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전격 화해, 법원 판결 영향 줄까

고소 취하 등 후속조치 약속 양형에 참작 가능

일반입력 :2015/03/31 15:48    수정: 2015/03/31 16:21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상호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양사 임직원들이 연루된 형사 소송에도 다소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양사 간 진행 중인 민사소송은 이미 모두 마무리됐지만 현재 아직 4건의 형사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양사의 전격적인 분쟁 종료 합의와 함께 이뤄지는 후속 조치가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31일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상호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며 4개사의 대표이사 명의의 합의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 대해 고소 취하 등 필요한 절차를 밟고 관계당국에도 선처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양사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고소취하와 탄원서 제출 등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담당 재판부와 검찰에서 경영진의 합의정신을 고려해 선처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현재 양사 간 진행 중인 형사소송은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파손 사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영업기밀 유출 사건 ▲시스템에어컨 기술유출 사건 등 세 가지 사안에 걸쳐 총 4건이다.

양사가 최근까지 가장 날선 대립을 벌인 것은 세탁기 고의 파손 사건이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 2014 기간 중 베를린 시내 두 곳의 매장에 진열된 자사 세탁기를 LG전자 임원이 파손했다며 삼성전자가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건이다.

사건에 연루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 등 3명의 LG전자 임직원들이 업무방해·재물손괴·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돼 현재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LG전자도 삼성전자 측을 증거위조·은닉과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해 사건이 추가됐지만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OLED 기술 유출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바 있다. 현재 OLED 기술 유출과 관련해서는 두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양사 간 소송전은 2012년 5월 삼성의 OLED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이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LG디스플레이도 맞고소로 대응하면서 확전됐다. 결국 정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양측의 민사소송은 취하로 일단락됐지만 기술유출을 둘러싼 형사소송은 그대로 진행돼왔다.

지난달 수원지검 특수부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페이스실 관련)을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사장 윤모씨와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 노모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지난 2012년 5월 전직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이 OLED 기술을 빼돌려 LG디스플레이 측에 건네준 혐의로 양사의 임직원 및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4명이 지난달 1심 법원에서 벌금형 등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은 당사자가 항소하면서 현재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LG전자 임직원이 삼성전자의 시스템에어컨 기술유출 관련 사건도 있다. 지난 2009년 LG전자 임원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진행한 에너지 고효율 시스템에어컨 연구개발 공모에 삼성전자가 제출한 사업계획 발표 자료를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공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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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법정 분쟁에 고소 취하 등 절차를 밟는 한편 검찰 등 관계 당국에도 선처를 요청할 계획이다. 양측이 법적 분쟁을 종료하기로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한다고 해도 형사사건 자체는 끝나지 않는다. 다만 판결 과정에서 양형에 참작 요인이 될 수 있다.

탄원서의 경우 별다른 법적 효력을 갖지는 못하지만 판사의 판결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특히 국내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네 개 회사가 모두 이번 합의에 대해 최고 경영진들이 대승적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이같은 내용이 탄원서에도 담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판부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