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품귀현상’ 보는 2가지 시선

새 공정의 어려움 & 의도된 한정판 마케팅

일반입력 :2015/04/14 15:23    수정: 2015/04/15 08:08

이재운 기자

올해 첫 격돌. 삼성과 애플이 동시에 출격했다. 비록 제품군이 다소 상이하다지만, ‘프리미엄’ 이미지를 한껏 강조하고 새로운 드라이브를 거는 계기로 삼는 제품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갤럭시S6 엣지와 애플워치. 두 제품 모두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점도 닮았다.

14일 두 선두 업체의 품귀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2가지로 모아진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따른 공정의 어려움’, 그리고 ‘절반쯤 의도한 한정판 마케팅’이다.

새로운 것은 늘 어렵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 엣지의 양 측면 모두에 휘어진(Curved) 형태 AMOLED 패널과 강화유리를 사용했다. 각각의 부품을 휘게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구동되도록 해야 하는 점도 문제지만, 더 큰 공정상의 어려움은 이를 견고하게 결합시키는 데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제품 결합 공정 수율(전체 생산량 대비 불량 없는 양품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형태인데다, 최소한 일상 생활에서 떨어뜨렸을 때 쉽게 망가지지 않는 수준을 요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애플워치에 적용한 사파이어 글래스도 비슷한 양상을 겪고 있다. 사파이어 글래스는 높은 경도를 갖고 있어 흠집이 쉽게 나지 않고, 전동 드릴을 사용해도 깨지지 않는 성능을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이 역시 아직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업체가 드물다는 점이다.

때문에 애플은 미국 GT어드밴스드테크놀로지에 투자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자 했으나, 다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막판에 차질을 빚어 결국 대만 소재 관련 업체들에게 공정을 맡겨야 했다. 이는 주문량 대비 공급량이 부족해지는 원인이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사실 전자 업계에서 처음은 아니다. 애플이 아이폰3G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 당시에도 처음으로 개발된 레티나 디스플레이 생산을 맡은 LG디스플레이나 샤프 등의 수율 개선 작업이 이뤄지기 전에 주문량이 폭주해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처음 적용한 소형 AMOLED 패널도 초기에 수율 개선 속도 보다 수요 상승폭이 높아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절반쯤 기획된 한정판 마케팅

애플은 아이팟을 처음 출시하면서 ‘한정판 마케팅’을 들고 나왔다. 공급량을 줄여 시장에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 소비자들은 더 애타게 제품을 찾기 마련이다.

이 같은 전략은 마케팅 분야에서는 고전에 속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이를 사용해왔는데, 특히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샤오미의 경우 이를 잘 활용해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 엣지 등 신제품 광고에 까르띠에나 루이비통 같은 기존 명품 패션 브랜드 광고와 비슷한 콘셉트를 적용했다. 한 광고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광고를 보면 명품화 전략을 포석에 둔 콘셉트가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워치에 대한 애플의 전략에서도 나타난다. 최고급 손목시계와 같은 ‘손목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애플은 1만7천달러 짜리 스마트워치를 선보이는 등 고급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백화점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 한다.

삼성전자는 체험 매장마다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를 보석과 함께 전시하는 콘셉트를 선보인 데 이어 전국 주요 백화점 16곳에서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S6'와 '갤럭시 S6 엣지'의 뛰어난 디자인을 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보다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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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런던이나 도쿄, 뉴욕의 주요 고급 백화점에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명품화 전략에 나섰다. 이미 영국의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안젤라 아렌트 CEO를 리테일·온라인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한 애플은 체험 시간 제한과 줄 서기 자제 요청 등 명품화의 길로 들어섰다.

한편 두 제품 모두 시장에서는 성공을 점치고 있다. 갤럭시S6 엣지에 대해 국내외 증권가에서 약 2천만대 전후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애플워치에 대해 상반기에만 500만대 가량, 연말까지 최대 2천만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