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첫 단추 잘 꿰어야

일반입력 :2015/03/26 11:08

배성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박사 ultratyphoon@kisti.re.kr

전 국민이 안타까워했던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도 벌써 1년. 정부에서는 국가 재난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초기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하기 위한 통신망 구축으로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자 진행하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국가재난망) 사업이다.

국가재난망 구축사업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추진됐으나 그 동안 특정기업의 독점, 과도한 예산 문제로 감사원의 감사까지 받으며 지지부진 하다가 세월호 사고 이후 다시 활발히 논의돼 2017년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국가재난망 사업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ISP(정보화전략계획) 수립 용역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으며 이번 3월에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번 ISP는 수조원의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국가재난망 구축 사업의 청사진인 만큼 빈틈없이, 한 치의 허술함도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국가재난망 사업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음영지역에 대한 통화권 확보가 필요하다.

국가재난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재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통화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악지형이 많은 국내 지형 특성상 도서 산간 지역 및 지하, 터널의 경우 통화권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이런 지역에서는 상용망 역시도 음영지역을 100% 해소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상용망의 활용을 통해 음영지역까지 모두 커버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음영지역에서도 통화를 할 수 있는 위성 등 백업 설비를 갖춰야 할 것이며, 재난·재해로 통신기반시설이 파괴될 경우에 대비해 이를 보완할 설비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뉴저지 오션 카운티의 경우 위성을 적극 활용해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등 ‘3 in 1’ 전략을 통해 위성과 기타 모든 통신망을 연동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망 운영에 차질이 없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이러한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가재난망 구축 후에 발생하는 네트워크 운용 유지보수 비용과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 개발에 따른 업그레이드 비용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안전처에서는 국가재난망 구축에 1.7조원대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 있음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비용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논의의 대부분은 기존의 재난대응 업무 관점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을 뿐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재난 체계가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5G 등 새로운 네트워크 진화에 따른 국가재난망 업그레이드에도 비용이 소요될 것이며, 국가재난망 구축 후 망 운용‧유지 보수비용은 물론 재난 관련 기관들의 연계까지 고려한다면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정된 국가 예산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추가 비용 지출은 향후 경제성 논란을 또 다시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ISP에서는 재난 업무 통합 관점에서 좀 더 세밀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셋째, 재난현실에 적합한 단말기 확보가 필요하다

국가재난망 ‘단말기 사전규격공고’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단말기 기술규격을 최소화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단말기는 한번 선정되면 최소 7년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 사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첨단 기능을 반영하되 극한의 재난상황에서도 사용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미국은 군사규격(MIL810) 이상 등의 형식으로 최소한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국내에서 검토하고 있는 단말기에는 이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 구축기간이 촉박하다고 해서 이를 소홀히 하면 추후 도입 이후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현재 검토하고 있는 단말기 스펙이 실제 재난현실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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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까?’라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절차와 순서가 있으며, 아무리 급하더라도 순리대로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가재난망의 구축 기간이 짧고 일정이 촉박하다 하더라도, ISP 최종 산출물을 전문가 및 산업계에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재난망 구축 사업의 첫 단추인 ISP가 제대로 수립되어야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재난망 사업이 제대로 결실을 맺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