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삼성SDS에 맞춤형 솔루션 공급할까?

일반입력 :2015/03/26 14:33

완성형 인프라 솔루션을 공급해 온 오라클이 대형 고객의 관문을 자처하는 삼성SDS에 이례적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까?

삼성SDS가 최근 자체 데이터센터에 오라클 솔루션을 도입키로 예고했다. 명분은 클라우드 서비스 역량 강화다. 앞서 삼성SDS 측에서 검토 중이라 인정한 '맞춤형' 제품 도입 시나리오가 향후 오라클 솔루션 공급 단계에 반영될 것인지 주목된다.

삼성SDS는 지난 24일 '글로벌 솔루션 사업에 대한 공동 마케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성장성이 큰 중국IT시장서 오라클 기술에 최적화한 삼성SDS 물류 및 분석솔루션을 함께 공급하는 계획과, 삼성SDS 자체 데이터센터센터 혁신을 위한 오라클 솔루션 도입 구상이 제시됐다. (☞관련기사)

삼성SDS처럼 자체 데이터센터에 클라우드를 구축, 운영하려는 기업을 상대로 오라클이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은 데이터베이스(DB), 미들웨어, 분석 플랫폼,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와 이를 운영하기 위한 통합시스템 및 어플라이언스 등 하드웨어에 걸쳐 있다.

오라클의 소프트웨어와 결합된 하드웨어 통합시스템을 가리키는 '엔지니어드시스템'이 삼성SDS의 데이터센터에 클라우드용 인프라 솔루션으로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과거 삼성SDS가 여러 솔루션 공급업체를 상대로 제안한 맞춤형 제품 공급이 성사될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렸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SDS는 서버나 스토리지같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솔루션 업체를 상대로 일부 부품을 제외한 시스템의 공급을 요청하거나 가능한지 문의 중이다. 일부 부품이란 서버용 'D램'이나 서버 및 스토리지에 탑재되는 플래시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뜻한다.

D램과 SSD를 뺀 장비를 요구하는 삼성SDS의 문의 내용 자체는 이전부터 업계에 익히 알려져 있었다. 이가운데 지난달 중순 수요사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전동수 삼성SDS 대표가 일부 부품을 뺀 서버를 도입하려하느냐는 질문에 검토 중이라고 답해 그럴 의지가 있음을 공식화했다. (☞관련기사)

D램과 SSD은 삼성SDS '관계사'인 삼성전자에서 직접 개발, 생산해 판매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SDS가 그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내 인프라 구축을 담당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솔루션의 D램과 SSD를 삼성전자 부품으로 대체해 인프라 장비의 구매 단가를 낮추려 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장비의 구매 단가는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및 증설에 따른 비용을 좌우한다. 자체 클라우드를 운영하려는 기업들에게 중대 사안이다. 이는 삼성전자 IM부문 위탁으로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 사용자 대상 클라우드서비스 'S클라우드'를 개발,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삼성SDS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삼성SDS가 이번에 회사 차원에서 중국 진출의 핵심 파트너가 된 오라클에게 클라우드 혁신을 위한 자체 데이터센터 인프라 솔루션 분야의 협력을 제안할 경우, 그 추진 과정에서 D램이나 SSD 부품을 제거한 형태의 오라클 솔루션 공급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아직 삼성SDS가 어떤 오라클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26일 삼성SDS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삼성SDS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에 오라클의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검토 중인 수준에서 내놓은 계획이라 구체적으로 도입 품목을 언급하긴 이른 단계라고 답했다.

삼성SDS가 D램이나 SSD 부품을 제거한 솔루션을 요청시, 오라클은 이런 제안에 대해 비중있게 검토할 수 있다. 삼성SDS의 데이터센터 클라우드에 쓰일 인프라가 향후 삼성전자와 같은 관계사 수요와 맞물려 큰 사업 기회로 연결될거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오라클DB 대형 고객사다.

전 대표는 월초 주주총회에서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클라우드 기술 등 핵심 요소기술을 내재화해 기술 경쟁력을 마련하겠다며 관계사의 IT일류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삼성 브랜드로 묶인 그룹내 인프라 구축을 계속 도맡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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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달리 보면 오라클이 자사 솔루션에 대한 요구에 단호하게 거절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오라클 엔지니어드시스템은 대단히 잘 조율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묘사되는만큼, 오라클은 구성 변경 요구에 타사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다.

대개 공급업체 측은 삼성SDS 요구처럼 장비의 D램이나 SSD 부품을 제거한 상태로는 제품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일부 이런 요구에 맞춰 제품을 공급한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공급업체는 이를 공식적인 유지보수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상작동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