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CC 회전문 인사 폭탄, '망중립성'서 터졌다

전 위원장은 FCC 공격…전 로비스트는 FCC 방어

일반입력 :2015/04/15 11:0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이쯤 되면 ‘돌고 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둘러싼 ‘회전문 인사’ 얘기다.

전직 통신 로비스트 출신인 톰 휠러 FCC 위원장이 강력한 망중립성 규제안으로 공세에 나서자 이번엔 FCC 위원장 출신인 마이클 파월 케이블방송통신협회(NCTA) 회장이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통신업계를 대변하는 NCTA가 14일(현지 시각) FC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보도했다. NCTA 뿐 아니라 미국 케이블연합회, 북미무선통신사업자협회(CTIA), AT&T 등도 FCC를 제소했다.

NCTA는 FCC가 지난 2월 공식 발표한 망중립성 원칙을 통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를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재분류한 부분을 문제삼고 나섰다. 타이틀2가 될 경우 유선전화 사업자에 준하는 ‘커먼 캐리어’ 의무를 지면서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된다.

■ 톰 휠러-마이클 파월, 서로 자리 바꿈

파월 NCTA 회장은 이날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망중립성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통신사업자들이 커먼캐리어 취급을 받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고 밝혔다.

통신사업자들이 FCC를 제소할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됐던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통신 로비 단체와 FCC 간의 묘한 관계 때문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마이클 파월은 부시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4년 동안 FCC 위원장으로 재직했다. 파월은 FCC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6년 뒤인 2011년 NCTA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통신 로비스트로 변신했다.

반면 현재 통신업계를 향해 규제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톰 휠러 FCC 위원장은 마이클 파월과 반대 행보를 보였다. 파월이 FCC 위원장으로 재직할 바로 그 무렵에 통신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톨 휠러는 1979년부터 1984년까지 NCTA 회장으로 재직했으며, 1992년부터 2004년까지는 또 다른 통신 로비 단체인 CTIA 수장으로 일했다. 사실상 둘이 회전문처럼 FCC 위원장과 NCTA 회장 자리를 나눠 맡았던 셈이다.

따라서 FCC의 망중립성 원칙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계속될 경우 ‘회전문 인사’의 두 주역들이 자신이 이전에 몸담았던 기관을 향해 공세를 퍼봇는 진풍경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마이클 파월, FCC 위원장 땐 정보서비스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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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파월은 FCC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2년에 케이블 모뎀 서비스를 정보서비스로 분류했다. 통신법 706조 타이틀1에 소속돼 있는 정보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를 받는다. FCC는 정보 서비스에 대해서는 부수적 관할권만 갖고 있다.

당시 DSL 인터넷 서비스는 커먼 캐리어로 분류돼 있었다. DSL 역시 파월 후임자인 케빈 마틴 FCC 위원장 시절인 2005년에 정보 서비스로 재분류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