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 실험에 파괴된 英 첫 인공위성

우주 핵실험에 영국 ‘아리엘 1호’ 작동 멈춰

일반입력 :2015/04/20 10:10

미국이 우주에서 진행한 핵 실험으로 영국의 첫 위성이 파손됐던 흥미로운 사건이 재조명 됐다.

20일 기즈모도는 미국과 영국이 공동 개발한 위성 ‘아리엘 1호’가 미국의 핵실험으로 손상됐던 일화를 소개했다.

현재 ‘우주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나라’가 거론될 때 영국은 여기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영국은 궤도에 인공위성을 안착시킨 세 번째 나라다. 불과 몇 달 후 해당 위성이 미국의 핵 실험으로 파손 돼 제 기능을 못했지만 영국이 우주 개발에 일찍 나섰던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당시 파손된 위성은 아리엘 1호다. 핵심 시스템은 영국 측이 맡았으며, 궤도에 쏘아 올린 것은 미국 나사가 진행했다. 영국 측이 아리엘 1호 아이디어를 나사에 제의한 것은 나사가 다른 나라의 연구 장비 발사에 협력하기로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미국과 영국의 가까운 관계도 있고, 세부 협력이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장비 개발 승인과 위성 제조는 급물살을 탔다. 그리고 드디어 1962년 4월26일 최초의 양자 협력에 의한 프로젝트가 무사히 궤도로 발사, 영국은 첫 번째 위성의 운용을 시작했다.

나사에 따르면 아리엘 1호에 실린 장비는 “전리층과 태양과의 관계에 대한 최신 지식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지구 대기권의 일부이자, 태양 에너지에 의해 공기 분자가 이온화돼 자유 전자가 밀집돼 있는 전리층의 구조를 밝히는 것이었다.

미션 수행을 위해 아리엘 1호에는 여러 가지 장비가 탑재돼 있었다. 수집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테이프 레코더, 태양 방사선을 계측하는 장치, 전리층의 입자가 우주, 특히 태양에서 외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하는지를 측정하는 기기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1962년 7월9일 아리엘 1호가 궤도에 전리층의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기 시작한 불과 몇 주 후 상황은 급변했다. 아리엘 1호의 방사선 레벨 센서가 매우 높은 값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 당초 영국 측의 연구자들은 기기의 오작동이나 고장에 의한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리엘 1호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을 당시 미군은 피쉬볼 작전의 일환으로 1.4메가톤급 핵무기인 ‘스타 피쉬 프라임’을 대기권에서 폭발시키는 것을 결정했다. 그 폭발이 있었던 곳은 아리엘 1호와 지구 반대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지구 주변 전체의 방사선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아리엘 1호의 시스템이 손상됐는데 특히 태양 전지 패널이 큰 손상을 받아 결국 위성 전체가 작동을 멈추고 말았다.

또한 아리엘 1호뿐 아니라 낮은 궤도에 있던 다른 위성의 3분의 1도 작동이 정지됐다. 이 때 파괴된 위성에는 최초의 상용 통신 방송 위성인 텔스타 위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텔스타 위성은 폭발 당시 아직 궤도에 진입하지 않았었는데, 궤도에 들어간 시점은 폭발 다음날이었다. 하지만 폭발로 생성된 방사선이 사라지는 데에는 몇 년이 걸렸고, 이는 텔스타 위성 설계자들이 미처 계산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폭발에 의해 먼저 명령 시스템의 일부 트랜지스터가 고장 났으며, 몇 달이 지나자 위성 전체가 동작을 멈췄다.

스타 피쉬 프라임의 극비 자료와 기록을 자세히 조사한 역사학자 제임스 플레밍씨에 따르면 미군은 핵폭발이 지구 주위에 원래 있는 방사선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하고자 했다. 물리학자인 제임스 밴 앨런 씨가 이에 협력했다. 그는 지구 주위의 방사선 대역인 ‘밴 앨런대’에 대해 발표한 바로 그 날 핵폭탄 발사를 위해 군에 협력을 시작한 것 같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 후 1963년 부분적 핵 실험 금지 조약에서 대기권이나 우주 공간에서의 핵 실험이 금지됐기 때문에 현재 이런 실험은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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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타 피쉬 프라임의 영향은 저궤도에만 미친 것이 아니었다. 발생한 전자기 펄스는 예상보다 훨씬 크게 폭발해 상공에서 900마일(약 1천400km) 떨어진 하와이에서도 가로등이 수백 개 고장 나고 전화 시스템이 다운되는 문제를 일으켰다.

또 스타 피쉬 프라임의 폭발은 당초 같은 해 6월20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탑재한 로켓이 고도 3만 피트에서 고장이 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핵탄두의 자기 파괴 기능이 작동해 폭발하고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의 존스턴 섬과 모래섬 주변의 바다에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