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스플렁크 인수 가능성 솔솔...왜?

컴퓨팅입력 :2015/06/17 10:38

오라클이 핵심 사업인 데이터베이스(DB) 실적 부진을 만회할 비책으로 '스플렁크(Splunk)'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 증권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주 분기 실적 공개를 앞둔 오라클의 DB사업 추이를 진단하며 이같은 관측을 제시했지만, 정반대 논지를 펴는 경우도 있다.

앞서 IT칼럼니스트 매트 아세이는 미국 지디넷 자매사이트 테크리퍼블릭에 오픈소스DB의 성장에 따라 DB 제품 라이선스로 돈을 버는 오라클같은 회사가 처한 위기를 진단했다. 포춘500대 기업부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오라클의 주특기였던 관계형 DB뿐아니라 NoSQL로 대표되는 비관계형 DB 시장에서도 오픈소스DB를 활용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DB시장 전체 파이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관련기사)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오라클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 분석의 연장선에 있다. 지디넷 오픈소스 및 의료IT 담당 기자 출신 프리랜서인 다나 블랑켄혼은 지난 15일 미국 투자분석 전문사이트 시킹알파에 게재한 글에서 "오라클은 오픈소스 및 클라우드 분석 시장의 장기적 추세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시했다. (☞링크)

다만 브랑켄혼의 글에서 스플렁크 인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배경은, 단순히 오픈소스DB의 확산때문만은 아니다.

클라우드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다루는 데 적합한 기술을 찾다보니 기성 DB보단 하둡을 비롯한 소위 '빅데이터 기술'이 각광받는 추세다. 최근 IBM이 자사 분석 및 기업용 솔루션에 아파치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스파크' 기술을 접목하고 그 생태계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하고 클라우드 서비스형 플랫폼(PaaS) '블루믹스'에서 스파크를 제공한다고 나선 속내도 이와 무관치 않다. (☞관련기사)

일각에선 스파크를 빅데이터분석 영역에서 하둡이 기본 지원하는 '맵리듀스' 기술의 최신 대체재로 여긴다. 오라클과 IBM같이 기성 DB 제품 공급업체들이 자사의 DB에 최적화돼 있던 기존 분석도구 대신 이런 분야의 솔루션을 공급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픈소스 기술이 이 분야 주류로 자리잡은 상태다.

이런 국면에서 IBM은 클라우드 사업을 띄우기 위해 오픈소스 기술을 품에 안았다. 오라클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브랑켄혼의 칼럼은 이 지점에 대해 그 나름대로의 해법이 스플렁크같은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란 시각을 담고 있다. 일부 내용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오라클이 이런 종류의 (성장 정체기를 맞은 시장의 부진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를 벗어나는 전통적인 방식은 어딘가를 인수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체 애플리케이션 공급업체를 사들이고, 최근에는 썬의 일부인 마이SQL같은 오픈소스 대체재를 인수하는 식이다. 이제 애널리스트들은 클라우드 영역에서도 구동되는 데이터 분석 제품을 보유한 스플렁크가 오라클의 다음 제물(the next Oracle victim)이 될 것이라 여긴다."

그에 따르면 스플렁크의 시가총액은 86억6천만달러다. 5억달러를 밑도는 연간 매출에 근거한 숫자인데, 이 회사는 아직까지 이익을 낸 적은 없다. 오라클은 시가총액 1천900억달러를 웃도는 회사라는 점을 근거로 볼 때 100~120억달러 정도는 쉽게 지불할 여력이 되긴 하지만 이런 대규모 거래를 흔히 성사시키진 않는다.

어쨌든 오라클이 스플렁크를 사들인다면 그 비용을 극적으로 감축하고 인수합병의 보상이 될만큼 그 고객사들로부터 많은 돈을 뽑아낼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고객사들은 그들의 분석 작업을 위해 블루믹스같은 대체재를 찾을 강한 동기를 얻게 된다. 이쯤 되면 오라클이 스플렁크를 인수하는 게 단기 처방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DB시장의 딜레마를 극복할 근본적 해법이 되긴 어렵다고 봐야 자연스럽다.

또다른 주식투자정보사이트 벤징가 소속 알리 하킴 기자는 지난 12일 해당 루머에 대해 엇갈린 애널리스트들의 견해를 인용 보도한 바 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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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증권사 웨드버시의 스티브 쾨닉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의 스플렁크 인수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스플렁크의 차별화된 빅데이터처리 소프트웨어는 수요가 크고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여러 기술업계 대기업들이 경쟁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향후 성장에 기대가 큰 스플렁크의 임원진이 회사를 매각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할만한 시기는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스퀴하나 파이낸셜그룹의 J 데릭 우드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이 스플렁크를 매입하지 않을 것 같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스플렁크 주가가 대단히 고평가된 상황이기 때문에, 인수 대상 기업에 돈을 쓰는 데 까다롭기로 유명한 오라클이 선뜻 매입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이다. 지금처럼 업계 주목을 받아 주가가 뛴 회사를 덜컥 인수하는 건 '오라클 스타일'이 아니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