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된 700MHz...주파수 혼신 우려

방송-통신-재난망 쪼개…"국가 자산 낭비"

방송/통신입력 :2015/07/06 17:27    수정: 2015/07/07 08:58

방송 통신업계는 물론 국회까지 나서서 논란을 벌여온 700MHz 주파수는 결국 지상파방송, 재난안전통신망, 이동통신용 등 3개 분야에서 나눠쓰게 됐다. 700MHz 황금주파수를 3개 분야로 쪼개 쓰면서 보호대역만 18MHz폭을 사용하는 비효율성은 물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신용으로 사용중인 표준대역을 누더기 주파수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6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국회 주파수정책소위원회에서 지상파방송 UHD용으로 5개 채널 30MHz폭을 분배하겠다고 보고했다. 주파수 소위 의원들도 기술검증을 거쳐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어서, 700MHz 주파수 분배 논란은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미래부는 주파수소위에 지상파방송 4개사에 UHD용으로 700MHz 4개 채널(KBS1, 2, MBC, SBS, 6MHz×4)과 함께 EBS에는 DMB 대역을 할당하는 ‘4+1’안을 제시했으나, 국회의 요구에 떠밀려 결국, EBS에도 700MHz 주파수 분배를 수용하게 됐다.

■ 보호대역만 18MHz, 국가적 낭비

미래부는 지상파 4개 방송사에 주파수를 배분하기 위해 기존 방송-통신 채널 간 10MHz폭이었던 보호대역을 5~8MHz폭으로 좁히는 무리수까지 동원했다. 보호대역을 좁힐경우, EBS에도 700MHz 대역 분배가 가능하다는 게 미래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상향 대역에 UHD방송과 재난망 사이에 보호대역이 8MHz폭으로 설정된 것과 달리, 하향 대역에는 UHD방송과 재난망 사이의 보호대역이 2MHz폭에 불과해 혼신의 우려가 제기된다.

미래부가 UHD 5개 채널 분배를 위해 제시한 보호대역과 유휴대역을 활용한 기술적 대안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기존에 설정한 보호대역은 통신과 통신이 맞붙어 있는 경우를 감안해 10MHz폭씩 할당했던 것”이라며 “방송과 통신의 경우 글로벌 표준인 APT 플랜에서 제시한 안을 고려해도 5~8MHz폭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UHD방송과 재난망(통합공공망) 사이에 8MHz폭으로 보호대역이 설정돼 있는데 이것도 5MHz폭으로 줄일 수 있다”며 “하향 대역에 UHD방송과 재난망 사이에 보호대역 2MHz폭도 원래 유휴대역이 3MHz폭이었는데 이를 활용한 것이고 이는 국제기준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일단, 미래부의 안에 주파수소위 위원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술적으로는 검증해야 될 문제라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EBS에도 700MHz UHD 채널을 배정할 수 있는 보고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보호대역 간격을 좁혀도 된다는 미래부 보고가) 2주 동안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 검증이 필요하고 당장 결정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최민희 의원은 “(지상파에 UHD 5개 채널을 분배할 수 있다는 보고에) 기쁘면서도 어리둥절하다”며 “(기술적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만 주파수소위를 더 하자”라고 말했다.

■ 방송-통신 상생?…“전 세계 유례없는 일”

이날 해법을 찾은 정치권과 정부는 지상파에 UHD 5개 채널을 분배하는 것이 방송-통신 상생을 위한 '신의 한수'라는 입장이지만, 통신학계와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큰 우려를 나타냈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 유휴대역인 700MHz 주파수를 이동통신이 아닌 방송에 분배한 것이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데다, 향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국제적 고립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은 디지털 전환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특히 지난 5월 독일은 800MHz에 이어 700MHz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기 위한 경매를 실시해 이를 마무리했다.

특히, 우려할만한 점은 우리나라가 향후 전 세계가 이동통신 표준대역으로 사용하려는 700MHz 주파수를 아직 국제표준도 정해지지 않은 UHD 방송에 활용키로 하면서,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지상파방송의 직접수신가구가 6.7%에 불과하고, 이 중에 UHD TV를 보유한 이들만 시청이 가능한 프리미엄 UHD 서비스를 위해 주파수 표준대역을 방송에 분배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 전 가구의 90% 이상이 케이블이나 IPTV, 위성 등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이 UHD 송출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또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TV나 모바일에서 VOD로 지상파를 보고 있는데 똑같은 방송을 HD, UHD, DMB 등 3개로 송출하는 것은 주파수 낭비”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히려 아날로그를 HD로 전환하면서 재송신료를 챙겨왔던 지상파가 UHD로 다시 한 번 재송신료 인상을 꾀하려는 데 국회가 들러리를 선 격”이라고 꼬집었다.

일단, 국회 미방위 주파수소위는 이번 주 내 다시 한 번 회의를 열고 700MHz 분배안을 최종 확정 짓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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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는 주파수소위에서 해당 안이 의결되면 이달 중 주파수 분배고시를 마련하고 국무조정실 주파수심의위원회를 거쳐 분배고시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업계 한 원로는 "주파수 정책을 표준화나 기술트렌드, 산업효과 등에 따라 결정하지 않고, 비전문가인 국회의원들이 탁상공론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라 면서 "세계 최고 수준인 ICT 산업 수준과는 달리, 정치적 후진성, 정책결정의 비효율성을 드러내는 불명예스런 사건"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