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소송 "구글-페북-HP도 삼성 편"

"특정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환수는 부당"

홈&모바일입력 :2015/07/21 16:29    수정: 2015/07/21 17:0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특정 디자인이나 기능 관련 특허를 침해했을 때 특허 침해자의 이익을 모두 토해내도록 하는 것은 과하다.”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들이 일제히 삼성 편을 들고 나섰다. 구글, 페이스북, 휴렛패커드(HP) 등은 지난 5월 끝난 삼성과 애플 간 항소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법정조언자 의견(friend of the court)’을 제출했다고 인사이드소스가 20일(현지 시각) 전했다.

이들은 7월초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삼성 측에 애플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한 일부 제품의 이익 전부를 배상하도록 명령한 것은 과하다”고 주장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또 “항소법원 판결을 계속 유지할 경우 혁신을 말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 항소심이 열린 연방항소법원. (사진=연방항소법원)

■ 디자인 특허 침해 때 배상금 범위 놓고 공방

이들이 문제 삼은 부분은 특정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할 경우 제품 전체 이익을 배상금으로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부분이다. 지난 2012년 시작된 삼성과 애플 소송에선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전체 이익’을 배상금으로 부과하는 판결을 했다.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5월 끝난 항소심에서 삼성의 배상금을 대폭 경감했다. 제품 특유의 분위기를 뜻하는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관련 부분을 인정하지 않은 것.

항소법원은 1심법원이 부과한 배상금 9억3천만 달러 중 3억8천200만 달러를 경감했다. 이에 따라 삼성이 애플에 지불해야 할 배상금은 5천4천8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미국 특허제도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특허 폐지를 비롯한 강도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씨넷)

항소심 당시 삼성은 트레이드 드레스 외에도 배상금 산정 기준 문제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특정 디자인이나 기능 관련 특허를 침해했을 때도 특허 침해자의 전체 이익을 토해내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게 삼성 측 주장이었다.

미국 법학교수 27명과 컴퓨터 및 통신산업협회(CCIA) 역시 삼성 쪽 편을 들었다. 1심 법원이 특정 디자인 특허 침해 때도 포괄적인 배상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

하지만 항소법원은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법원은 “법학교수 27명은 현대 사회에서 특정 디자인 특허권 침해 때 피고의 전체 이익을 배상하도록 한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면서 “이 문제는 의회에서 논의해야 할 정책 관련 주장이다”고 일축했다. 법원은 법에 충실해서 판결할 뿐 정책적인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 구글-페북 "판결 고수 땐 혁신 치명적 위협"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IT 기업들이 들고 일어선 것도 같은 문제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처럼 수 천 개 부품이 들어가는 제품이 연루된 소송에서 한 두 개 특허 침해를 이유로 전체 이익을 환수하는 건 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구글 등은 이달 초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항소법원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황당한 결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복잡한 기술과 부품에 매년 수 십 억달러를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허 소송 때 스마트TV나 스마트폰에 포함된 수 천 개 부품들을 한 개의 법률적 정의를 편의적으로 적용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안드로이드 iOS

이들은 “패널들의 의견대로라면 디자인 특허 하나를 침해한 부품이 포함된 스마트TV 제조업체는 제품 전체 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금으로 지불해야만 한다”면서 “문제가 된 디자인 특허가 소비자들의 수요나 제조업체의 이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제품이나 온라인 플랫폼 역시 비슷한 위험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구글, 페이스북 등이 제출한 의견서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은 구글을 문제 삼았다. 안드로이드 플랫폼 제조업체인 구글은 이번 소송의 배후나 다름 없기 때문에 중립적인 의견서를 제출하는 기업으로 부적당하다는 것이 애플 측 주장이다.

■ 반전 계기 잡은 삼성, 어떤 선택할까

한 때 완패하는 듯했던 삼성은 항소심에서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특히 애플의 무기 중 하나인 트레이드 드레스 문제를 완전히 털어내면서 큰 힘을 받았다.

삼성은 지난 달 항소법원에 전원합의체 재심리(en banc rehearing)를 요구했다. 지난 5월 항소 재판부의 판결 중 디자인 특허 관련 부분에 대해선 전원합의체가 다시 심리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물론 항소법원이 삼성의 전원합의체 재심리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많지 않다. 3인 재판부 판결을 전원합의체가 자주 뒤집을 경우 법관들의 권위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원합의체 심리 신청은 판례 통일을 위해 필요하거나 사안이 중대할 경우에 한해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삼성과 애플 특허 소송 항소심에는 항소법원장도 재판관으로 참여했다. 따라서 전체 판결 기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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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법원이 전원합의체 재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엔 삼성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도 많다. 물론 미국 사법체계는 상고허가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대법원이 상고 자체를 수용해야만 삼성 뜻대로 될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주요 IT 기업들의 법정의견서는 이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디자인 특허권 침해 소송 때 배상금 부과 기준에 대한 명확한 판례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대해 대법원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