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시대' 고개드는 전기차 위기론

美서 판매량 감소-불편한 충전시스템 '이중고'

일반입력 :2015/04/30 15:39    수정: 2015/04/30 15:54

저유가 시대를 맞아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가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분석 사이트 에드먼즈닷컴이 이달말 내놓은 통계를 보면, 올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운전자 중 22%가 일반 SUV 차량으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보다 무려 4%나 늘어난 수치다.

에드먼즈닷컴은 이같은 수치가 저유가 시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평균 휘발유 값은 1갤론당 2.27달러로 지난 2012년 평균 4.67달러보다 낮다.

저유가 시대를 맞이하다 보니 전기차 판매도 주춤하고 있다. 올해 미국 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합산 판매는 전체 차량의 2.7%로 지난해 3.3%에 비해 0.6% 하락했다. 반면에 SUV는 지난해 31.8%에서 올해 34.2%로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알려진 닛산 리프의 미국 판매량도 시원치 않다. 올해 1분기 닛산의 미국 판매량은 4천대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내려갔다. 리프뿐만 아니라 쉐보레 볼트도 미국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볼트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0%나 떨어졌다. 스파크 EV 판매량도 부진이다.

■미국인 마음 움직이지 못한 ‘전기차 충전소 확충 계획’

미국의 전기차 판매는 올해초까지 상승 곡선을 이어갔다. 미국 IT매체 리코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 내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는 30만대 수준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상승곡선을 그려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늘어날 수 있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충전소 확산에 나선 기업도 있다. BMW와 폭스바겐은 올해 초 전기차 충전소 신설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말까지 미국 동서부 해안가 중심으로 100여개의 전기차 전용 충전소를 신설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폭스바겐은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 확충을 위해 1천만달러(한화 109억)를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BMW와 폭스바겐의 충전소 확충 계획은 전기차 수요 확산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1분기가 지난 현재 BMW와 폭스바겐의 계획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저유가 시대를 맞아 환경에 대한 고려보다는 넓은 SUV를 고르겠다는 현지 심리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보다 수소연료전지차가 미래 자동차의 주요 동력원”

최근 전기차가 부진하자, 전기차보다 수소연료전지(FCEV)차가 미래 자동차의 주요 동력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프랭크 팔루치 혼다 아메리카 R&D 담당 사장은 카앤드라이버와의 인터뷰에서 혼다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현황을 강조하며, 전기차보다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낸 업계 임원이 있다.

수소연료전지 모델 미라이 개발을 담당한 다나카 요시카즈는 일본 요코하마 현지에서 열린 미라이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전기차의 충전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전기차에 대한 인식은 보편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와 달리 수 많은 요소들을 끌어내 충전할 수 있다며 수소연료전지차의 보편화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전기차 위기, 해법 찾을까

전기차 위기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5월 3일부터 6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제 28회 세계 전기차 학술대회(EVS28)이 열린다. 이 자리에는 권문식 현대차그룹 사장, 래리 니츠 GM 부사장, 질 노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 부회장 등이 참석한다.

세계전기자동차협회와 아시아태평양전기자동차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의 현재와 미래 등을 논한다. 특히 최근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이 때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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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대회에서는 무선충전 기술이 위기에 빠진 전기차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앤서니 톰슨 퀄컴 유럽 신사업 및 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다음달 6일 킨텍스에서 자사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 헤일로(Halo)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다. 퀄컴 헤일로 기술은 지상에 부착된 충전 패드를 통해 케이블이나 커넥터 없이 충전이 가능한 자기유도 방식 충전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