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나노 경쟁 끝…삼성전자 vs TSMC 10나노 대전

삼성, 내년 10나노 공정 조기 도입 전망...TSMC 견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5/07/02 10:08

송주영 기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10나노 공정 조기 도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스템LSI사업부의 캐시카우가 파운드리로 굳어진 가운데 10나노 공정 조기도입을 통해 대만 경쟁사인 TSMC를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0나노 시스템LSI 공정의 양산 일정을 내년 말에서 앞당길 계획이다. 올 연말에는 고객사의 설계를 시범삼아 생산해 보는 디자인 생산단계에 돌입하고 이후 양산 준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디자인 생산은 고객사의 설계대로 제품을 한번 만들어보는 수준으로 양산이 아닌 제품 선행 개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디자인 생산 단계를 지나 양산 준비를 시작하면서 내년 양산 시점을 3개월 이상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중반에는 경쟁사인 TSMC도 10나노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조기 양산 검토 배경 역시 애플을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TSMC에 대한 견제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내년 중반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TSMC의 지속된 로드맵 공개에 대해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은 준비됐다…양산만 남았을 뿐

삼성전자는 내년 중반 이전 10나노 시스템LSI 공정 도입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적으로는 연말 양산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공정 기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0나노 공정은 계획대로 내년말 양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5월에도 미국에서 10나노 공정을 내년 말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공개적으로 밝힌 시점과 달리 시스템LSI 10나노 공정은 내년 중반 이전 도입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사장이 지난 2월 미국 ISSCC(고체회로학회)에서 10나노 공정을 공개할만큼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갖고 있다. 공정기술은 꽤 높은 수준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 일정을 앞당기는 것에도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고객사 협의도 거쳐야 하는 등 변수는 있다.

삼성전자의 10나노 파운드리 공정은 14나노에서 한번 적용한 경험이 있는 핀펫 구조가 도입된다. 14나노 AP의 수율이 이미 양산 수준으로 올라선만큼 10나노 역시 핀펫 구조로 양산기술 확보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0나노 공정 양산 일정을 내년 말에서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초기 반도체 웨이퍼 사진

TSMC의 견제도 삼성전자를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다. 삼성전자, TSMC는 애플 AP 파운드리 물량을 놓고 경쟁 관계다. 올해 승자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애플 A9칩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제1벤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0나노 A8칩에서 TSMC에 최대 공급사 지위를 빼앗긴 바 있다. 올해 설욕한만큼 앞으로도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TSMC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모리스 창 TSMC 회장는 애널리스트 행사 등 기회 있을 때마다 10나노 공정을 내년 중반경 도입하겠다며 삼성전자를 앞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파운드리에서 애플이 중요한 이유

삼성전자와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애플 때문이다. 애플은 파운드리 하이엔드 시장 최대 고객사다. 애플의 주문량은 웨이퍼 월 4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이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절대적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애플의 A9 양산이 본격화되는 오는 3분기 영업이익이 2천억원대로 훌쩍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6천억원대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갤럭시S6 출시 시기인 2분기 시스템LSI사업부의 흑자 규모가 200~3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애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파운드리를 캐시카우로 삼고 있는데 파운드리에서 가장 큰 고객사인 애플 확보는 중요성이 클 수 밖에 없다.

애플 A8프로세서 M8프로세서 (사진=씨넷)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퀄컴, 엔비디아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며 “애플이 여전히 중요한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TSMC의 경쟁은 10나노를 지나 내후년 7나노 공정 도입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스템LSI 파운드리 업계는 공정 한계에 따라 2~3년 주기로 꾸준한 기술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고성능의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가 삼성전자와 TSMC의 운명을 갈랐다. 삼성전자는 32나노 공정에서 HKMG에 성공했지만 TSMC는 28나노 공정에서도 수율 올리기에 실패하며 하이엔드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2015년 핀펫은 또 한번 양사에 영향을 미쳤다. TSMC는 핀펫 공정에서 다시 한번 삼성전자에게 뒤지면서 어렵사리 확보한 애플을 다시 삼성전자에 내줬다.

경쟁은 오는 2017년 또 한번 전환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시스템LSI 업계는 7나노에서 다시 한번 공정의 한계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의 멀티패터닝이 한계를 보이면서 극자외선(EUV) 장비 등으로 또 한번의 격변기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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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7나노 공정까지 순조롭게 승기를 잡는다면 하이엔드 파운드리 시장에서만큼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 TSMC가 서로 경쟁적으로 10나노 도입에 나서면서 해외에서는 애플의 차기 내년 출시될 아이폰에는 10나노 칩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