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자바특허 부활, 안드로이드 제조사에 위협?

일반입력 :2015/03/24 09:57    수정: 2015/03/25 15:22

구글이 오라클의 자바 특허 시비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건 아니었다. 오라클과 구글간 소송전 중 효력을 잃었던 자바 기술 특허 1건이 최근 다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미국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PTAB)이 해당 특허에 대해 무효라고 했던 판결을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파기환송(remand)한 것이다. 미국 지적재산권 전문사이트 더레코더는 지난 20일 연방순회법원이 가상머신(VM)에서 코드 실행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다룬 오라클 특허를 되살렸다고 전했다. (☞링크)

연방순회법원은 오라클의 '가상 및 네이티브 머신을 혼용해 명령을 수행하는 해석 기능' 특허(6910205번)에 대해 PTAB가 지난 2013년 11월 내린 무효 판결을 파기환송 조치했다. (☞링크) 구글과 오라클 간 자바 소송전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이번 판결은 두 회사 간 소송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기 보다는 오라클이 향후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걸쳐 자바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줬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자바 기술 특허, 왜 죽다 살아났나

해당 미국특허 6910205번(☞링크)은 자바 프로그램처럼 원래 가상머신(VM)에서 돌아가는 코드의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그 일부를 네이티브머신에서 돌아가는 코드로 바꿔 쓴다는 개념을 다룬 것.

PTAB는 특허에 대한 오라클의 청구항(특허에 대한 법적 주장) 가운데 1, 2~4, 8, 15, 18~21번을 무효라 봤는데, 연방순회법원은 1번과 8번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항은 효력이 있다고 봤다. 왜일까?

앞서 PTAB는 특허의 핵심 내용인 '덮어쓰기(overwriting)'를 문자 그대로 보지 않고 컴퓨터 파일 안의 일부 정보를 새로운 정보로 바꾸기(replacing)로 해석했다.

이 경우 6910205번 특허에 담긴 아이디어는 지난 1993년 공표된 컴퓨터과학 논문의 내용에 이미 제시됐거나 그로부터 유추 가능한 내용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해당 특허는 무효라는 판단이 나왔다.

반면 연방순회법원 캐슬린 오말리 판사는 PTAB의 해석이 너무 광범위했고, 특허의 덮어쓰기는 문자 그대로 어떤 정보가 있는 메모리의 특정 위치에 새 정보를 쓰는 걸 뜻한다고 봐야 맞다고 지적했다.

다른 판사 리차드 타란토와 티모시 다이크의 판단도 오말리 판사와 같았다. 이에 법원은 청구항 중 '덮어쓰기'와 무관한 1번과 8번을 여전히 무효로 보면서도, 나머지는 효력을 인정했다.

연방순회법원의 파기환송조치에 따라 PTAB는 오라클이 주장하는 특허권의 세부사항을 추가 검토해야 한다. 아직 구글은 오라클의 자바 특허 시비의 악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자바 소송 중심은 기술 특허 아닌 API저작권

물론 5년째 이어진 소송 흐름을 살펴 보면 오라클에게 썩 유리한 소식은 아니다. 구글을 상대로 한 오라클의 지적재산권 침해 주장 가운데 효력을 발휘했던 건 특허권이 아니라 저작권이기 때문이다.

오라클과 구글은 자바 지적재산권을 놓고 지난 2010년부터 소송전을 벌여 왔다. 이 전쟁은 오라클이 지난 2009년 74억달러에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해 자바를 '소유'하게 되면서 불이 붙었다.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 점유율 1위로 성장한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자바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게 오라클 측 주장이었다. 오라클은 최대 61억달러 규모의 배상을 청구했다.

이미 알려진대로 1심 재판부는 지난 2012년 5월 판결에서 구글 손을 들어줬다. 구글이 오라클의 자바 '기술 특허'와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단 결론이었다. (☞특허 관련기사) (☞API 저작권 관련기사)

오라클은 이듬해인 2013년 항소하면서 전략을 바꿨다. 소송 초기 오라클의 주장은 자바 기술 특허에 집중돼 있었고 'API저작권' 침해 주장은 부차적이었는데, 항소심에선 API저작권 주장에 올인했다.

오라클에게 이는 대단히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구글이 자바API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API를 저작물로 보지 않았던 1심 재판의 배심원 평결을 뒤집은 셈이었다. (☞관련기사)

역전패한 구글은 지난해 10월 대법원 상고를 통해 3차전을 예고해, 대법원은 연초부터 양측의 의견서를 받아 상고심 개최 여부를 심리 중이다. (☞관련기사)

오라클, 대법원에 특허 침해 들고 나올까?

연방순회법원에서 '살려 준' 특허 6910205번을 오라클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장담하긴 어렵지만, 현시점에 오라클 입장에서 후속 재판에 다시 특허 침해 주장을 들고 나올 개연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일단 기존 소송의 흐름 자체도 자바 기술 특허가 아니라 자바API 저작권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오라클 입장에선 차라리 역전승을 거둔 항소심의 API저작권 논리를 보강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지금은 오라클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특허가 1건 늘었다더라도 향후 소송 흐름을 크게 바꿔놓을 타이밍이 아니다.

일단 오라클은 소송 초기부터 7건의 특허 중 단 2건(6061520번과 재발행38104번)에 대한 주장만 할 수 있었다. 그나마 1심 배심원단은 평결을 통해 오라클의 특허 침해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후 오라클이 후속 재판에 특허 침해 주장을 다시 들고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앞서 벌어진 상황을 보더라도, 효력을 잃었다가 살아난 특허가 소송에서 오라클에게 힘이 돼주진 않았다.

오라클은 3년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2012년 4월 19일 구글과의 소송에서 기각당한 자바 기술 특허(5966702번) 청구항 가운데 일부가 재심사 결과 유효하다고 인정된 것이었다. (☞링크)

기술업계 특허 및 소송 관련 소식을 다루는 블로그 '포스페이턴츠'의 플로리언 뮬러에 따르면 당시 판사는 오라클이 부활한 특허의 청구항을 당시 진행중인 재판에 되가져오기엔 늦었다고 말했다.

즉 오라클은 이미 구글과의 소송 초기에 무효화된 특허의 효력을 다시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1심 담당 판사로부터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 상고심에서도 오라클이 이번에 부활한 특허 권리를 주장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물론 오라클은 구글의 배상 책임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송 범위를 넓히길 원한다. 뮬러가 지난해 10월 블로그를 통해 오라클이 대법원에 접수된 구글의 상고 신청에 대한 답변 시한을 지난해 11월7월에서 12월8일로 늦췄다고 지적한 부분도 그런 맥락이다. (☞링크)

하지만 뮬러의 저 글에선 오라클이 넓히려는 소송 범위에 특허 관련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오라클은 오히려 자바API에 국한됐던 저작권 이슈를 소프트웨어 전체 대상으로 확대하려는 모양새라는 게 뮬러의 진단이다.

다만 뮬러는 현시점에 구글이 해당 특허에 대해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링크)

그에 따르면 구글 입장에선 당시 판사가 오라클의 특허 청구항을 재판에서 성공적으로 배제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안드로이드 단말기 제조사들은 여전히 그 단말기로 오라클의 특허 침해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라클이 구글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특허 청구항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안드로이드 단말기 제조사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선 동일한 특허권에 대한 권리 주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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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하거나 그럴듯한 위협을 통해 로열티 협상으로 유도할 수 있다. MS는 이미 이런 식으로 반즈앤노블, 모토로라, 교세라 등에 소송을 걸었고, HTC나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특허료를 받아 챙겨 왔다.

오라클이 MS처럼 제조사를 상대로 한 특허 소송의 포문을 열거나, 제조사들과 자바 특허에 관련된 라이선스료 합의에 성공한다면,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제조부문 파트너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