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흔드는 헤지펀드 엘리엇, 속내는?

"주주 명분 내세운 차익 챙기기, 장기전 가능 높아"

홈&모바일입력 :2015/06/09 17:28    수정: 2015/06/09 17:29

송주영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이사진에 대해 제일모직과의 합병계획을 문제 삼으며 주추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9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이번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데 변함이 없다”며 “합병안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적 절차를 시작했으며 이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엘리엇의 공세는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7.12% 취득 공시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물배당과 관련한 정관변경,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대주주에 대한 합병반대를 권유하는 문서 발송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마지막 문턱에서 삼성그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행보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부터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컸다”며 “카드를 차례차례 꺼내들며 계속해서 삼성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주 명분 내세운 차익 챙기기 과정일 뿐”

금융업계, 학계 등 전문가들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그룹에 대한 공세에 대해 헤지펀드의 특성상 시세 차익을 노린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허점을 노리고 시세차익을 챙기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 “헤지펀드가 도덕적인 기업은 아니다”라며 “이익을 보고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경영학과 김범준 교수도 “헤지펀드는 속성상 불합리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다”며 엘리엇의 삼성물산에 대한 일련의 행동이 시세차익을 노린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엘리엇은 아르헨티나 디폴트에 영향을 미친 전력도 있다. 아르헨티나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들이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전력이 있다. 1977년 설립된 엘리엇은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개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운용자산은 미화 260억달러(약29조원)에 달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그룹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삼성물산에 현물배당 등 그룹 입장에서는 들어주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우면서 지분매입, 소송 과정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외부 소액주주들에 대한 영향을 확대하고 있다.

■엘리엇 행보 소액주주 영향 가시화

표면상으로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 이익에 반하는 행위‘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소액주주에 대한 반대 의견을 확산시켜 결국은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경영권을 압세워 기업을 흔들다가 결국 시세차익을 안고 떠나는 헤지펀드의 전형이기도 하다.

엘리엇의 의도는 어느 정도는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 카페 등에서는 일부 주주들이 엘리엇에 위임권을 넘기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 카페에는 몇몇 주주들이 엘리엇매니지먼트측에 동조하는 의견을 내며 표 결집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엘리엇에 표를 위임할 수 있는 방안을 문의하기도 하며 행동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엘리엇의 소송도 자본시장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헤지펀드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로 돼 있는 합병비율을 재산정해 차익을 챙기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의 조항을 이용해 합병비율을 문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외에도 삼성그룹에 프리미엄을 붙여 블록딜을 요구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우호지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계열사의 삼성물산 지분 보유율은 삼성SDI 7.18%, 삼성화재 4.65%, 이건희 회장 1.37% 등 14%를 밑돌고 있다.

삼성물산은 헤지펀드의 행태에 맞서 주주 설득 작업에 나섰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지난 주 홍콩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강점을 설명했으며 그룹 수뇌부들도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