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크롬OS 통합 안할 것"

일반입력 :2015/04/10 07:52    수정: 2015/04/10 09:39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크롬OS를 통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익이 없다는 분석이다. 몇년째 구글이 둘을 합칠 거란 관측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진단이라 눈길을 끈다.

미국 지디넷 칼럼니스트 제임스 켄드릭은 지난 8일 '안드로이드와 크롬OS가 계속 별개인 경우'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런 시각을 전했다. (☞링크)

안드로이드 애호가들조차 옹호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롬OS에는 약점이 많다.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할 뿐아니라 이미 다양한 활용 시나리오가 발굴됐고 기능도 풍부한 안드로이드와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 두 플랫폼을 하나의 운영체제(OS)로 결국 합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꾸준한 관측인데, 켄드릭은 이에 대해 절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표현했다.

왜일까? 구글 임원들은 구글과 안드로이드의 연계(coverge)를 논해 왔을뿐 실질적인 통합(merger)을 약속한 적은 없었다. 구글은 꾸준히 안드로이드의 기능을 크롬OS에 집어넣고 있을 따름이다. 어쩌면 구글이 말하는 이들간의 연계는 이런 정도를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다.

켄드릭이 지적한대로 구글은 앞서 안드로이드에 선보인 구글나우 서비스와 매터리얼디자인을 크롬OS 베타버전에도 담았다. 이는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연계한다는 신호로 해석 가능하다. 크롬 환경에서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돌리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 역시 두 OS의 동화(parity)를 추구하는 행보로 평가된다.

켄드릭은 이런 정황 근거를 통해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크롬OS를 통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첫째 이유는 안드로이드와 크롬OS를 통합했을 경우 구글에게 뚜렷한 실익이 없다는 점이다. 구글은 단말기나 OS를 통해 실제 매출을 만들어내는 회사가 아니다. 익히 알려진대로 구글의 주 수익원은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에게 노출시켜 얻는 광고 매출이다. 이 사업 모델은 G메일처럼 가능한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서비스에서 취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에게 매달 단말기 사용자 수십억명이라는 기회를 창출해 줬다. 이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환경까지 아우른다.

크롬OS가 안드로이드에 비해 사업적으로 대성하진 못했다 하더라도 이런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적합하다. 크롬OS는 노트북, 태블릿, 크롬박스같은 거실용 기기에서도 돌아간다. 또 구글은 거대한 미개척 영역으로 남아 있는 교육부문에 초점을 맞춰 크롬OS를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구글에게 새로운 광고 및 서비스 수요층을 가져다줄 뿐아니라 어린이들이 회사 제품에 의존할 수 있도록 유도해 준다. 이들은 향후 구글의 차세대 고객이 될 것이다.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한 OS로 통합한다면 거의 크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모양새가 될텐데, 이 경우 그글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게 된다. 이는 어쩌면 그저 교육 분야에서 구글의 입지를 잃는 결과만 초래해 오히려 구글 사업 모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둘째 이유는 크롬북 기기 사용자층의 움직임에 대한 관측이다. 이들은 크롬북의 최대 이점으로 다른 기기 플랫폼으로 전환할 때 드는 수고가 적다는 점을 꼽을 것이다. 여기에 탑재된 크롬OS는 웹브라우저(크롬)와 비슷하고 이는 여러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는 특징이다.

단순함은 크롬OS를 저가 하드웨어에서 효율적으로 구동되게 해주기도 한다. 다른 OS의 경우에는 좀처럼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다. 크롬북은 여타 노트북 사용 시나리오에서 요구되는 기술적인 관리를 일체 필요로하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에게든 기업 사용자에게든 큰 이점으로 다가올 수 있고 특히 사용자가 학교에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들은 모두 구글이 자기 서비스 수요층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그룹이다.

안드로이드는 정반대다. 플랫폼의 뛰어난 기능은 그 복잡성을 비용으로 치르게 한다. 활용성을 고려한다면 감수할만한 댓가다. 하지만 이는 특정한 관점의 구매자와 학교같은 공간에서 뭔가 쓰려는 사용자에게는 장애물이 된다. 구글이 이런 국면에서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통합한 OS를 갖게 된다면 이런 점 때문에 고객들을 잃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를 버리는 건 구글 매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므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달리 말해 크롬OS는 구글의 광고 사업 환경에서 뭔가 단순함을 원하는 고객군을 위해 계속 존재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이유는 크롬OS의 보안성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다. 학교에서 크롬북이 많이 도입될수록 크롬이 보안상 매우 안전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게 중요하다. 이게 아이들의 존재를 고려해야 하는 교육 환경에서는 큰 이점이 된다. 물론 완전히 안전한 플랫폼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간간이 크롬OS의 보안 문제에 대한 소식을 듣긴 한다.

안드로이드의 경우는 이와 정반대다. 빈번하게 악성코드의 표적으로 보고되기 때문이다. 영향을 받는 대상은 전체 안드로이드 사용자 가운데 일부분일 뿐이지만 그것도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크롬북 사용자들은 그들을 위협하는 유해프로그램이 부족한 플랫폼을 쓰고 있어서 안전하다고 느낄 것이란 얘기를 할 것이다.

안드로이드가 크롬OS보다 덜 안전하다는 건 직관적인 추론일 뿐이지만, 크롬을 안드로이드에 통합했을 경우 보안성은 통합된 플랫폼을 사용할 때의 영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둘이 별개 플랫폼으로 존재할 때의 사용자 기반에 비해 통합 플랫폼의 사용자 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크롬OS를 통합하기보다는 연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켄드릭의 견해다. 이미 크롬과 안드로이드는 모든 단말기 유형에 대응한다. 일부 겹치는 영역이 있긴 하지만 서로 경쟁하기보단 상호보완적으로 쓰인다. 이들이 계속 구글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나가는 게 어느 한 쪽 플랫폼 혼자서 그 역할을 맡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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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OS를 계속 별개로 유지한다는 게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크롬OS의 핵심 기능까지 연계해선 안 된다는 건 또 아니다. 매터리얼디자인 요소를 안드로이드에서 크롬의 것으로 가져온 건 괜찮은 시도다 .이는 구글의 울타리에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켄드릭은 이같은 관측에 이어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핵심 기능을 골라서 크롬의 외관을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크롬OS는 꽤 유용하지만 신중하게 기능을 더해 나간다면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크롬을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정돈된 플랫폼에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덧붙이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