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의 '망중립성' 꼼수, 결국 실패

美 법원 "FCC 재분류 이전에 행해진 행위" 이유

일반입력 :2015/04/02 08:2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자신을 ‘커먼 캐리어’로 규정한 망중립성 원칙을 활용해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 소송을 피해 가려던 AT&T의 ‘꾬수’가 좌절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은 1일(현지 시각) FTC가 커먼캐리어를 규제하려는 것은 월권이라는 AT&T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아스테크니카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FTC가 커먼 캐리어(공중통신 사업자)를 규제할 권한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커먼 캐리어 예외 조항의 적용을 받기 위해선 실제로 그에 준하는 행동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번 소송은 지난 해 10월 FTC가 AT&T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FTC는 AT&T가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일정액 이상의 데이터를 쓸 경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부당 행위에 해당된다면서 제소를 했다.

실제로 AT&T는 월 3GB나 5GB 이상 사용하는 고객들의 데이터 속도를 조절해 논란을 불러왔다. 그러자 AT&T는 자신들이 커먼 캐리어이기 때문에 FTC의 관할 대상이 아니라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을 주관한 에드워드 첸 판사는 AT&T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첸 판사는 유무선 전화 사업은 커먼 캐리어가 맞지만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된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는 커먼 캐리지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AT&T 측은 “커먼 캐리지 서비스가 아닌 것을 제공할 때조차 FTC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 첸 판사의 판단이었다.

첸 판사는 또 “이번 소송이 제기될 때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를 커먼 캐리지로 분류하지 않았다”면서 “이후 FCC가 재분류하긴 했지만 그 이전에 행해진 잘못된 조치에 대해서는 FTC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FCC의 새 망중립성 원칙 적용 시점 놓고 공방

첸 판사의 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선 최근 FCC가 내놓은 망중립성 조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해 연방항소법원에서 한 차례 패소했던 FCC는 지난 2월 새로운 망중립성 원칙을 발표했다. 이 원칙에서 FCC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들을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재분류했다.

그 동안 ISP들은 통신법 706조 타이틀1인 정보 서비스 사업자로 분류돼 있었다. FCC는 정보 서비스사업자에 대해서는 부수적인 관할권만 갖는다.

하지만 새 망중립성 원칙에서 타이틀2로 분류하면서 직접적인 규제 권한을 갖게 됐다. 타이틀2로 분류될 경우 유선 전화 사업자와 같은 커먼 캐리어 의무를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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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FCC는 사상 처음으로 무선 서비스에 대해서도 타이틀2의 커먼 캐리어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AT&T의 주장은 이 같은 부분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데이터 사용량이 일정액을 초과하는 고객에 대해 속도를 제한한 조치가 FCC의 새 망중립성 원칙 이전에 행해졌다는 점을 들어 AT&T의 면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