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스타트업 눔코리아가 전담 셰프 뽑은 이유

일반입력 :2015/04/14 18:11

집집마다 가훈이 있듯 기업에는 사훈이 있다. 해외 기업들은 미션(Mission Statement)이라고도 부른다. 아마존은 '지구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자', 페이스북은 '전세계를 연결하자'는 게 미션이다. 아마존고 페이스북의 행보를 보면 미션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럴듯한 미션을 걸어넣고 실제로는 엉뚱하게 행동하는 회사들도 많지만 나름 이름이 있는 회사들 사이에서 미션은 나름 중량감을 갖는다.

최근 여의도에 위치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코리아를 찾았을 때도 미션의 힘이 느껴졌다. 눔다이어트코치 등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한 눔의 미션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을 만들자'다. 눔의 기업문화와 비즈니스에도 이같은 미션이 녹아든 듯 보였다.

눔의 기업문화는 전담 셰프가 차려준 식사를 모든 직원들이 함께 먹는 점심시간에도 드러난다. 뉴욕 본사에 이어 올해부터 눔코리아도 전 직원들이 전담 셰프가 직접 만든 건강식으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수 있는 도와주는 제품을 만들려면 직원들도 건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15명 직원 대부분이 식당에 모여 다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닭가슴살 야채 조림, 아스파라거스 수프, 채소 샐러드, 펜네 파스타 등 맛과 건강을 모두 고려한 음식들이 부페식으로 차려졌다. 요리를 만든 셰프를 포함해 직원들이 음식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한 시간 동안 왁자지껄한 점심시간을 즐겼다.

눔코리아는 지난12월 주방이 있어 요리가 가능한 곳을 찾아 여의도 사무실로 이사하고 정규직 셰프를 채용했다. 스타트업으로는 꽤나 파격적인 행보다. 미국 뉴욕의 본사는 직원이 5명이 됐을 때부터 셰프를 채용했다고 한다. ‘전세계인의 건강을 돕자’는 눔다운 문화다.눔은 최근 B2B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눔 아시아 총괄 윤종일 상무는 사업 영역을 넓힌 것 역시 더 많은 사람들을 의미 있는 방법으로 건강하게 해주자는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 도전이라고 소개했다.

눔은 지난 8년간 눔 다이어트 코치를 운영하며 전세계 3천200만명이 사용하는 앱으로 성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식사입력을 쉽게 하는 방법과, 사용자 분석을 통해 맞춤 코칭 메시지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눔이 가지고 있는 이런 경험과 노하우는 기존 B2B헬스케어 기업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들이다.

윤종일 상무에 따르면 식사관리가 질병관리 자체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병원은 물론 생명보험사, 건강보험관리공단 등이 눔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병원에선 눔을 이용하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식사관리가 중요한 환자들에게 쉽게 식사일지를 기록하게 하고 자동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대시보드로 보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진 수기로 식사일기를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번거롭고 부정확한데다 병원에선 이것을 또 일일이 시스템에 옮기는 일도 해야 했다.

눔은 이미 미국과 한국의 대형병원 여러 곳과 협력해 당뇨환자 관리에 눔을 적용해보고 있다. 아직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윤종일 상무에 따르면 눔을 활용한 환자군이 기존 방식대로 식사를 기록한 환자군보다 두 배 가량 더 체중을 감소시켰다고 한다. 눔은 체중관리와 관련이 높은 다른 질병에서도 체중 감소를 넘어 실제 혈당이나 혈압 등이 떨어지는 지도 확인해 임상적을 탄탄한 뒷받침을 해 나갈 계획이다.

눔에게 보험사들도 중요한 사업 파트너다. 보험사 입장에선 고객들이 건강한 것이 수익성 향상에 직결되기 때문에 눔을 통해 고객의 건강을 관리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 지난해 눔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눔 코치 앱을 이용해 비만 고위험군에 근접했던 직장인 100명의 건강증진을 도와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1인당 평균 체중 4.3kg, 체지방률(BMI)은 5% 낮추는 성과도 거뒀다.

관련기사

설립 8년차를 맞은 눔에게 올해는 B2B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시점이다. B2B는 사실 스타트업이하기 쉽지 않은 영역에다. 특히 헬스케어 B2B는 더 그렇다. 단기간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성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필요하다.

윤종일 상무는 다른 다이어트앱 개발사들도 있지만 B2B영역에 도전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눔은 8년 동안 쌓은 역량과 맨파워가 있고 최근 시리즈B투자를 받는 등 자금적인 여력도 마련했기 때문에 B2B 영역에서 도전할 수 있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