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도 700MHz 필요 “방송할당 유례없어”

통신학계, 228MHz 기존 방송망 고도화 통해 지상파 UHD 가능 지적

일반입력 :2015/05/13 19:06    수정: 2015/05/14 07:41

“700MHz 주파수를 방송에 주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홍인기 경희대 교수)

“지난 1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21차 ITU-R WP 5D 회의에서는 제1지역인 유럽, 아프리카의 700MHz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채널 배치안이 반영된 권고 개정안을 마련했다.”(황승훈 동국대 교수)

“직접 수신율이 6.8%에 불과한 상황에서 똑같은 방송을 HD와 UHD로 동시방송을 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것이냐.”(유지상 광운대 교수)

“기존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발생한 주파수 여유 대역에 대한 활용에서 이동통신 인터넷 네트워크 속도개선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57.1%, 지상파 방송의 화질개선에 활용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27.1%에 그쳤다.”(김희정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분배하는 것에 대한 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주파수 분배 동향, 효율성, 경제성, 방송 환경과 패러다임 변화, 이용자‧시청자 요구 등 모든 사항을 고려해도 700MHz 주파수를 UHD에 활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13일 한국통신학회 주최로 열린 ‘미래 주파수 활용 기술 세미나’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들은 700MHz 주파수의 UHD 분배가 갖는 문제점을 이처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향후 5G와 콘텐츠 발전 방향 등을 고려해 700MHz를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시티·커넥티드카·드론에도 주파수 필요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따른 주파수 소요량을 감안할 경우 700MHz를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통신학계의 의견이다.

특히, 최근 KT가 내놓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이동통신3사로 확산되면 향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더 급속하게 증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202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5G의 상용화도 데이터 트래픽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외국 기관에서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율을 적게는 10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예측키도 했지만 광개토플랜에서는 7배 정도로밖에 예측하지 않았다”며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서 예측한 데이터 트래픽 보다 현재 사용되는 트래픽이 이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일각에서 한국과 미국의 인구기준 데이터 트래픽을 비교하며 이동통신용 주파수의 필요성을 희석시키려 하지만 좁은 지역과 넓은 지역의 트래픽 비교는 의미가 없고 공평한 비교도 아니다”라며 “인구 밀도 당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주파수를 가장 알뜰하게 사용하는 나라이고 사업자들이 세계 최고의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며 이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시스코, 메릴린치, 글로벌 와이어리스 매트릭스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구밀도 대비 주파수량은 한국이 0.042로 미국의 0.229, 호주 0.143, 캐나다 0.147, 일본의 0.077보다도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향후 5G 서비스 시나리오 중에는 현재 7억개 정도 연결된 기기들이 향후 1천억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모바일로 연결된 클라우드, 빅데이터 성장을 위해서 주파수 트래픽을 확보해야 한다”며 “u시티, 커넥티드카, 드론 등의 활용을 위한 주파수 역시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700MHz 방송 분배는 글로벌 동향 역행

학계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일 중 하나는 700MHz의 방송용 할당이 글로벌 동향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황승훈 동국대 교수는 “가장 최근인 지난 1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ITU-R WP 5D 회의에서는 유럽, 아프리카, 아랍에서 700MHz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채널 배치안이 반영된 권고 개정안이 마련됐다”며 “이미 궁극적으로 합의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오는 7월로 예정된 차기 회의에서는 추가 논의 후에 이를 상위 그룹인 SG5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IMT 대역의 채널 배치 방안을 보면 지상파TV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가능해진 주파수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키로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향후 이 대역의 활용방안 수립 시 반드시 국제적인 추세를 고려해 활용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파수는 국제적 공조가 필수적인 사항이고 글로벌 공통대역을 형성함으로써 규모의 경제효과 달성이 가능하고, 기술고립을 방지할 수 있으며, 통신장비 시장에서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美 최대 케이블쇼, INTX 이름 바뀌어”

유지상 광운대 교수는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케이블 행사인 NCTA가 행사이름을 INTX(the Internet & Television eXpo)로 바꾸었다”며 “케이블을 빼버리고 인터넷 프로바이더로 변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상반기 5천만을 돌파하며 매출 5조를 넘어선 반면, 컴캐스트 가입자는 2천190만에 불과하고,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인터넷방송 가입자가 케이블 방송가입자를 넘어섰다”며 “아울러, INTX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지상파 재송신료가 너무 비싸 케이블사업자들이 케이블과 지상파를 분리하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방송의 개념과 환경이 변화하는 대표적 사례이며, 때문에 방송사는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유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UHD를 무조건 지상파가 해야 하느냐, 그것은 아니다”라며 “넷플릭스가 갖고 있는 UHD 콘텐츠가 어마어마한데 내년 7월 상륙을 앞두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UHD를 지상파가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IP화 디지털화 되는 방송 환경에 더 빨리 적응하고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지난해 지상파가 18개 계열PP와 재전송료, VOD 수익을 통해 거둬들인 돈이 1조였다”며 “또 UHD를 송출하면 이에 대한 재전송료도 요구할 텐데 상업화되는 지상파에 공공재인 주파수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똑같은 방송을 HD와 UHD로 동시 방송하는 것이 주파수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가 디지털 전환 시에도 직접수신비율을 30%까지 높인다고 했는데 오히려 이 수치는 더 떨어졌다”며 “2020년 UHD 가입자가 일정 숫자를 넘어가면 HD를 중단하고 UHD로 중단한다고 하는데 그럼 UHD TV를 보유하지 못한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또 세금으로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 UHD TV 보유자도 700MHz 이동통신 속도개선 용도 바람직

특히, 일반인들도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의 방송 화질개선보다 이동통신 속도개선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설문조사기관인 포커스컴퍼니를 통해 지난 3월16일부터 사흘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으며, UHD TV를 보유한 응답자도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방송 화질 개선보다 이동통신 속도개선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선호했다.

김희정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설문 이전에 일반 이용자들이 700MHz 주파수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아날로그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한 유휴 주파수라는 점을 먼저 설명했다”며 “그럼에도 주파수 여유 대역을 이동통신 인터넷 네트워크 속도개선에 사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57.1%로 지상파 방송 화질개선에 활용해야 한다고 응답한 27.2%보다 월등히 많았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조차 이동전화의 인터넷 속도와 TV 화질의 중요도 비교에서 빠른 인터넷 속도를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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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임주한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전 ETRI 원장)은 지상파 UHD에 700MHz를 활용하는 방안 외에도 다른 여러 방안들이 있다며 지상파 UHD에 700MHz 사용을 고집하는 것은 명분도 논리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원장은 “현재 지상파가 2012년 12월 디지털 전환을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방송망의 주파수 채널로 228MHz폭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주파수를 과다 이용하는 것”이라며 “기존 디지털 방송망을 고도화하면 3년, 3천억원 정도면 UHD 방송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는 하지 않는 방송용에 700MHz를 할당하는 이상한 짓”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