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볼링 아닌 핀볼게임"

컴퓨팅입력 :2015/05/20 17:42    수정: 2015/05/28 16:34

손경호 기자

"이제는 볼링게임이 아니라 핀볼게임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졌습니다."

20여년째 기업 브랜드 커뮤니케이터로 근무해 온 GS칼텍스 박준완 팀장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그는 앞으로 마케팅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대형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과 콘텐츠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형태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20일 지디넷코리아가 개최한 마케팅 스퀘어 컨퍼런스(MSC)2015에서 발표를 맡은 박 팀장은 마케팅 담당 부서에서 3개월 간 작업해서 어떤 메시지를 만든 뒤 특정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번에 터뜨려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 내는 '볼링게임'과 같은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시대는 지났다고 설명했다. 그보다는 핀볼게임처럼 핀으로 공을 쳐야하는 것은 맞지만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어떤 곳에서 점수를 내는 방식의 '온고잉(on-going)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GS칼텍스 박준완 팀장

그는 "기업 커뮤니케이터에게 첫번째 이해당사자가 고객인 것은 분명하다"며 "담당자들이 폼나는 광고를 만들어서 내보낸다고 해도 아무런 피드백도 받지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가 앞으로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이 주목해야할 키워드로 꼽은 것은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다. 우리말로 하면 관계맺기 정도로 볼 수 있다.

관계맺기의 중요성이 부각된 사례 중 하나로 그는 영화 '역린'에 대한 얘기를 다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페이스북 사이트에는 역린에 대한 예고편을 소개했지만 '좋아요'나 '공유하기'를 누른 수를 백여건 남짓한 수준에 머물렀다. 경품을 내걸기도 했으나 반응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사 전문가인 설민석 선생님을 통해 '역린'이라는 단어의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한 내용에 대해서는 '좋아요'가 9천여건, 공유가 몇 천 건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고객 혹은 잠재 고객들과 얼마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콘텐트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려울 수도 있는 역린이라는 단어에 대해 한국사 전문가가 마치 인터넷강의를 하듯이 설명하면서 대중들과 더 친밀하게 관계맺기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2010년 처음 소셜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알게돼 GS칼텍스 팬페이지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직장생활 16년만에 헤드헌터를 만났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도 않은 'ㅋㅋㅋ'와 같은 종류의 댓글들을 보면서 난감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가 강조한 소셜공간에서의 관계맺기가 논리적인 정보전달이나 이성적인 해결책을 다루는 일명 '형제들의 화법'이라기보다는 비논리적이지만 일상에서 공감하고, 경청하는 '자매들의 화법'이라는 점을 알게되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박 팀장에 따르면 지금은 기업 입장에서 시청률과 열독률이 떨어진 TV, 신문은 물론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와 페이스북 등 접촉해야할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너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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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중요한 것은 "과거처럼 단일한 메시지를 만들어내 모든 플랫폼에 전달하는 빅다이디어 시대는 종말을 맞고 있다"며 "기업 내 팀멤버들 간에 혹은 광고대행사, 심지어는 가족들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잘 정제해서 구조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밝혔다.

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성당은 여전히 미완성인 상태이지만 그 자체로 완성되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동안 수많은 관광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 온고잉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