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MS 엣지를 특히 주목해야 할 이유

일반입력 :2015/05/06 08:09    수정: 2015/05/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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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MS 새 브라우저가 웹 생태계에 던진 메시지

2)엣지에 비친 MS 브라우저 전략의 비밀

3)한국이 MS 엣지를 특히 주목해야 할 이유

4) MS 엣지로 공공·금융·쇼핑 사이트 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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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IE를 대신할 새로운 웹브라우저 엣지를 공개했는데, IE에 초점이 맞춰진 웹인프라가 많은 한국의 반응은 의외로(?) 뜨뜨 미지근하다. 관련업계는 엣지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거나 아직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모습이다.

웹개발자의 경우 새롭게 최적화해야 할 브라우저가 하나 더 늘었다는 반응 정도다. 공공기관이나 금융권, 기업 인터넷 운영자 등도 특별히 대응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엣지는 윈도10에서 인터넷익스플로러(IE)11를 대신하는 기본 웹브라우저다. 하지만 IE11이 윈도10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IE는 계속 사용할 수 있으며, 언제든 사용자 마음대로 윈도10의 기본 브라우저 설정을 IE11으로 바꿀 수 있다. 엣지는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는다. 공인인증서나 국내 인터넷 환경에 퍼져있는 수많은 액티브X는 엣지 대신 IE11를 사용하면 된다. 사용자 입장에선 심각하게 불편하지 않다.

한 웹 표준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엣지 출시가 MS입장에선 큰 의미가 있겠지만 개발자와 업계, 사용자들에게 큰 돌풍을 일으킬 만해 보이질 않는다. 필요한 사람들은 계속 IE를 쓰면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엣지가 나오더라도 IE나 윈도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벌어졌던 호환성 문제는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엣지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MS가 언제까지 IE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지 확신할 수 없다. 수년 뒤 MS가 IE를 폐기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는 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또 다른 웹 표준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MS가 IE6를 걷어 내고 최신 브라우저 사용을 독려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시간을 두고 엣지 브라우저를 사용자들에게 밀어 넣기 위해 프로모션을 할텐데 (엣지에서 열리지 않는 사이트가 많으면) 혼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MS에 종속적인 환경을 만든 건 우리 사회”라며 “우리 인프라가 IE종속적이게 만들어 졌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었던 거지 MS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언젠가 MS가 IE에 대한 투자 중단하는 시점에 한국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IE6 이후 한국, 특히 정부 웹서비스가 MS의 행보에 대응해온 방식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땜질’이었다. 새 IE 버전이나 윈도 OS가 나올 때마다 새롭게 웹 서비스를 만들거나 수정했다. 애초에 만든 서비스가 표준을 활용하지 않았으므로 그때그때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했다. 이를 위해 웹 개발자는 동일한 URL의 웹사이트를 모든 IE 버전마다 따로 만들어야 했다.

브라우저가 IE만 있다면 그마나 나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IE 천하였던 브라우저 시장은 2000년대 후반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오페라 등이 확산되면서 경쟁 체제로 재편됐다. 멀티 브라우저 이슈가 터졌고, 웹개발자가 만들어야 하는 웹사이트는 IE 모든 버전,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오페라 등에 맞게 제각기 최적화돼야 했다. 이젠 모바일 기기까지 고려해야 한다.

웹사이트 운영자 입장에선 비용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입장이다. 웹개발자가 만드는 웹사이트의 브라우저별 버전 개수는 개발 프로젝트의 개수와 같다. 엣지가 나오면 운영자는 엣지용 웹페이지 구축 프로젝트에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경기침체로 투자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새 브라우저에 관심을 갖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한국에서 만든 인터넷서비스는 한반도를 벗어나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글로벌 웹서비스가 나오기 어렵다. 서비스 운영자는 한국용과 글로벌용 두개의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한번 만든 웹사이트를 손대지 않고 방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웹사이트도 여느 IT처럼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필요로 한다. 브라우저 버전별로, 글로벌 버전까지 유지보수 비용이 투입된다. 예산에 여유가 없는 기업이나 기관은 유지보수를 하지 않거나, 최대한 단가를 낮춰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한다. 웹기술 관련 시장이 크지 못하고, 점점 더 쪼그라드는 이유다.

국내 금융보안업계 관계자는 “IE개발자가 웹프로그램 개발하는 단가가 800만원 수준인데 멀티브라우저를 지원하려면 1천600만원으로 두 배가 든다. 규모가 크지 않은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엣지를 포함한) 멀티브라우저 환경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웹으로 무언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보자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은 점점 더 세계 흐름에서 고립돼 간다. 수년 뒤 한국은 세계 유일의 IE 왕국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IE를 만든 MS조차 IE와 액티브X를 버리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세계 웹진영의 분위기는 한국과 다르다. 윈도와 별개이면서 뛰어난 성능, 어떤 기기서도 사용가능한 크로스플랫폼, 웹표준 지원 등 강력한 브라우저의 등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 양상이 브라우저 자체보다 웹표준 기술에 집중된다.

웹기술 전문가들은 스파르탄 등장 이후 웹 기술의 활용이 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점친다. CAD나 고해상도 동영상 편집툴 같은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이 웹으로 이식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엣지는 기술 플랫폼이 바뀌는 마지막 장면이다. 그렇다면 엣지의 등장은 한국 웹 환경을 세계 흐름에 맞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엣지 이후 한국 웹을 바꿀 만한 대형 사건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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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준비해서 바꾸지 않으면 언젠가 대혼란은 현실화될 수 있다. 한국 웹은 표출될 수단을 찾지 못해 헤매게 될 것이다. 사용자는 인터넷을 정보획득의 수단으로 밖에 쓰지 못하게 된다. 한국 웹은 암덩이를 안고 나이 들어가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엣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4편에 계속(☞MS 엣지로 공공·금융·쇼핑 사이트 써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