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음성 무료 '방아쇠'…SKT, LGU+는?

새로운 요금제, 사용자 대이동 불러올수도

일반입력 :2015/05/07 18:00    수정: 2015/05/07 18:40

KT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 출시로 이동통신 시장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전망이다. 초당 음성 통화, 건당 문자메시지(SMS)로 요금을 부과하던 틀에서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과금하는 새로운 판이 열렸다.

7일 KT가 2만원대 음성-문자 무제한 요금제를 비롯한 요금제를 선보이며 데이터 요금제 시대를 선언했다.

KT의 공격적인 데이터 요금제 출시를 시작으로 요금제 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도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를 마치는 대로 데이터 중심의 미래형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후발 사업자인 LG유플러스도 다음주 유사 요금제 출시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 개편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의 설명처럼 데이터 중심의 이동통신 이용 패턴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

음성통화와 문자 완전 무제한에서부터 망내 무제한, 데이터 무제한에 이르는 국내 요금제 변화를 보더라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개편은 언제 누가 시행하느냐의 문제였다. 정부도 데이터 요율 체계를 마련하는 등 관련 작업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다.

그러나 KT의 2만원대 음성 무제한 요금제는 국내 통신시장에 큰 파격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20여년 넘게 음성을 중심으로 해 온 이동통신 기반을 데이터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인 데다, 실제 요금제 전환에 따라 사용자층의 대대적인 이동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주목할 점은 이같은 충격의 진원지가 LTE 도입이 한발 늦어 'LTE 저주'의 악몽에 시달렸던 KT의 공세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LTE 상용화 이후, 줄곧 요금이나 서비스 혁신을 가장 먼저 수행했던 LG유플러스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큰 관심사다.

그동안 LG유플러스는 음성 무제한과 데이터 무제한, 비디오 특화 상품 등 LTE 부문에서 가장 앞서 리더십을 과시했다. 또한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에도 중고폰 선보상제와 같은 신규 서비스 출시로 이통3사 가운데 유일하게 가입자 순증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해 왔다.

LG유플러스 측은 KT의 발표에 대해 “2만원대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비롯해 경쟁사 대비 고객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새로 개편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등을 담은 미래형 요금제를 다음주 선보이겠다”고 견제에 나섰지만,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 개편에서는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발 사업자의 공세를 후발 사업자가 따라잡으려면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이 때문에 LG유플러스가 가장 늦게 데이터 기반 요금제를 내놓는다면 보다 더 차별화하거나 더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아해 한다. 선발 사업자의 요금제와 엇비슷한 상품을 모방하거나 혁신에 뒤쳐질 경우, 그동안 LG유플러스가 LTE 시장에서 힘들게 쌓아왔던 명성이 한 순 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통신사가 신규 상품을 준비하는 작업은 방대하다. 최소 수익을 보장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필요하고, 마케팅 전략까지 수반돼야 한다. 특히 시장 지배력이 낮은 후발 사업자가 선발 사업자의 요금제를 모방하는데에는 더 철저한 전략과 마케팅 수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시장 방어를 위해 선발 사업자의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모방할 경우,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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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KT의 파격적인 행보에 힘을 거들고 나선 것도 경쟁사들로서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국회 미방위 야당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에서 일본의 2만7천엔 요금을 소개하며 2만원대 국내통화 완전 무료화 및 데이터 사용을 기반으로 한 요금제 출시를 주장해 왔다”며 “KT가 음성통화를 기반으로 한 요금제에서 벗어나 데이터 선택 요금제로 조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 의원은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타 이통사에도 “가격경쟁을 통해 국민들의 실질적 통신비 부담 완화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