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거인 시스코의 SW개발자 끌어안기

미국 '시스코라이브2015' 개발자 대상 부대행사 데브넷존 참관기

컴퓨팅입력 :2015/06/17 13:04    수정: 2015/06/18 13:11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은 IT회사가 제품 이용자와 개발자를 모이게 해 줄 '생태계'라는 걸 왜 필요로하고 어떻게 만들어야하는지를 보여준 모범 사례다. 이들처럼 소프트웨어(SW)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자사 기술을 담은 플랫폼에 외부 SW개발자를 영입하려 애쓰는 모습은 이제 신기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본업이 SW 제품과 좀 거리가 있는 회사가 마치 구글, MS, 애플처럼 SW개발자들에게 손짓하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겉보기엔 좀 다르더라도 이들의 역량이 자사 기술과 맞물려 발휘되도록 장려하려는 방향 자체는 동일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SW 자체를 제품으로 내놓지 않더라도, 하드웨어나 서비스같은 형태의 제품을 작동시키는 근간이 SW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험은 이런 추론을 입증할만한 사례다.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로 이름을 알려 온 시스코시스템즈 얘기다. 시스코는 지난주 미국 샌디에이고컨벤션센터에서 고객, 파트너, 업계 전문가 대상의 연례 행사 '시스코라이브2015'를 진행했다. 시스코는 행사 공간 가운데 한 층의 절반을 개발자 대상의 부대행사 '데브넷존(DevNet Zone)'으로 꾸몄다.

수지 위 시스코 네트워크드익스피리언스 부문 CTO(맨 왼쪽 여성)가 시스코라이브2015 현장에 마련된 데브넷존 행사공간에서 개발자프로그램 및 온라인 포털 '데브넷'의 이력과 현황을 소개했다.

데브넷존은 시스코라이브에 참석한 SW개발자들에게 '데브넷(DevNet)'을 소개하는 자리다. 시스코가 데브넷존을 처음 구성해 운영한 시기는 지난해 5월이었다. 데브넷은 시스코의 온갖 SW개발도구(SDK)와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등 개발 리소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는 포털 명칭이자, 새로운 시스코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 이름이다.

데브넷은 개발자들에게 API와 SDK를 제공하는 형태로 재작년 12월 처음 개장했고, 지난해 1월 출범한 시스코 커뮤니티포럼과 이후 통합됐다. 지난해 3월에는 SW개발자들이 별다른 도구를 갖추지 않고도 시스코 클라우드에서 곧장 코딩을 할 수 있는 '데브넷 샌드박스'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수지 위(Susie Wee) 시스코 네트워크드익스피리언스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부사장은 시스코라이브2015 데브넷존 미디어브리핑 자리에서 데브넷의 이력과 현황을 들려 줬다. 위 CTO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콘텐츠를 손질한 데브넷 포털사이트 덕분에 순방문자가 상당히 늘었다. 회원 규모는 33만명, 월평균 페이지뷰는 23만건 수준이다.

시스코 SDN파트너 퍼펫랩스가 시스코라이브2015 현장에 마련된 데브넷존 행사공간에서 네트워크 운영관리 자동화 기술을 소개했다.

시스코는 미디어브리핑에 이어 데브넷존 투어를 진행했다. 시스코의 네트워크 솔루션과 클라우드 플랫폼에 기반한 제품 및 기술, 또는 사물인터넷(IoT)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독립소프트웨어개발업체(ISV) 또는 기술 협력 업체들의 기술 시연장을 돌며 그들의 설명을 전했다.

시스코 인터클라우드 파트너 '어프렌다(Apprenda)'는 인터클라우드 플랫폼에 올릴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및 배포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인터클라우드 기반으로 구동하는 어프렌다의 개발자용 사이트를 이용해 탄력적인 자원 할당을 자동화하거나 클라우드 인프라간 상이한 보안정책을 세분화 적용할 수 있어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앱을 개발하는 기업의 고민을 덜어 준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파트너 퍼펫랩스는 시스코 스위치 제품 넥서스9000과 넥서스3000으로 구성된 인프라에서 네트워크의 운영자동화를 쉽게 구현해 줄 애플리케이션을 대중적인 언어로 개발하는 수단을 선보였다. 각각의 네트워크 구성을 변경해야 할 때 일일이 각 장비의 설정 값을 변경하는 작업 없이, 인프라 변화를 자동 실시간 인지해 일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 제시됐다.

시스코 IoT파트너 사이파이는 시스코라이브2015 현장에 마련된 데브넷존 행사공간에서 자체 개발한 민간용 드론 모델의 시험 비행을 통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IoT파트너 사이파이(CyPhy)는 원래 군용 및 산업용 대형 드론을 제작, 공급하는 회사인데 데브넷존에는 개인 소비자나 민간 부문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 중인 컨슈머용 소형 드론 모델을 공개했다. 개인 개발자가 필요한 동작을 추가하기 쉽도록 설계된 기판을 탑재했고, '지오펜싱' 기술을 응용해 조종자가 간편하게 드론의 비행 이동 반경을 물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담은 게 특징이었다.

이후 데브넷 포털 자체를 소개하는 부스 참관이 이어졌다. 시스코가 데브넷을 통해 제시하려는 플랫폼은 앞서 파트너들이 각각 주력하고 있는 클라우드, 네트워킹, IoT뿐아니라 데이터센터, 협업, 보안, 서비스 등을 아우른다. 시스코는 이 7가지 플랫폼을 기업 혁신의 장으로 제공하고, 개발자를 고객으로 삼아 생태계 확대와 이들을 위한 시장 기회 확보 가속을 돕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데브넷 포털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구성은 앞서 언급된 플랫폼 API와 SDK 및 개발도구, 기술별 커뮤니티 운영관리와 개발자 지원 등으로 나뉜다. 그 구체적인 구성요소 중 하나로 소개된 '샌드박스 랩스'가 눈길을 끌었다.

시스코라이브2015 현장에 마련된 데브넷존 행사공간에서 담당자가 데브넷 포털사이트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인 클라우드 개발플랫폼 '샌드박스랩스'를 소개하고 있다.

데브넷의 샌드박스랩스는 개발자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다. 그 이름처럼 뭔가 만들어보길 원하는 개발자들이 자신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실험실로 쓸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다. 시스코가 주목한 7가지 플랫폼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시나리오에서, 각각의 제품이나 결과물을 구현하기 위해 갖춰야 할 단말기나 센서, 테스트용 장비와 프로그래밍 도구를 가상 환경에서 일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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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개발자는 어떤 기기나 장비, SW를 구해 설치하는 거추장스러움 없이 곧바로 뭔가를 개발해볼 수 있다. 데브넷 등록 개발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이는 시스코가 자사 API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꺼내든 비장의 카드로 묘사됐다.

시스코는 시스코라이브2015 현장에서 데브넷존 투어에 앞서 자사 개발자프로그램 및 온라인포털 '데브넷'을 통해 외부 SW개발자를 왜, 어떻게 영입하고 회사가 주목하는 7가지 플랫폼의 생태계를 활성화할 것인지 제시했다.

시스코가 향후 네트워크 장비업체라는 업계 인식의 틀을 벗어나 SW 생태계를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는 '플랫폼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다음 데브넷존 행사는 내년 2월 15~1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시스코라이브 현장에서도 운영될 예정이다. 시스코는 여기서 APIC EM, 협업, UCS서버, 데이터인모션과 CMX 등 ISV들의 지원이 절실한 분야에 갖춰 둔 오픈소스SDK와 API를 상세히 소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