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그리는 초연결 시대 청사진 보니

IoT 개발 플랫폼 '아틱' 공개, 구체적 로드맵 윤곽

일반입력 :2015/05/13 15:12    수정: 2015/05/13 16:20

정현정 기자

전세계 IT 업계 화두로 떠오른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시장을 선점하려는 주요 기업들의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삼성전자가 2020년을 목표로 한 사물인터넷 청사진을 가장 먼저 완성했다.

5년 안에 자사 모든 제품을 100% 연결할 뿐만 아니라 타사 이종 기기 간 연결도 가능하도록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망라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폰과 가전 분야 세계 최대 업체로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는 유일한 회사다. 여기에 지난해 관련 업체 인수로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보강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사 제품 간 사물인터넷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개방형 플랫폼으로 더 많은 기업과 개발자를 유인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샌프란시크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제2회 'IoT 월드'에서 사물인터넷 기기를 제품화 할 수 있는 솔루션인 '아틱(ARTIK)' 모듈 3종을 공개했다. 모듈은 '아틱1', '아틱5', '아틱10' 등 세 종류로 초소형 제품부터 드론, 스마트홈 허브까지 다양한 제품군에 맞춰서 사용할 수 있도록 크기와 기능이 세분화됐으며 가격대도 10달러 이하부터 100달러 이하까지 다양하다.

단순히 각종 사물인터넷 기기에 탑재되는 소형 반도체로 이해하면 쉽지만 삼성전자는 여기에 소프트웨어, 드라이버, 스토리지, 보안솔루션, 개발보드, 클라우드 기능을 집적해 모듈 형태로 제공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이를 통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사물인터넷 기기 개발이 가능하다. 일종의 사물인터넷용 '턴키' 솔루션이다.

아틱은 삼성전자가 5년 내에 스마트폰부터 냉장고까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제품의 90% 이상을 인터넷에 연결해 사물인터넷이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힌 로드맵을 완성하는데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올해 초 CES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대표는 IoT 제품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려 TV는 오는 2017년, 나머지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은 2020년까지 100% IoT에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사물인터넷의 폭발적인 잠재력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까지 260억개의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될 전망이다. 2009년의 9억개에서 300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는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2020년이면 3조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모바일과 가전 부분에서 생산한 제품은 6억6천500만대다. 핵심 사업인 모바일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는 자체 컴퓨팅 기능이 없는 수 많은 가전 제품에 아틱 플랫폼을 탑재한다면 가능성은 어마어마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생각을 하는 회사가 삼성전자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사물인터넷 시장은 춘추전국 시대나 마찬가지다. 모바일과 PC, 가전, 솔루션 등 각 산업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모든 업체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사물인터넷 시장에서도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가전업체와 개발자들을 자사 생태계로 끌어들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인텔은 앞서 아틱 모듈과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이미 공개한 바 있다. 지난 1월 CES에서 인텔은 '큐리(Curie)'라는 이름의 웨어러블용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버튼 크기의 이 모듈에는 인텔 쿼크 프로세서와 메모리, 블루투스 저전력 라디오, 각종 센서, 배터리 충전 기능 등이 포함돼있다. 큐리는 올해 하반기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퀄컴은 반도체 업계에서 사물인터넷 생태계 조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업체다. 기기 간 연결 플랫폼인 '올조인(AllJoyn)'을 통해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또 '올씬얼라이언스'라는 이름의 사물인터넷 컨소시엄도 주도하고 있다.

올씬얼라이언스에는 LG전자를 비롯해 하이얼, 파나소닉, 샤프, 소니, 일렉트로룩스 등 거의 대부분의 가전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실리콘이미지, 티피링크, HTC 등 현재 150여개의 업체가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플랫폼 사업자 진영에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애플은 이미 가정용 사물인터넷 플랫폼 '홈킷'(HomeKit)을 발표했고 구글도 지난해 1월 IoT 전문업체인 네스트랩스를 인수하는 등 사물인터넷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 혹은 인수를 통해 확보했다. 시스코, IBM 등 솔루션 사업자들도 적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떤 업체도 글로벌 가전업체이자 안드로이드 진영 최대 모바일 업체인 삼성전자의 협조 없이는 절반의 성공 밖에 거둘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사물인터넷을 완성하려면 운영체제(OS)나 기기 종류, 제조사에 상관없이 모든 기기가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돼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지난 CES에서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기조연설 중 깜짝 손님으로 등장한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IoT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플랫폼의 호환성이 떨어지고 산업 간 협업도 원활치 않다는 게 IoT 시대의 도래를 막는 커다란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같은 장벽을 없애고 사물인터넷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전 산업계가 동참해줄 것을 제안하면서 대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날 IoT 월드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사물인터넷 산업 발전을 통해 물 부족, 교통체증, 고령화, 환경오염, 개인건강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며 산업간 협력을 강조했다.

앞서 CE 부문 윤부근 사장도 점차 사물에서 집, 도시, 지구 전체로 IoT의 연결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면서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산업계 모두가 인류의 발전과 영속성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혁신적인 미래를 창조하는데 동참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업체들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개방형 플랫폼 업체인 스마트싱스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스마트싱스의 기술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으로 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인 아틱 모듈과 함께 발표된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스마트싱스 오픈 클라우드'를 함께 발표했다. 스마트싱스 오픈 클라우드는 연결된 기기나 종류나 프로세서에 상관없이 연동을 가능하게 하는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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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삼성전자는 개발자들이 삼성전자의 개방형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발자 대회를 열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등 개발자 지원에 올해 1억달러(약 1천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또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상금 10만 달러를 내걸고 IoT와 아틱을 활용해 수자원 절약이라는 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는 팀을 찾는 '아틱 챌린지'를 발표했다.

손영권 사장은 우리는 사물인터넷 제품 개발을 위한 업계에서 가장 진보되고, 개방되며, 안전한 플랫폼을 제공한다면서 삼성전자의 대규모 제조능력과 앞선 공정 기술, 반도체 패키징 기술력, 광범위한 생태계를 통해 아틱은 개발자들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IoT 제품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