집어진 유전자를 교정해 출혈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줄기세포와 유전자 교정 절차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란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 교정을 할 수 있는 RNA기반 인공 제한효소를 말한다. 연구진은 혈우병 환자의 소변에서 세포를 채취해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들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뒤집어진 유전자를 교정하고 정상으로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을 동물실험에 적용했다. 정상으로 교정한 줄기세포를 혈액 응고인자를 만드는 혈관 내피세포로 분화시켜 혈우병 생쥐에 이식한 결과, 생쥐에서 혈액 응고인자가 생성돼 출혈 증상이 현저히 개선됐음을 확인했다.

김독욱 교수는 "혈우병에 걸린 생쥐에 교정된 세포를 이식하니 정상쥐에 비해 10%정도 양의 혈액응고 세포가 발견됐다"며 "10%가 작은 숫자일 수도 있지만, 혈액응고 세포가 아예 없던 생쥐가 10%라도 세포를 보유하고 있으면 혈액응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S 김진수 단장(왼쪽), 연세대 김동욱 교수

추후 임상실험을 통해 환자를 위한 세포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억달러 이상 시장이 예상되는 혈우병 치료제 대체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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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단장은 "현재 혈우병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응고인자를 수혈해야 하고, 이는 보험처리가 되기 때문에 국가의 부담도 크다고 할 수 있다"며 “유전자가 교정된 본인의 줄기세포를 세포 치료제로서 본인에게 다시 이식한다면, 평생 혈액 응고 단백질을 투여해야 하는 금전적이나 육체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게 될 것”이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기초과학연구원 지원사업 및 바이오 의료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고, 연구 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지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