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다양한 배송혁신에 담긴 메시지

전문가 칼럼입력 :2015/07/17 08:14    수정: 2015/07/17 08:19

김승열 mobizen@mobizen.pe.kr

얼마 전, 아마존은 '보물트럭(Treasure Truck)'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애틀 지역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인기상품을 트럭에 채운 후, 당일만 판매하고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비자는 아마존 앱에 추가된 'Treasure Truck' 메뉴에서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 상품을 주문하고 트럭에서 수령할 수 있다.

보물트럭의 묘미는 '큐레이션'된 상품이다. 날마다 색다른 상품을 선정하여 파격적인 할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열광시킨다. 가전 신제품, 희귀한 식료품, 지역 산지의 특산품 등으로 희소성도 있는 제품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최초 판매한 상품은 패들 보드(Paddle Board)로 판매가(476.99달러)에서 79% 할인된 99달러에 판매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당일 주문하여 근처를 지나는 트럭에서 곧바로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또는 파격적이다.

월스트리스트저널에 따르면 아마존이 일반인들이 목적지에 가는 길에 상품을 배달해주고 배송료를 받는 모바일앱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지역 내 상점에 공간을 대여해 사물함을 설치하고 그 안에 고객의 배송 상품을 넣어 놓는 방식이다. 서비스명은 '온마이웨이(On My Way)'로 상점에 들린 일반인이 배송상품을 꺼내어 집이나 목적지에 가는 도중에 상품을 배달하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아마존이 배송 관련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프라임 나우의 자전거 배달부를 이용한 한 시간내 배송, 우체국(USPS)와 제휴를 통한 일요일 배송, 아우디와 DHL과 제휴하여 차량 트렁크로 배달 등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배송 시스템을 시도해 왔다. '주문 전에 상품을 출하하는 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취득해 화제가 되었고 '드론'을 통한 당일 배송 계획 발표한 바 있다.

아마존이 이와 같이 배송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하는 것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전자상거래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었다. 반면에 구입해서 곧바로 상품을 사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상점과 달리 배송에 소요되는 물리적인 시간에 대한 한계가 있다. 가격 경쟁력이 그만그만해진 상황에서 배송 시간을 단축시켜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배송에 들어가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이다. 하루 평균 350만개의 상품을 운송하는 아마존의 한해 배송 비용은 87억 달러(2014년 기준)달러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대비 31%가 증가했으며 전체 매출액의 10%나 차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배송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그만큼 물류 센터의 보관 및 적재 비용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온마이웨이'가 시행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와 같은 크라우딩(Crowding) 기반의 배송은 아마존은 물론이고 다양한 커머스 기업들이 고민을 해왔다. 아마존은 '라이즈(Rides)'라는 코드명으로 택시를 이용한 배송을 검토했으나 실제 적용이 되지는 못했다. 월마트도 2013년에 비슷한 내용을 검토했지만 도입을 포기했다.

크라우딩 배송은 상품을 배달하는 사람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고 배송이 잘못되었을 때의 책임 소재도 분명치가 않기 때문에 정식 도입이 쉽지 않다. 더구나 '온마이웨이'의 경우, 공간을 대여해주어야 할 지역 상점의 상당수가 아마존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제휴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이러한 시도에 대해 일부는 쓸데없는 낭비라고 비난을 하지만, 많은 미디어와 업계에서 주목을 하는 이유는 빅데이터 분석과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정밀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검증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모든 상품을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구입해 내려받듯이 쉽고 빠르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아마존의 배송 철학 또한 모든 커머스 사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배송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아마존만의 모습은 아니다. 월마트, 구글, 알리익스프레스 등과 같은 대형 커머스 사업자들은 모두 동일하다. 국내도 동일한 상황이다. 커머스 사업자들이 배송에 대한 혁신과 새로운 시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의 '로켓배송'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로켓배송은 당일 배송을 목표로 1000명이 넘는 쿠팡맨을 통해 배송하는 자체 시스템을 말한다. '로켓배송'을 단순하게 배송이 빠른 서비스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아래에는 '직매입'과 '물류센터'라는 새로운 도전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커머스 사업은 재고를 줄이는 것이 혁신이었다. 백화점이 직매입을 없애고 부동산 사업으로 선회할 때만 해도 새로운 물류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온라인 커머스의 대표적인 모델인 오픈 마켓과 소셜 커머스도 중계업이 본질이었다. 하지만, 커머스 시장의 경쟁력이 배송으로 옮겨오면서 쿠팡은 기존 사업 모델을 파괴했다.실제로 쿠팡은 이를 위해 경기·인천·대구 등 7개의 물류센터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런 혁신을 인정받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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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쿠팡과 같이 대형 물류센터 구축이 배송 혁신의 미래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위법성 논란이 남아 있으며 직매입을 하더라도 효율적인 재고관리 기술이 병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이러한 문제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고 있는데 쿠팡이 어떤 내부 예측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커머스 시장은 '배송 경쟁'으로 이미 흘러간 상황이고 이를 위해서는 직매입 구조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어떤 배송의 혁신 모델이 탄생하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IT 기술이 무엇인지는 같이 지켜보도록 하자.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대응 역시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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