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 플레이어 써보니…‘한방’ 아쉬워

“국내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 더 추가돼야”

인터넷입력 :2015/07/01 13:30

요즘 새롭게 출시되는 TV 대부분은 저가 모델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원하지 않아도 삼성전자나 LG 같은 대기업 제품의 경우는 많은 모델에서 3D 기능이나 스마트 기능을 제공한다.

문제는 ‘콘텐츠’다.

막상 TV가 과거에 비해 똑똑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속 빈 강정마냥 볼거리도 없고, 생각보다 별 기능도 없어 잘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 많은 가정들이 IPTV를 설치해 지나간 드라마나 최신 영화, 어린이 프로그램 등을 시청한다. 혼자 사는 가정에야 번듯한 TV 하나 장만하기가, 또 IPTV를 설치해볼 여유가 없을 수 있겠지만 온 가족이 함께 사는 가정에선 스마트TV와 IPTV가 많이 보급됐다.

그런데 구글이 일반 TV를 스마트 TV로 바꿔주는 ‘넥서스 플레이어’를 지난 5월 말 국내에 출시했다. 스마트TV와 IPTV가 많이 보급돼 있는 국내 시장에 넥서스 플레이어가 얼마나 경쟁력 있을까란 의문부터 들었다.

구글 넥서스 플레이어 구성품. 게임패드 등 별도 구매. 가격 본체 12만9천원. 컨트롤러 포함할 경우 17만9천원.

■“구글 넥서스 플레이어 어디 한 번 써볼까?”

여러 의구심과 궁금증, 또 호기심을 안고 일단 넥서스 플레이어를 사용해 본 결과 유튜브와 모바일 게임을 자주 애용하는 이용자들에겐 괜찮은 제품으로 보였다. 또 집에서 영화를 자주 보는 가정에게도 넥서스 플레이어의 영화 서비스는 매력적일 수 있다.

기자는 주로 최신 영화나 보고 싶은 영화를 네이버에서 구매한 뒤 USB로 옮겨 TV에 꽂아 시청했는데, 넥서스 플레이는 각 주제나 상황에 맞는 영화들을 정교하게 추천해주고 바로 구매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했다.

유튜브 영상.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 되기 때문에 평소 내가 본 영상과, 이를 통한 추천 영상 등이 뜬다.

넥서스 플레이어 구매를 고려하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이 바로 게임 콘텐츠가 아닐까 싶다. 얼마나 재미있는, 또 유명한 게임들이 넥서스 플레이어에 최적화 돼 제공되고 있을까가 주요 관심사일 것이다.

게임은 게임패드용과 리모콘용으로 나뉜다.

게임 카테고리는 리모컨 게임과 게임패드용 게임으로 나뉘는데,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골프스타’, ‘아스팔트8’, ‘고트’, ‘젤리킹’, ‘파이널판타지3’ 등이 있다. 생각보다 게임 수는 많았지만, 반대로 눈에 익거나 유명한 게임들은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넥서스 플레이어 게임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개발사가 화면 크기나, UI 구성 등을 어느 정도 최적화 시켜줘야 하는데 아직 이런 노력과 시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콘텐츠는 계속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 다음 구매 의사가 있는 이용자들이 궁금해 할 법한 부분이 게임 플레이 시 리모컨 조작의 편리성일 것이다. 키보드나 게임패드로도 조작이 어려운 레이싱 게임인 게임로프트의 ‘아스팔트8’을 플레이해 본 결과 꽤 편리했다. 신기하게도 레이싱 게임 특유의 스릴감이 작은 리모컨 조작에도 불구하고 느껴졌다. 물론 아스팔트8이 게임패드를 지원했더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다.

넥서스 플레이어 주요사양.
게임로프트의 '아스팔트8' 플레이 장면.

이어 넥서스 플레이어의 강점은 리모컨을 통한 음성 검색이다. 음성 검색 버튼을 누르고 말을 하면 이를 기기가 인식해 해당되는 정보를 찾아 보여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최민식” 하고 말하면 ‘명량’ 등 최민식이 출연한 영화가 나열된다. 또 “오늘의 날씨”라고 말하면 카드 형태로 오늘의 날씨 정보가 뜬다.

그런데 대부분의 음성 검색 서비스가 영상과 앱 정도만 찾아주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스마트폰과 미러링 연결을 하지 않고도 음성 검색 자체에서 구글 검색 기능까지 제공됐더라면 넥서스 플레이어가 보다 스마트 하지 않았을까.

■“넥서스 플레이어 사, 말아?”

게임패드는 X박스360용 패드와 디자인이 거의 똑 같다. 왼쪽이 넥서스 플레이용 게임패드.

일단 디자인도 끌리고, 사용 방법도 어렵지 않아 구글 넥서스 플레이어는 매력적인 기기임에는 틀림없다. 평소 유튜브로 강의도 보고, 짤막한 분량의 개그 프로그램도 봐왔던 터라 주말쇼파에 드러누워 유튜브 인기 동영상도 보고,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을 큰 화면으로 즐긴다고 해서 얼마나 그 재미와 감동이 커질까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 화면도 예전보다 커졌고, 저렴한 크롬 캐스트로도 유튜브 영상을 얼마든지 TV로 볼 수 있는 데 말이다.

넥서스 플레이어 메인 화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들을 추천해 보여준다.

이 때문에 누군가 “기꺼이 12만9천원을 지불하고 넥서스 플레이어를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느냐”란 질문을 한다면 솔직히 지금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변하기 어렵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처음에 신기해서 반짝 사용하다, 결국 골동품이 되지 않을까란 우려가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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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TV나 IPTV 설치 없이도 온 가족이 함께 TV에서 영화도 보고, 게임도 즐기고 싶다면 넥서스 플레이어는 가성비가 뛰어난 매력적인 제품임에 틀림이 없다. 반대로 평소 TV를 잘 켜지 않거나 혼자 살면서 모바일 게임보다 콘솔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내가 이 돈 주고 왜 샀지?”라고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넥서스 플레이어는 확 끌릴 만한 ‘한방’이 아직 부족해 보인다. 플랫폼은 혁신적인데, 내용물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국내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앱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