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DS와 합병 공식 부인 왜?

엇갈리는 주가·삼성전자 주주 반대 부담…내부 불안·동요도 한몫

홈&모바일입력 :2015/06/03 18:13    수정: 2015/06/03 18:38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삼성SDS와의 합병설을 공식 부인했다. 최근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잇단 사업구조 개편과 지배력 제고에 나서는 가운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다음 단계로 삼성전자와 삼성SDS 간 합병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오른 상황에서 나온 공식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이명진 삼성전자 IR그룹장 전무는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5 투자자 포럼(Investors Forum)'에서 "삼성전자는 삼성SDS와 합병할 계획이 없다"고 시장의 루머를 일축했다.

이명진 전무는 행사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나 "경영진 입장에서는 아무 얘기도 안할 수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굳이 이같은 발언이 나온 의미를 이해해달라"면서 "이 발언으로 루머를 잠재울 수는 없겠지만 경영진 입장이 확실히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전무의 발언은 ▲모바일결제 ▲사물인터넷(IoT) ▲스토리지 솔루션 등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세 가지 주제에 대한 실무 임원의 주제발표가 모두 끝난 후 막바지에 이뤄졌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그동안 증권가를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을 통해 오너 일가의 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전격 합병을 결정하면서 사업구조 개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증권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의 합병 루머로 삼성SDS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이 과도하게 높아진 상태로 이대로 합병비율이 정해질 경우 삼성전자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이 현재 시점에서는 합병을 결정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두 회사 간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하는 합병 결의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합병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삼성SDS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대로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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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과도한 루머로 인해 삼성전자 등 내부 임직원들의 동요와 불안으로 인한 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도 이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 대비 3만원(2.3%) 하락한 127만3천원에 마감했다. 지난 1일 5개월 만에 주가가 130만원 밑으로 떨어지는데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