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인간을 지배할 것인가?

전문가 칼럼입력 :2015/06/01 09:18

조중혁 doimoi@outlook.com

물리학자이자 살아 있는 과학자 중에 가장 널리 이름이 알려진 스티븐 호킹 박사는 1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자이트가이스트 2015’ 콘퍼런스에서 “100년 안에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우수해진다. 컴퓨터가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가 주장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기술 문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다.

기술 문명의 미래에 대해 가장 관심이 높았던 시절은 이제 막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새롭게 열리는천년에 대한 호기심과 Y2K로 컴퓨터가 2000년을 1900년으로 인식 할 수 있어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PC와 산업용 컴퓨터의 오류로 인해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혼재하던 시절인 1999년과2000년 이었다. IT 업계의 거두들이 전망을 쏟아내며 관심을 이끌었다.

현재도 세계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으로 17개의 명예 박사 학위가 있는 ‘레이 커즈와일’ (Ray Kurzweil)이 그 중 한 명이었다. 컴퓨터가 글을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인 OCR 등, 인공 지능 분야를 발명 해세계 최고의 발명자이자 미래 학자로 인정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를 '지칠 줄 모르는 천재'라고 칭찬했으며, 포브스는 '최고의 사고(思考) 기계(Ultimate Thinking Machine) 라고 그를 극찬하기로 했다.

그는 1988년 MIT에서 '올해의 발명가'로 선정되었고, 1994년에는 카네기 멜론대에서 최고 과학상인 디킨슨상을 받았다. 그 외 미국기술훈장, 레멜슨-MIT상을 받았다. 그를 세계 최고의 천재 발명가로 인정 하는 이유는 생존하는 사람 중 유일하게 3명의 미국 대통령에게서 상을 받았기 때문이기도하다. 천재 발명가이도 하지만 1980년대 이미 인터넷의 폭발적 확산으로 세상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게 바뀔 것이라고 정확히 예언하기도 했으며, 당시에는 상상하기 힘든 사람을 이기는 체스 컴퓨터의등장을 정확히 예견해 미래학자로도 인정 받고 있다.

그는 천 년의 마지막 해인 1999년 1월 1일 세계적인 논란을 만든 ‘정신적 기계의 시대: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었을 때’ (원제: The Age of Spiritual Machines: When Computers Exceed Human Intelligence) 책을 출간 했다. 레이 커즈와일은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이 조만간 현실화 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단순히 판단력이 뛰어난 정보 기술이 개발 되는 것이 아니라 2029 년에 인간의 뇌처럼 모든 것을 사고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계가 개발된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기계의 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2045년에는 인간 지능을 수십 억 배 능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천 년을 여는 2000년 4월에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디지털 전문 잡지인 와이어드(Wired)에서“Why the future doesn't need us" (왜 미래는 우리가 필요하지 않은가?) 라는 도발적인 칼럼으로 세계적인 논쟁을 만들었다. 가까운 시간 내에 기술이 발전 해 우리는 기술의 지배를 받거나 심할 경우 기술의 역습으로 멸망 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디지털 기술에 매우 우호적인 디지털 전문 잡지에 이런글이 실린 것이 이례적인 사건이었지만 더 놀라운 것은 디지털 기술을 반대하는 인문학자, 환경론자혹은 시민단체 관계자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최선두에서 이끌어가는 IT 리더의 칼럼이기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었다.

이 칼럼을 쓴 사람은 빌 조이 (Bill Joy)로 빌 클린턴 시절 '정보 기술 대통령 자문위원회(Presidential Information Technology Advisory Committee)' 공동의장을 역임한 IT 업계의 거물이었다. 그는 썬 마이크로 시스템의 공동 창업자로, 전 세계 IT 업계를 이끌어 가는 핵심 인물이기도 했다. ‘빌 조이’는 “Why the future doesn't need us" 칼럼에서 레이 커즈와일의 주장을 상당 부분 인용하며 그의 주장에 동조했다.

이미 우리의 기술은 가치 판단이 필요 없는 계산적 판단에서 이미 인간을 크게 앞서 있다. 아무리 저렴한 가격의 전자 계산기도 아무리 똑똑한 사람의 계산 능력을 쉽게 앞 지른다. 달리기 경기에서 사람은구분하기도 어려운 0.01 초 차이를 기술은 아주 간단하게 구분해 누가 더 빠른지를 알려 준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검색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의 발전 등으로 앞으로 정보 기술이 우리보다 더합리적인 가치 판단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 많은 정보를 분석해인간보다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한 후 우리에게 정보라는 이름으로 알려 줄 것이다.

실제로, 구글을 작은 벤처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전 CEO인 에릭 슈미트는 2011년 4월 모바일월드 콩그레스 (Mobile World Congress)에서 ‘스마트폰은 우리를 계속 추적 할 것이고 길을 가다가어떤 제품을 사라고 이야기를 해 줄 것이다’ 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목표가 ‘내가 내일 무엇을 하면 될까요?’ 혹은 ‘내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요?’라고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해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구글이 인터넷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나보다 더 정확한판단을 해 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객관적인 수 많은 정보를 분석해 우리에게 전달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판단 능력 대신 정보 기술의 판단 능력을 더 신뢰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중요한 의사 결정부터 사소한 의사 결정까지 모두 정보 기술에 의지해 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정보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기술이 시키는 데로 하는, 정보 기술에 종속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판단력을 온전히 정보 기술에 넘겨 줄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우리가 기술의 작동을 중지 시키면 된다”

하지만 역사상 기술의 영향력은 한번도 축소 된 적은 없었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고도화 되고 있으며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정보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자동차를 이용해 목적지로 가기 위해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 이동을 한다. 내가 네비게이션을 통해 이동하는 거리도 시스템화 되어 자동으로 작동되는 신호등에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과거 사람이 지하철 운행을 했지만 지금은 정보 기술이 지하철 운행을 한다. 지하철 5호선부터 8호선은 기본 설계가 사람이 필요 없이 정보 기술만으로 운행 가능한 시스템이다. 사람은 혹시 발생할지 모를 비상 사태에 대비 해 한 사람만 탑승해 보조하고 있다. 안전 점검도 사람이 돌아 다니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 외부에 특수 카메라를 부착 해 열차 운행 중 지하철 터널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안전 여부를 알려 준다.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알려 주면 사람이 가서 수리를 한다. 원자력 발전이위험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원자력 발전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점점 기술은 우리로부터 독립성을 획득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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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컴퓨터의 지배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100년안에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우수해지며, 컴퓨터가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호킹 박사의말은 너무나 보수적이며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소리처럼 너무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정보 기술이 나와 관련 된 모든 것을 판단해서 우리에게 알려 준고, 우리는 의심 없이 이를 실행한다면과연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될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유의지가 없는 수동적인 존재가 전락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투쟁을 통해 자유의지를 획득하며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은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빼앗아 가며 인간의 존재에 대해 묻게 하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