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성 대표 “티몬에 우버 DNA 심는다”

“기존 인프라 활용해 배송·상품·서비스 혁신 이룰 것”

일반입력 :2015/05/13 11:25    수정: 2015/05/13 11:35

호텔 안내는 물론, 여행과 쇼핑까지 투숙객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처럼 스마트폰을 통한 각양각색의 컨시어지 서비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모든 것이 우버화 되고 있다”는 말이 생길 만큼 스마트폰으로 호출만 하면 의사·요리사·주차 요원·쇼핑도우미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들이 금세 내 앞까지 온다.

얼마 전 모회사 그루폰으로부터 일부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권을 되찾은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가 구상하는 그림 역시 ‘소셜커머스의 컨시어지화’다. 기본적으로 물류센터를 기점 삼아 배송시간 단축도 구현할 계획이지만, 우버처럼 기존에 잘 깔려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당일배송·1~2시간 내 배송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쿠팡처럼 모든 걸 다 사야지만 빠른 배송이 가능한 건 아닙니다. 또 로켓배송을 위해 물류협회와 싸우는 무거운 방식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고 봐요. 우버처럼 기존에 존재하는 인프라를 플랫폼에 앉혀서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우버스러운 접근이 오히려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배송 시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에어비앤비가 힐튼 호텔보다 더 큰 체인이 됐다고 하는 건 전세계 호텔들을 모두 샀기 때문이 아니거든요. 존재하는 것들을 모바일로 잘 묶어서 활용함으로써 엄청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죠.”

신현성 대표는 2020년이 되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100조원 규모로 커지는데, 이 중 20조~30조를 티몬이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2조원 규모의 거래량을 5년 안에 10배 늘리겠다는 뜻이다. 이로써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 넘버원이 되겠다는 포부다.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배송상품에만 집중하는 반면, 티몬은 라이프스타일 커머스라고 해서 지역·배송·여행상품 모두를 아우르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주 여행을 위한 필수품부터 호텔 및 항공권, 그리고 식사도 티몬에서 구매하는 소비 습관이 가능한 것이죠. 타 소셜커머스와도 겹치는 서비스가 있지만 결국 실행력의 차이가 크다고 봐요. 누가 더 빨리 잘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2012년 기자가 신현성 대표와 만났을 당시 티몬의 핵심 목표는 ‘흑자전환’이었다. 하지만 현재 신 대표의 생각은 정반대가 됐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을 잠시 미루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더 큰 시장을 보게 된 것 같아요. 2012년에는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전체 전자상거래에서 1등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이 생겼어요. 우리의 경쟁자는 쿠팡·위메프가 아니라 지마켓·롯데·신세계입니다. 2~3년 안에 상위권에 진입한 뒤, 5~6년 뒤에는 1등하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조금씩 벌면서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건 어리석은 거죠.”

티몬은 올 하반기 생필품 장보기 전문인 티몬 마트와,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경계를 완벽히 무너뜨릴 패션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장지동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세우고 강남3구를 중심으로 빠른 배송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티몬 마트나 쇼핑 서비스는 별도의 앱으로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 오픈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백화점, 마트 등의 고객들을 모두 티몬으로 끌어온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내달 중 사모펀드 KKR과 앵커 등으로부터 받는 810억원의 투자금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티몬이 국내에 소셜커머스를 만들고, 배송상품과 모바일 도입 등 혁신과 재미를 줬다고 자부하지만 지난 2~3년 간 우리만의 색깔을 잃었던 것 같아요. 예산 사용이 보다 유연해진 만큼 브랜딩 활동도 강화하고, 티몬만의 유쾌하고 재치 있는 성격을 부활시킬 생각입니다. 가장 간편한 모바일 쇼핑 경험을 티몬이 줄 겁니다. 신세계, 지마켓뿐 아니라 스타트업보다 더 빨리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티몬의 힘입니다.”

신현성 대표는 지난 2011년 리빙소셜에 회사를 매각할 당시 북미와 아시아에서 각각 1등인 소셜커머스 기업이 함께 손을 잡게 되면 전세계를 호령할 수 있다는 비전을 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신 대표가 그린 그림과 다르게 흘러갔다. 재정난에 빠진 리빙소셜이 티몬을 그루폰에 팔았고, 그루폰마저 재무적인 압박을 받아 티몬의 자금줄을 움켜쥐었다. 그 사이 쿠팡과 위메프가 티몬을 치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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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 년 간 숨죽였던 신현성 대표가 다시 한 번 링 위에 올라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1위를 위한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티몬을 매각하고 나가겠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유통 시장의 넘버원이 될 수 있다는 거대한 꿈, 이 정도 사이즈의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올까 싶어요. 인생에 단 한 번의 기회일 수 있는 거잖아요. 티몬의 수많은 구성원들은 도전적인 일을 해보겠다고 모험을 선택한 소중한 분들입니다. 이런 소중한 경험의 끝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