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CEO의 기업 생존을 위한 조언

컴퓨팅입력 :2015/06/09 15:41    수정: 2015/06/09 19:02

<샌디에이고(미국)=임민철 기자>'생존과 번영'.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즈 최고경영자(CEO)가 8일(현지시각) 연례행사 '시스코라이브2015' 기조연설에서 세계 기업들에게 던진 화두다. 요컨대 급변하는 산업과 시장에서 저마다 살아남고 또 잘 살아갈 준비가 됐느냔 물음이었다.

결국 바뀌어야 넉넉히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의 변화가 이유다. 세계는 '정보시대'에서 '디지털시대'가 돼 간다. 여기선 스스로 낡은 방식을 파괴(disrupt)하고 혁신한 기업들이 이긴다. 아마존(유통), 우버(택시), 에어비앤비(호텔), 프로스퍼(금융)같은 신생 회사가 요새 잘 나가는 배경이다.

핵심은 기업들이 몇년 이내 사라지거나 뒤쳐지지 않으려면 디지털화(Digitize)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뼈대만 놓고 보면 새로운 얘긴 아니다. 실질적인 방법론은 시스코 IT솔루션으로 만물인터넷(IoE) 시대를 맞아야 하며 특히 보안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수렴됐다.

존 챔버스 시스코 CEO

직원 7만명이 속한 연매출 471억달러짜리 IT회사의 CEO 자격으로는 마지막으로 치르게 된 존 챔버스의 시스코라이브 기조연설은 이렇게 요약된다. 파괴적 혁신을 장려하는 산업계의 돌림노래를, IoE와 보안에 집중하고 있는 시스코 버전으로 변주한 셈이다. 그가 현장에서 드러낸 시스코만의 차별점을 정리했다.

챔버스 CEO는 기조연설 후 개인, 가정, 기업, 국가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된 IoE 시대의 가상 사례 시연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스코가 강조했던 IoE 비전으로 시스코와 제조 파트너들이 협력한 실제 사례가 소개됐는데, 짐작한대로(☞관련기사) 이번에는 아직 구상과 제안 단계인 스마트도시에 초점이 맞춰졌다.

존 챔버스 시스코 CEO의 시스코라이브2015 기조연설 한 장면. 정보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산업과 시장이 완전히 변화하는 가운데 필요해진 생존과 번영을 위한 기업 전략을 화두로 던졌다.

그는 또 자신의 후계자로 다음달 26일부터 직무를 수행할 척 로빈스 차기 CEO와의 대담을 진행했다. 참석자들 앞에서 이번 행사에 주목해야 할 소식, 시스코의 신임 CEO가 된 심경, 시스코 임원진을 대폭 교체한 배경, 시스코의 조직 개편에 대한 구상 등을 묻고 답변을 듣는 방식이었다.

■"기술은 변화하기 쉬운 부분"

첫번째 차별점은 기술 측면의 변화를 쉽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정확히 말하면 발언의 주체가 직원 7만명이 다니는 연매출 471억달러짜리 IT회사의 CEO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기업들의 변화 가운데 시스코같은 회사가 파는 IT솔루션을 쓰는 건 가장 쉬운 축에 속한다는 묘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기술은 비즈니스를 막론하고 (기업이 변화하려할 때) 가장 쉬운 부분입니다.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리더십이 어렵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차원의 변화가 어려운 부분이죠. 경쟁을 위해선 (변화에) 대담해지고 스스로 파괴할 용기를 내야죠. 질문은 간단해요. 디지털화할 준비가 됐느냐죠."

존 챔버스 시스코 CEO의 시스코라이브2015 기조연설 한 장면. 디지털화의 해법으로 시스코의 패스트IT를 제시했다.

챔버스 CEO는 기업의 사업모델, 전략 우선순위, 조직내 문화, 3가지를 기술보다 어렵지만 변화해야 할 기초 영역으로 지목했다. 이런 얘기다. 사업모델이 다른 회사에 파괴당하기 전에 스스로 파괴하길 선택하라, 디지털전략을 사업전략 삼아라, 속도와 혁신과 성과 도출에 집중하는 문화를 장려하라.

■디지털 시대=IoE 시대?

그가 말하는 디지털화는 결국 IoE 시대로의 변화다. 그 논법에 두번째 차별점이 숨었다. 7년 뒤 19조달러 시장이 열린다고 강조해 온 IoE의 확산을 디지털시대와 교묘히 등치시킨 것. 즉 시스코 관점에서 IoE는, 기업들이 디지털화라는 혁신을 추구한 뒤 가치를 얻어내야 할 과녁이다.

"디지털화하지 않고 IoE의 힘을 입지 않는 회사는, 19조달러라는 (시장)기회를 놓치고 뒤쳐질 겁니다. 디지털화한 기업들은 만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제품화하는지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매출원을 발굴해 더 나은 경험, 효율성과 가치를 만드는 운영모델을 만들기에 유리해집니다."

존 챔버스 시스코 CEO의 시스코라이브2015 기조연설 한 장면. 혁신을 위한 패스트IT로 디지털시대, 즉 IoE 시대를 준비하면서 보안 역시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화에 대한 기업들의 공포감은 좀 더 많이 조성됐다. 챔버스 CEO는 이전 시스코라이브 컨퍼런스서 25년간 현존하는 기업 가운데 90%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그중 10%는 회생하기 어려울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이번엔 10년내 포춘 500대 기업 중 200곳이 망할 것이란 관측을 인용했다.

■IoE보안 강조하는 이유

겁만 준 건 아니다. 나름대로의 해법도 제시했다. 핵심은 비즈니스를 혁신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IT운영모델이다. 기업들에게 IT의 존재의미는 비용이 아닌 성장동력이라는 익숙해진 명제에 'IoE 시대에 걸맞는' 모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시스코에선 이걸 '패스트IT(Fast IT)'라 부른다.

"패스트IT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게 생존 방법입니다. 이는 고립된 인프라 형태를 간소화하고, 비즈니스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필요한 정보와 프로세스를 적시 제공하고,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무한한 수익과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도록 해줍니다."

존 챔버스 시스코 CEO의 시스코라이브2015 기조연설 한 장면. 기업들에게 주어진 어려움은 보안 위협이 발생하는 시점에 국한하지 않고 그 전후에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로 다가왔기에, 보안 문제에 대비하는 방법론이 아키텍처 수준의 접근이 돼야한다는 논리를 폈다.

여기에 마지막 세번째 차별점이 담겼다. 보안(Security)이라는 키워드다. 패스트IT에는 시스코의 여러 기술이 포함되지만, 핵심 영역은 보안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시스코라이브 행사의 기조연설은 공식 일정 첫날 오전에 치러온 종전과 다르게, 오전중 보안솔루션 간담회를 마친 뒤에야 시작했다.

시스코는 간담회서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장비나 제품을 대거 출시한 게 아니라 인프라 아키텍처 수준에서 보안을 실현하는 특성을 강화했다고 알렸다. 이로써 기업과 통신사가 보안상 안전한 환경에서 IoE와 디지털시대에 사업기회를 창출케 해준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챔버스 CEO도 기조연설에서도 "보안은 (인프라의) 모든 것을 감싸는 우산"이라며 "기업이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의 기본 바탕이 되고, 네트워크에서 상호 연결돼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와 공격을 억제하는 '인포서' 역할을 하는 요소를 갖춘 아키텍처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스코의 IoE 기반 스마트도시 시나리오

존 챔버스 시스코 CEO의 시스코라이브2015 기조연설 한 장면. 공공부문 IoE 시나리오의 하나로 고령자를 위한 교통복지 서비스 대상을 지원하는 과정을 구체화했다.

챔버스 CEO는 기조연설 중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 강당의 중앙무대 단상과 이를 둘러싼 객석을 수시로 오갔다. 그러다 중간에 빔프로젝터 영상이 투사되고 있는 긴 벽면 쪽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시스코가 개발 및 협력하고 있는 공공, 유통, 의료 부문 IoE 기술을 시연하기 위해서였다.

첫번째 시연된 기술은 공공기관에서 고령자를 위해 발급되는 무료 시내버스 이용 카드를 발급하는 복지 서비스를 구현한 것이었다. 챔버스 CEO의 사진을 찍어 신상정보를 자동 파악하고, 연결된 공공부문 데이터베이스(DB)에서 면허증 소지여부와 복지대상 여부를 확인해 계정을 생성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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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시연된 기술은 유통매장 소비자들의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이용편의 시나리오였다. 저녁에 먹을 까르보나라파스타 재료를 사러 들른 마트에서 상품진열위치에 따른 동선과 선호 제품 추천, 요리와 어울리지만 매장에 없는 와인의 구매와 배달 과정이 그려졌다. 실내측위, 증강현실 기술이 동원됐다.

세번째 시연된 기술은 사고 피해자를 위한 구급차 후송지원 서비스를 구현했다. 응급처치를 하는 당사자가 모바일 앱을 통해 환자의 기존 건강정보를 공유하고 추천 병원 전문의에게 연락, 그에게 환자의 심장박동·체온·혈압 등 측정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영상대화로 상의할 수 있는 형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