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사면 발언에 SK·CJ·한화·태광 촉각

카테크입력 :2015/07/13 16:36    수정: 2015/07/13 16:36

김태진, 정기수 기자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8.15 사면' 검토를 언급하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총수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해당 기업들의 경우 내심 반기는 기색이지만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는 데는 조심스럽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섣부른 대응으로 일을 그르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 국민들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관련 수석은 광복 70주년 사면에 대해 필요한 범위와 대상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중국 주시시장 약세, 그리스 사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으로 인해 국내외 경제에 잇따른 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오너 경영을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의 특성상 총수의 부재는 투자결정 지연 등 경영활동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사면카드를 꺼내든 이유 역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사면 요건을 갖춘 재계 총수를 경영 일선에 복귀,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재계는 이에 앞서 지난 9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어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 성명'을 통해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이나 가석방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30대그룹 사장단 명의로 발표된 이 성명서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재계 인사 중에서는 형기의 절반 이상을 이미 복역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 김승연 한화회장 등이 특사 및 가석방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재계는 특히 박 대통령이 이번에 ‘국민 대통합’을 강조한 만큼 사면 대상에 재벌 총수들이 포함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정부의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국가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고, 후속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터여서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 발전’의 의미가 창조경제를 완성시키기 위한 투자 독려의 의미로 해석되는 것도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는 이유다.

SK그룹의 경우 대전에 한국형 실리콘밸리 조성을 목표로 처음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운데 이어, 지난달에는 재계에선 처음으로 세종시에 ‘스마트 농업’ 메카를 만들겠다며 두 번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출범시킨 바 있다.

하지만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현재 수감 중인 상태여서 대규모 투자 등 그룹경영에 애를 먹고 있어 이번 특사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기업보다 크다. 또 지난달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혁신을 기치로 SK주식회사와 SK C&C를 합병시키는 등 지주회사 체계 개편을 했지만 여전히 경영공백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법정 구속돼 징역 4년형이 확정됐고 현재 2년6개월째 수감 중이며, 최재원 부회장 역시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경우 형기의 절반이 넘는 2년6개월간 성실하게 수감생활을 했고 나머지 형기도 1년6개월에 불과하다”며 “특사에 포함된다면 경제 살리기에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어려운 한국경제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그룹이 통신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면, 방송업계에서는 태광그룹과 CJ그룹이 꼽힌다.

다만, 이재현 회장과 이호진 회장의 경우 대법원 판결이 진행 중으로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면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향후 어떻게든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감은 크다.

이호진 회장의 경우 항소심에서 4년6월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간암 판정을 받아 현재는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있는 상태다.

이재현 회장의 경우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해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지만 역시 신장 이식 수술 이후에도 건강이 악화돼 오는 21일까지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연장돼 있는 상태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재현 회장의 경우 광복절 특사 이전에 대법원 형이 확정되면 사면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속진행정지 기간 중이어서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도 “재계 기업인들에 대한 특별사면조치가 이뤄지면 사회적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기대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2월 대법원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고 자유의 몸이 됐다. 김 회장은 이후 1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복귀를 앞두고 삼성과의 2조원대 빅딜을 진두지휘하고 사장급 인사를 조기 단행하는 등 경영 공백을 신속하게 메워나갔다. 최근에는 면세점 사업자 확정 등의 성과를 거둔 것은 물론, 이라크 비스야마 신도시 건설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1년 6개월여의 수감 기간으로 불거진 건강 이상설도 불식시켰다.

하지만 김 회장의 완전한 경영 복귀에는 집행유예가 걸림돌이다.

방위산업 전문 업체인 ㈜한화는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사람이 집행유예의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으면 제조업자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등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결국 김 회장이 ‘반 쪽짜리 복귀’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방법은 5년의 집행유예 기간을 모두 채우거나 사면을 받는 길 뿐이다.

한화그룹은 이날 박 대통령의 사면 검토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사면 대상에 김승연 회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김 회장의 사면 가능성에 대해)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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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완전한 복귀가 이뤄질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한화의 경영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의 경우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일상적인 경영에는 별 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김승연 회장이 사면돼 완전하게 경영에 복귀한다면 상징적인 의미 외에도 공격적인 투자 단행 등 적극적인 경영활동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