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지적 욕망을 자극하라”

DPM 한국 1위 업체의 지식기업화전략

일반입력 :2015/04/09 07:57    수정: 2015/04/09 07:57

“2007년 즈음 회사가 역삼동에 있을 무렵, 젊고 실력있는 엔지니어들이 자꾸 회사를 나가려고 했다. 그때 고수급 엔지니어에게 책을 쓰도록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데이터베이스성능관리(DPM)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엑셈의 조종암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현재 교보위드스팩 인수를 통해 코스닥 우회상장을 진행중인 엑셈은 국내 DPM 분야 1위 업체다. 엑셈의 대표 제품 맥스게이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우리금융 등 제조∙금융∙통신 기업과 법무부, 국세청, 서울시, 한국철도시설공단 같은 주요 공공기관에서 사용중이다. 또한 미국지사를 설립한 작년 LA카운티에 공급됐다.

조종암 대표는 엑셈의 창업자로서 IT시스템 성능관리 분야, 그 중에서도 DB 영역에 집중해 회사를 키우고 있다.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엑셈을 글로벌 수준의 성능관리SW 회사로 발돋움시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회사 운영에 대한 철학을 ‘사람’과 ‘지식’으로 요약한다. 그는 “지식을 추구할 때 사람은 행복해진다. 좋은 소프트웨어란 사람의 행복에서 나온다”며 자신의 신념을 강조한다.

조종암 대표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잘 되게 하려면, 사람과 지식 중심으로 회사를 셋업해야 한다”며 “2007년 무렵부터 철저히 사람과 지식 중심으로 전환했던 게 장기적으로 갈 확신과 명분, 실행력을 얻게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직원은 배울게 없다고 여기면 회사를 나가거나, 돈을 더 달라고 하거나, 임원을 시켜달라고 한다”며 “진짜 엔지니어는 지식에 대한 욕망이 끝없이 끓어오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계속 생기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엑셈은 실력있는 엔지니어에게 자신의 전문지식을 담은 책을 쓰도록 하고 있다. 거의 10년째다. 주로 오라클DB와 관련된 저작물로, 저자들은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고민, 해결방안 등을 담아 밀도있게 집필한다. 이렇게 쓰인 책은 오라클 아카데미에서 보조교재로 쓰일 정도로 완성도를 인정받는다. 엑셈은 책을 고객사에 나눠주고, 정기적으로 회사 내외에서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조 대표는 “엔지니어는 어느 경지에 이르려 도전할 때 눈이 빛난다”며 “세미나도 나가고 책도 쓰면서 빛을 내고, 그리고 그 아래 엔지니어도 그를 롤모델로 해서 일하고 공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란 결국 사람을 못 키우면 꺾인다. 사람이 계속 성장하고 일 속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며 “이익 큰 회사라도, 회사 안에 활력이 없으면 SW회사는 사양길을 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엑셈에서 책은 어떤 역할을 할까. 그에 의하면, 입사 후 3년 정도인 대리급 직원은 기술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고객에게도 수준을 인정받는다. 자칫 자만심에 빠질 수 있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 고수가 상사로 있으면서 책도 쓰고 업계 저명인사로 통하면, 대리급 직원은 더 높은 수준에 오르려는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학교를 졸업한 오라클 전공자가 엑셈 입사를 1순위로 여기면서, 우수한 인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엔지니어는 5년 이상 컨설팅, 기술지원 등으로 지식과 경력을 쌓는다. 그런 엔지니어가 책을 쓰고 싶다고 하면, 회사는 이를 아낌없이 지원한다. 저자는 출판된 책을 활용해 내외부 활동을 할 수 있고, 회사도 그 책을 현장과 교육프로그램에 투입한다. 저자는 명성을 얻고, 회사는 저자의 실력을 인정해주면서 회사의 응집력이 점점 더 커진다. 우수한 인재가 회사로 모이고, 제품과 사업역량의 수준도 더욱 발전한다. 이게 엑셈에 수립된 현재의 프로세스다.

그는 “애초엔 심각하게 생각한 계획은 아니었는데, 결국 사람 중심의 프로세스를 견고하게 만들었다”며 “우리 회사는 과장급이 고객의 요구 수준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는데, 이 층이 두텁고, 로열티가 높으며, 회사 성장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의 수준에 고객이 놀라고 인정받는 거 보면 흐뭇하다”며 “매출, 영업 같은 게 늘 때 기쁘기도 하지만, 직원이 받는 환호가 더 중요하고 보람있으며 기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친구가 받는 환호 하나 때문에 3억 매출이 10억, 20억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엑셈은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은 도약을 위한 출발점에 불과하다. 주식시장 상장회사라는 타이틀을 통해 미국 중심의 글로벌 사업에 강한 동력을 얻겠다는 것이다.

엑셈은 최근 DPM 솔루션 ‘맥스게이지 5.2’를 출시했다. 엑셈에게 맥스게이지5.2는 해외진출을 위한 이정표로 규정됐다. 최신 버전은 이전 버전보다 더 스마트하고 직관적인 UX·UI를 갖췄고, 웹 기반 제품으로 변신했다. 사용자 편의성 기반 경량화 및 유연성을 더 살리고, 다양한 분석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신규 기능과 성능 정보에 대한 자동화 및 비교 분석 기능을 강화했다. 다양한 시각화 기법을 적용해, 여러 환경에 적합한 모니터링 뷰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웹애플리케이션성능모니터링(APM)에 집중한 인터맥스의 최신 버전도 곧 출시된다. 해외 시장을 위해 엔드투엔드 솔루션보다 APM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제품명도 ‘맥스게이지포자바(MaxGuage for JAVA, MFJ)’로 변경한다. DPM에 초점을 맞춘 ‘맥스게이지포오라클(MaxGuage for ORACLE, MFO)’와 향후 나올 MFJ가 엑셈의 사업을 이끌 쌍두마차다.

조 대표는 “MFO는 앞으로 자동화, 분석, 스마트 기능 등을 중심으로 발전해갈 것”이라며 “장애 유형별로 문제 범위를 좁혀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이전엔 너무 무거워서 넣지 않았지만 가볍게 만들어 넣었다”고 설명했다.

엑셈 개발인력 일부는 자동화, 분석 등 여러 스마트 기능을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엔지니어가 새로운 시나리오를 연구하면서 계속 지식을 높이는 명분이다. 정형화된 기능이나 뷰로 접근하는 ‘툴만 존재하는 회사’는 엑셈이 아니다. 툴을 기반으로 통계, 자동화, 시나리오, 분석 방법론 등으로 움직임으로써 엔지니어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지적 욕망 속에 집어 던진다. 그 결과가 표준화된 제품으로 탄생한다.

조 대표는 “엑셈의 제품은 표준화돼 있고, 명확하기 때문에 선수가 보면 바로 되나 안되나 알 수 있다”며 “파트너든 누구든 ‘선수’에게 던질 것이다. 그들이 우리 제품을 좋다고 여기고, 홈페이지에 들어오게 하고, 우리의 매뉴얼을 검토하게 하면 어느 SW범주보다 해외에서 가능성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해외 사업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다. 100% 지배력을 가진 법인뿐 아니라, 현지인과의 합작법인 설립, OEM, 라이선스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현지 분위기는 엑셈에 매료됐다고 보면 된다”며 “엑셈으로 전력투구하려는 현지 파트너가 있고, 사람과 지식을 소프트웨어란 결정체로 구워내는 우리의 프로세스를 해외 법인 곳곳에 복제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책 한권으로 출발한 엑셈의 현재 프로세스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올라와 있다. 현재 사무실로 이사한 뒤로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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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엑셈의 모든 제도와 전략은 기술중심, 엔지니어 중심을 추구한다”며 “연구-제품-서비스의 삼대축은 엑셈의 모든 것을 표현하는데, 일명 지식기업화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는 사람과 지식의 집결체”라며 “지식기업화전략의 키는 책이며, 이것이 모든 것의 선순환을 돕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