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미래부가 져라"...정치권, 700MHz 망쳐놓고 '책임회피'

"무리한 방송용 강요, 혼간섭 우려 커"

방송/통신입력 :2015/07/13 19:36

“700MHz 주파수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미래창조과학부가 책임질 것이다.”

강요와 압박으로 700MHz 황금주파수를 방송용으로 배치토록 한 정치권이, 이번에는 향후 주파수 운용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지도록 요구하면서 큰 공분을 사고 있다.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정책 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소위원장(새누리당)과 최민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700MHz 운용에 문제가 생길경우, 이를 전적으로 미래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자신들이 지상파 방송사에 주파수를 할당하도록 문제의 발단을 제공했으면서도, 정작 그 책임은 지지않겠다고 발을 뺀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간에 공동연구반과 차관급 협의체 등을 가동하며 700MHz 해법을 모색해 왔다. 당사자인 방송-통신 진영간에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전문가 그룹과 업계 대표자들이 합의점을 찾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정부-업계-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700MHz 문제는 국회가 주파수 정책 소위를 구성하면서, 비전문가인 정치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재단됐다. 정치권은 주파수 소위를 구성한 이후, 초지일관 지상파 방송사만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700MHz 문제를 전 세계적인 주파수 표준이나 산업적인 가치 등을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는게 중론이었지만, 여야 정치권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지상파 주파수로 몰아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정치권은 막바지에 몰린 정부가 제시한 안도 거부한채 EBS를 포함한 4개 방송사에 700MHz 주파수를 할당할 것을 종용했다. 결국 정부는 혼간섭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한 보호대역까지 줄이는 전대미문의 카드까지 동원하며 국회의 요구를 수용했다.

외형적으로는 지상파의 입장을 100% 대변한 정치권의 일방적인 승리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700MHz가 모두 할당된 이후에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전 세계가 통신용으로 쓰는 700MHz를 우리나라만 통신-방송용으로 나눠 써야 하는 문제는 차지하더라도, 미래부가 보호대역까지 축소하며 꺼내 든 카드가 실제 현장에서 혼간섭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매우 높은 망 안정성이 요구되는 재난망에서도 혼신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립전파연구원과 2만여 회의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기존 보호대역 설정이 보수적인 점도 있지만 송출 출력이 훨씬 강한 방송용과 이동통신용이 나란히 있을 경우 보호대역을 확 줄여버리면 혼간섭 우려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테스트 환경과 실제 상용화 환경은 다르기 때문에 모든 문제점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국회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질의가 나오자, 최재유 미래부 차관은 “혼간섭에 문제가 있으면 소출력 중계기나 기지국 설치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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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700MHz를 지상파 방송사에 일방적으로 몰아준 국회가 망 운영의 책임을 미래부에만 떠 넘기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회피라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도,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했지만 정부가 1주일 만에 기술 검증 논의를 마치고 방송계 요구를 수용한 것이 걱정이 되는 모양새”라며 “정치권이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결정을 내리도록 정부에 강요한 만큼, 해당 상임위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