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 이후 MHL이 HDMI 대체”…이유는?

롭 토비어스 MHL컨소시엄 의장 인터뷰

일반입력 :2015/03/19 17:39

정현정 기자

“8K 생태계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가 맞습니다. 올해 초 CES에서 5개 제조사가 8K UHD TV를 시연하고 일본에서는 내년부터 시험방송을 시작하는 등 시장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죠. 하지만 HDMI는 4K 이후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롭 토비어스 MHL컨소시엄 의장은 4K 이후 콘텐츠 전송 규격 경쟁에서 MHL이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 1월 발표한 새로운 유선 콘텐츠 전송 규격인 ‘슈퍼MHL’을 홍보하기 위해 한·중·일 3국을 찾았다.

MHL은 유선으로 영상 및 음성을 연결하는 기술 표준으로 모바일 기기에서 보던 콘텐츠를 TV 등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출력해 그대로 보여주는 솔루션이다. 차기 표준인 슈퍼MHL의 가장 큰 특징은 최대 8K 해상도의 동영상을 120fps 속도로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4K UHD 생태계도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8K 콘텐츠 지원의 필요성이 쉽게 와닿지는 않는 감이 있다.

“TV나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연결성 표준을 먼저 확정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당장 내년 8K 시험 방송을 앞두고 연결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이죠. 하나의 케이블로 연결이 가능한 슈퍼MHL 표준이 없다면 HDMI 케이블 8개를 꽂아야하는데 제조사들이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현재 유선 콘텐츠 전송 규격으로는 HDMI가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HDMI는 4K 이후 콘텐츠 전송에 대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HDMI 진영에서도 8K를 지원하는 HDMI 2.1 표준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5개 설립멤버가 차세대 표준을 논의하는 MHL과 달리, 30개 이상의 업체가 컨센서스를 이뤄내야 하다 보니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한 문제가 있다.

“애플은 5K 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내장한 신형 아이맥을 출시했고 앞으로 5K 모니터도 많이 등장할 전망입니다. 영화 제작과 관련된 분야에서도 4K 60fps 16비트 색심도를 지원을 원하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지금의 HDMI를 가지고는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하죠. ‘비욘드 4K’의 의미에는 굳이 8K까지 가지 않더라도 5K와 고화질 4K 전송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슈퍼MHL은 지난 2010년 6월 첫 MHL 표준이 등장한 이후 MHL 컨소시엄이 내놓은 네 번째 표준이다. 순서 상으로는 난 2013년 8월 MHL3.0 표준에 이어 MHL4.0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컨소시엄은 ‘슈퍼MHL’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기존 MHL 3.0 대비 비약적인 성능의 발전이 이뤄졌다는 것도 고려됐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독자적인 커넥터를 함께 내놓은 것도 새로운 브랜드를 내세운 주된 이유다. 기존 MHL은 HDMI 커넥터를 공유해왔다. 하지만 이번 슈퍼MHL 표준을 내놓으면서 32핀의 리버서블(무방향성) 커넥터를 함께 선보였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이 MHL 탑재 기기를 가지고 있어도 이를 HDMI 포트에 꽂아도 될 지 혼선이 있었는데 독자적인 커넥터를 채택하면서 직관적인 인식이 가능해졌죠. 지난 2000년에 설계된 HDMI 커넥터 자체도 이제는 한계점에 달했다고 생각합니다. 4K 이후 대응이 되지 않을 뿐더러 애초부터 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지도 않았죠. 반면 MHL 커넥터는 최대 8K 동영상과 오디오·데이터 전송과 충전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애플의 라이트닝 커넥터나 USB-C처럼 무방향성으로 쉬운 연결도 가능한 미래지향적인 커넥터입니다.”

MHL이 향후 HDMI 대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현재로써는 유일하게 USB-C 표준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USB-C 포트는 애플이 새롭게 발표한 12인치 레티나 맥북에 채택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USB-C 커넥터를 채택한 많은 PC 제품군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모바일 분야에서도 하이엔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USB-C 커넥터가 현재의 마이크로USB를 급속도로 대체할 것으로 토비어스 의장을 내다보고 있다.

콘텐츠 소비 환경이 모바일화 되면서 각 제조사들이 편의성이 높은 무선 연결 솔루션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 MHL 진영에는 악재다. 현재 업계에는 인텔 주도의 와이다이, 와이파이 얼라이언스가 발표한 미라캐스트, CCC의 미러링크, VESA의 모빌리티 디스플레이포트(MyDO), 홈네트워크표준기술(DLNA), DLP링크 등 유·무선 연결 솔루션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구글도 크롬캐스트를 통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TV 연결을 지원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갤럭시노트4’ 단말을 예로 들며 기기들이 사용 환경에 따라 유선과 무선 연결이 모두 가능하도록 선택지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갤럭시노트4는 MHL과 미라캐스트를 통해 유선과 무선 방식의 출력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무선이 가진 강점은 역시 편리성입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단말기를 가지고 움직일 수도 있죠. 이에 반해 유선 연결의 장점은 더 높은 품질의 콘텐츠 전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또 선만 꽂으면 바로 사용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죠. 단말기를 연결해서 영화를 볼 때 배터리 소모가 많이 이뤄지는데 연결과 동시에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도 매력적이지요. 유선이냐 무선이냐 양자 택일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선택지를 줘야한다는 점이 중요하지요. 집에 있는 TV가 무선 연결을 지원하지 않더라도 케이블만 있다면 스마트폰과 연결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MHL컨소시엄은 노키아, 삼성전자, 실리콘이미지, 소니, 도시바 등 업체가 참여해 지난 2010년 4월 출범했다. 현재 7억5천만개 이상의 MHL 표준 채택 제품이 출하됐으며 스마트폰과 외부기기를 연결하는 연결 표준 중에서는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관련기사

MHL컨소시엄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슈퍼MHL 표준을 탑재한 제품 출시가 시작돼 내년 CES 2016을 기점으로 많은 제품에 슈퍼MHL 표준이 채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롭 토비어스 의장은 컨소시엄 제반 업무인 MHL 표준 라이센싱과 프로모션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의장 임명 전에는 실리콘이미지에서 연결성 기술에 대한 전략 마케팅과 표준화 감독을 담당했으며, 미라(Mirra), IBM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LSI로직, 포셋테크니컬퍼블리싱, 믹스맨테크놀로지스 등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