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언론사 화끈한 상생, 끝은 어딜까?

트래픽-매출 모두 선물…

데스크 칼럼입력 :2015/05/14 16:51    수정: 2015/05/20 15:2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매출과 트래픽.

인터넷 언론사들의 '가려운 곳'을 두 개만 꼽으라고 하면 어떤 답이 나올까?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할 테지만, 대부분 매출과 트래픽을 최우선 덕목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많다.

인터넷 언론사들이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거나, 뻔한 스폰서 기사를 쓰는 건 다 매출과 트래픽이란 양대 목표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관행엔 한 가지 약한 고리가 있다. 언론사(뿐 아니라 대다수 기업)의 존재 이유인 브랜드 이미지는 갈수록 훼손된다는 점이다. 이럴 땐 대부분 브랜드 이미지란 당장 돈 안 되는 가치 대신 매출과 트래픽이란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한다. 국내 언론사들이 ‘기레기’란 비아냥을 듣는 것도 대개는 이런 모순 때문이다.

▲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인 인스턴트 아티클스. <사진=페이스북>

■ 언론사 7대 요구사항 과감하게 수용

페이스북이 13일(현지 시각)부터 본격 선보인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Articles)’은 모순된 저 가치들을 하나로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이젠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 품에 안긴 테크크런치가 페이스북과 언론사들 간의 협상 소식을 자세히 전해주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팀은 지난 해 8월부터 언론사 핵심 간부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 회동에서 버즈피드 관계자는 페이스북 측에 7개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그런데 그 요구 사항들이 매우 구체적이었다.

1. 트래픽 측정을 위해 컴스코어와 연동시킬 것

2. 독자 행태 이해할 수 있도록 구글 애널리틱스와 연동할 것

3. 구글 애널리틱스가 모든 콘텐츠에 작동할 수 있도록 할 것

4. 버즈피드의 내부 분석 툴과 호환될 수 있도록 할 것.

5. 인스턴트 아티클을 버즈피드 콘텐츠처럼 보이도록 디자인 할 것.

6. 퀴즈 같은 특별한 형식을 만들 땐 버즈피드와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할 것.

7. 수익 모델

어찌보면 상당히 도발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요구사항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 조건을 받아들였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올 1월 버즈피드가 요구한 사항들을 전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버즈피드 협상 책임자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토로했을 정도였다.

간단하게 요약해보자.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에서 유발된 모든 트래픽은 해당 언론사 트래픽으로 합산됐다. 쉽게 비유하자면, 현재 네이버나 다음 같은 국내 포털 뉴스 섹션에서 발생한 트래픽을 해당 언론사에 합산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뉴욕타임스 기사 내에 삽입돼 있는 광고.

콘텐츠 내에 광고를 삽입할 수도 있도록 했다. 뉴욕타임스가 인스턴트 아티클에 전송한 첫 기사에는 ’sponsored’란 표시와 함께 광고가 중간에 들어가 있다.

독자들이 인스턴트 아티클에서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는 지에 대한 정보도 모두 해당 언론사에 제공해준다. 분석과 유통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버즈피드처럼 콘텐츠 유통 분석에 공을 쏟는 언론사들에겐 특히 더 그렇다.

인스턴트 아티클이란 중립 플랫폼에서 유통되면서도 개별 언론사의 개성을 살려둔 부분도 눈에 띈다. 페이스북에 전송된 기사가 아니라 뉴욕타임스나 버즈피드 같은 개별 언론사 기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도록 돼 있다.

■ 지난 해 8월부터 언론사 요구사항 수렴

마지막 요구 조건인 수익 모델 역시 페이스북 측이 화끈하게 양보했다. 이를테면 뉴욕타임스 기사에 게재된 첫 광고는 자체 영업했을 경우 전액 뉴욕타임스 매출로 잡히게 된다. 페이스북이 영업을 대신해주더라도 수수료 30%만 뗀다.

기자는 페이스북이 ‘포털형 뉴스 서비스’를 한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부터 예의주시해 왔다. 뉴욕타임스 같은 천하제일 언론사가 왜 불 속으로 뛰어들려고 하는 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첫 날 나온 서비스를 보면서 그들이 왜 동참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명실상부한 상생모델이라고 평가할만했기 때문이다. 특히 트래픽을 해당 언론사에 넘기기 위해 컴스코어 같은 특정 전문업체와 논의까지 한 부분은 상당히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 <사진=페이스북>

그럼에도 불구하고 찜찜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 화끈한 상생 모델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란 삐딱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일단 현재 서비스 모델로는 페이스북이 갖고 가는 게 너무 없어 보였다. ‘8초에 달하는 언론사 사이트 로딩 속도’와 ‘뉴스 볼 때마다 링크 누르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사해동포적인 가치관(?)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런 의심도 한번 해봤다. “혹시 초기에 언론사들을 유인하기 위해 화끈하게 양보한 것은 아닐까?”란 의구심. ‘여우와 원숭이’ 우화와 비슷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란 불안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 한 없이 부러운 모범적인 상생 모델

하지만 그보다 더 내 뇌리를 강하게 때린 건 따로 있었다. 플랫폼과 콘텐츠 업체간의 ‘화끈한 상생 모델’이 바로 그것이었다. 최소한 지금까지 공개된 부분만 놓고 보면 인스턴트 아티클은 ‘기름진 목초지’를 갖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가 해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처럼 보인 때문이다.

물론 ‘목초지 소유자’ 만 부러웠던 건 아니다. ‘공유지’일수도 있는 목장을 기름지게 하기 위한 언론사들의 노력도 눈에 띄었다. 저마다 정성이 가득 담긴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가 첫날 인스턴트 아티클에 전송한 기사는 뉴욕타임스 사이트에서 흔히 보던 고품격 디지털 기사로 결코 손색이 없어 보였다.

관련기사

어쩔 수 없이 ‘상생’과는 반대쪽으로 자꾸만 흐르고 있는 국내 인터넷 언론 생태계에 눈이 갔다. 한 쪽에선 ‘공유지의 비극’을 얘기하고, 또 다른 쪽에선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라고 목청을 높이는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이젠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걸까? 우리는 저들처럼 화끈한 상생 모델을 만들 순 없는 걸까?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 첫날 감상기를 끝내면서 내 뇌리를 계속 때리는 두 가지 질문이었다. 당분간은 이 질문들의 숲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벌써부터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