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테크윈, 노조 반대 진통 끝에 출범

[현장 스케치]임시주총 8시간 파행 끝에 나온 속도전

홈&모바일입력 :2015/06/29 18:27    수정: 2015/06/30 08:52

이재운 기자
삼성테크윈 노조원들이 주총장에서 밀려난 이후 재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29일 오후 5시 10분) [지디넷코리아]
삼성테크윈 노조원들이 주총장에서 밀려난 이후 재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29일 오후 5시 10분) [지디넷코리아]

29일 오후 성남상공회의소 앞. 오랜 시간 몸싸움을 벌인 노조원들은 맥이 풀린 채 물을 들이켰다. 주주총회장을 빠져 나오는 사측 용역의 지친 표정 뒤로 찢어진 양복 상의가 눈에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주총장을 빠져 나오는 경찰들의 눈에는 피로함이 묻어났다.

이날 삼성테크윈은 지난 1977년 삼성정밀공업이란 이름으로 설립된 이후 39년만에 처음으로 '삼성'이라는 이름 대신 '한화'라는 이름을 달았다.

이는 지난해 삼성과 한화 양 그룹간에 이뤄진 2조원 가량의 '빅딜'에 의한 결과다. 지난해 11월 삼성은 한화 측에 삼성테크윈을 비롯한 방산, 화학 계열사 4곳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양 그룹의 오너 간 결단에 따른 빅딜이라는 후문 속에 당사자들은 극렬히 반대했다.

이날 열린 임시주주총회는 삼성테크윈이 한화로 넘어가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이날 오전 9시 진행될 예정이었던 주주총회는 노조원들이 주총장에 진입하며 결국 파행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140여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에 걸쳐 정회와 속개가 거듭됐지만 노조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오후가 되어서도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후 5시 15분경에 주주총회 의장인 정철교 삼성테크윈 대표이사 사장은 '한화테크윈'으로의 사명변경과 신현우 한화 방산부문 부사장 사내이사와 최영후 에스제이엠홀딩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건 등 3개 안건을 순식간에 통과시켰다.

허탈해하는 노조원들을 뒤로 하고 사측 용역과 경찰들은 주총장을 빠져나갔다. 노조도 잠시 모여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미 주총은 끝난 뒤였다. 이날 성남상공회의소 엘레베이터는 주총장인 3층에 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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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 등 이사진들은 주총 안건 가결 선포와 폐회 선언 직후 사측 용역의 호위 속에 주총장을 빠져나갔다. 한화테크윈은 이사회를 열어 현 대표이사인 정 사장을 유임할 계획이다.

오후 5시 55분, 사측 용역과 노조원, 경찰들은 현장에서 대부분 철수를 결정했다. 한 노조원은 "아침부터 한 끼 밖에 못 먹고 이렇게 고생했는데 뭐한건지 모르겠다"며 탄식했다. 현재 사측과 노조는 고용 승계, 위로금 규모, 급여 수준 논의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제 공은 삼성에서 한화로 넘어갔다.

주총장인 성남상공회의소 앞에 노조원들이 머무르는 자리에 남겨져있는 개인 짐들(29일 오후 5시 10분경) [지디넷코리아]
주총 안건이 통과된 직후 노조원들이 모여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29일 오후 5시 23분) [지디넷코리아]
주총이 마무리된 이후 주총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사측 용역(에스텍코리아)들의 모습 (29일 오후 5시 20분) [지디넷코리아]
주총 진행을 위해 출동했던 경찰 병력이 주총 직후 주차장에 집결해있는 모습 (29일 오후 5시 27분) [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