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의 재정의, 프리미엄 멤버십

전문가 칼럼입력 :2015/04/17 09:49    수정: 2015/04/17 09:52

김승열
김승열

지난 4월 1일, 아마존이 흥미로운 내용의 서비스(?)를 발표하였다. 소비자가 주기적으로 구입하는 물건에 붙혀놓고 버튼만 누르면 주문이되는 ‘대시 버튼(Dash Button)’이 그 주인공이다. 아마존은 대시 버튼을 런칭하기 위해서 월풀, 브라더, 브리타, 바운티, 타이드, 맥스웰 등 17개 업체의 274개 제품과 제휴 계약을 체결하였다. 실제 서비스가 오픈이 되는 올 가을 쯤에는 더욱 많은 업체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IT업계는 물론이고 커머스 및 유통업계에서도 모두 이번 발표에 흥미를 보였다. 발표일의 미묘함 덕분으로 ‘만우절 장난’으로 치부되기도 하였다. 시장의 성과는 지나봐야 알겠지만 그 접근만큼은 신선하기 그지 없었다. '대시 버튼’이라는 하드웨어 기기가 문제가 아니었다. 제휴사를 모집하고 제고없이 직배송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 능력이 놀라운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배송료 무료'라는 파격적인 제안이다.

이러한 커머스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사실, 아마존이 파격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실험할 수 있는 것은 ‘아마존 프라임’을 기반으로 하는 충성 고객 덕분이다. 대상이 되는 고객들은 그만큼 매출을 이끌어 낸다는 신뢰와 함께 ‘연회비’를 통해 ‘배송료 무료’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시 버튼’은 ‘아마존 프라임’ 회원만을 대상으로 서비스 된다.

아마존 프라임은 2005년에 만들어졌으며 연회비 99달러를 받는다.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을 하면 거의 모든 품목을 미국 본토 기준으로 주문 후 이틀안에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약 4만종의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별도 부담 없이 스트리밍으로 시청할 수 있다. 아마존의 새로운 서비스나 프리미엄 혜택은 모두 이 ‘아마존 프라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미국에서 쉽지 않은 당일 배송을 시도한 `프라임 나우(Prime Now)`라는 시범 택배서비스도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한다.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프라임 뮤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나 TV 수신기 파이어TV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얼마전부터 사진 무제한 저장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이 지금까지 파격적인 실험(!)을 계속할 수 있었던 힘은 '99달러 연회비'를 꼬박꼬박 내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 덕분이라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과연, 실제로 프라임 연회비가 아마존의 매출에 도움이 될까? 월스트리트 등의 주요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4천만명이라고 한다. 연회비 매출만해도 액 40억달러(한화 약 4.3조원)에 이른다. 또한, 프라임 회원은 아마존에서 연평균 1천500달러(한화 약 163만원)를 소비하며 이들로 인한 판매 수입이 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을 할 때, 99% 아마존 사이트에서만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아마존 프라임과 동일한 성격은 아니지만 ‘연회비’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대표적인 커머스 기업이 있다. 미국에서는 55달러, 국내에서는 3만 5천원을 내는 ‘코스트코’이다. 이들은 상품 판매보다는 연회비를 기반으로 매출을 만들어 낸다. 만약에 3.2 달러의 마진이 났다면 상품에 붙히는 마진은 0.8달러에 불과하고 나머지 2.4달러는 연회비 수입으로 충당한다. 작년에 국내 코스트코는 약 2.5조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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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코스트코의 모델을 살펴보다보면 ‘업의 본질’에 대한 화두와 마주친다. 지금까지 커머스는 상품의 마진을 기반으로 존속하고 성장해왔다. 하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연회비를 부가하여 성장하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모델의 등장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마구 뒤섞이는 O2O 환경과 다양한 IoT 기기와 연동되어 상품을 구매하는 시대는 과거의 행태가 의미가 희미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커머스 업체나 IT 기업들이 ‘대시 버튼’과 같이 표면으로 도출되는 기기에만 집중하여 변화를 읽는다면 매우 위험하다. 그러한 모델이 실제로 동작할 수 있는 기반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지난 3월 17일부터 쿠팡이 저귀·물티슈 등 유아동 상품을 비롯해 10여개 제품을 선정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를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연회비가 없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사용자의 변화를 실험하고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개인적으로 유사한 시도가 다양한 업체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승열 IT컬럼니스트

모바일왕국을 꿈꾸는 변방의 블로거로서 모바일 게임, 서비스, 브라우저, 스마트폰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국내 대기업에서 신규 모바일 서비스 전략과 기획을 담당하고 있으며 플랫폼 전문가 그룹(PAG)의 Board Member 이기도 하다. 개인 블로그는 http://www.mobizen.pe.kr이며, 트위터는 @mobizenpekr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