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P에 대처하는 주니퍼의 자세

일반입력 :2015/03/19 13:32

주니퍼네트웍스가 최근 신형 주문형반도체(ASIC) 칩셋을 탑재한 라우터와 스위치로 차세대 데이터센터 시장 경쟁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 시장에서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같은 개방형 하드웨어 요구에 적극 대응하면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전통적 장비 제조사로서의 노하우도 어필겠다는 양면전략으로 풀이된다.

OCP는 4년전 페이스북이 주축이 돼 데이터센터 아키텍처와 랙 설계 및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하드웨어 등을 오픈소스 방식으로 개발, 표준화하고 있는 커뮤니티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톱오브랙 스위치와 이를 응용한 이더넷 패브릭 아키텍처(☞관련기사)를, 최근 인텔 시스템온칩(SoC) 기반 서버(☞관련기사) 디자인을 공개해 기성 네트워크 및 서버 업체를 긴장시켰다.

이런 흐름에 직접적인 타격을 우려할 입장으로 보이는 주니퍼는 오히려 시장에서 OCP같은 개방형 하드웨어를 요구하는 추세에 적극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던져 왔다.

지난해 12월 소개된 스위치 신제품 'OCX1100'가 대표적이다. OCX1100은 OCP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기업들은 이 제품을 도입할 때 기본 제공될 주니퍼의 네트워크 장비 운영체제(OS) '주노스'가 아닌 다른 업체 OS를 탑재해 쓸 수 있다. 주니퍼는 올 1분기 출시를 예고했다. (☞링크)

OCP 설계 기반 장비는 저렴한 하드웨어에 SDN 전문성을 보유한 타사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기술을 얹어 쓸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페이스북과 구글같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둔 서비스업체에 유용한 반면 시스코나 주니퍼처럼 자체 OS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장비업체 입장에 잠재 위협이었다.

그런데 라미 라힘 주니퍼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은 업계 시각을 정면 반박했다. IT사이트 테크타겟은 지난 3월 중순 인터뷰를 통해 OCP 기반으로 개발되는 네트워킹 하드웨어는 주니퍼 스위치 장비 사업에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는 라힘 CEO의 발언을 전했다. (☞링크)

주니퍼는 이처럼 OCP가 위협이 아니라는 CEO발언 직후인 지난 11일 기업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를 겨냥한 스위치 장비 'QFX10000' 시리즈와 라우터 장비 'PTX5000' 시리즈를 공개했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시나리오 대응을 강화하고 새로운 ASIC을 품었다는 게 공통점이었다.

■Q5 칩 품은 스파인스위치 QFX 시리즈

QFX10000 제품군은 주니퍼의 신형 ASIC 'Q5' 칩을 탑재한 첫 데이터센터 스위치였다. 퍼블릭 및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전통적인 IT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에 대응할 수 있는 3가지 제품이 제시됐다. QFX10002와 QFX10008과 QFX10016 모델이었다.

QFX10002 모델은 최대 100기가비트이더넷(GbE)을 지원하는 2랙유닛(RU) 크기 스위치다. QFX10008 모델은 8슬롯 형태의 모듈러 섀시를 지원하는 100GbE포트 집적형 장비로 초당 48테라비트(Tbps)까지 처리할 수 있다. QFX10016 장비 역시 16슬롯 형태의 모듈형 장비로 최대 96Tbps를 처리한다.

주니퍼 측 설명에 따르면 QFX 시리즈에 탑재된 Q5 칩은 주니퍼의 '하이브리드메모리큐브'라는 기술을 채택해 SDN을 위한 성능, 가상화, 확장성을 지원하고 빅데이터, 비디오, IP스토리지 등 애플리케이션의 요구사항 확장에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주니퍼는 3가지 QFX10000 제품군과 별개로 이보다 처리량 요구가 작은 환경에 알맞은 QFX5100 제품군도 선보였다. 이 2가지 제품군으로 기업 데이터센터, 퍼블릭 및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까지 모든 유형의 네트워크 수요에 대응하는 포괄적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고 강조하면서다.

제품군은 올 2분기 시판에 들어가는 QFX10002 모델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주니퍼는 QFX10000 제품군과 QFX5100 제품군을 조합하면 다양한 규모의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그물형 네트워크 아키텍처의 상위 계층인 '스파인(spine)' 스위치와 거기에 연결되는 '리프(leaf)' 스위치 역할을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아키텍처에 장비간 연결 방식이 계층형에서 그물형으로 바뀜에 따라, 스위치 장비의 역할은 줄기를 뜻하는 스파인과 잎사귀를 가리키는 리프로 나뉘게 됐다. 한 스파인스위치는 모든 리프스위치와 연결되고 한 리프스위치는 모든 스파인스위치와 연결되는 게 그물형 방식이다.

QFX 시리즈는 '주노스데브옵스피처스위트'에 포함됐다. 이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주니퍼 장비 운영체제(OS) '주노스'와 연동되는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로든 작성해 쓸 수 있다는 게 주니퍼 측 설명이다. 주니퍼 '클라우드애널리틱스엔진'과 통합시 문제해결 자동화도 된다고 한다.

QFX 시리즈는 또 네트워크 관리와 프로비저닝을 단순화하고 자동화했으며 몇몇 자동화 및 오케스트레이션툴을 지원한다. 여기엔 '주노스스페이스네트워크디렉터', 퍼펫(Puppet), 체프(Chef), 앤서블(Ansible), 오픈스택이 포함된다.

■익스프레스플러스 칩 품은 라우터 PTX 시리즈

주니퍼가 함께 내놓은 신형 라우터 'PTX5000' 제품군은 '익스프레스플러스(ExpressPlus)'라는 신형 칩셋을 품었다.

익스프레스플러스는 기존 '익스프레스' 칩셋대비 4배 성능, 3배 효율을 제공해 초당 오퍼레이션 15억건 이상을 수행하고 초당 처리량을 500기가비트(Gbps)까지 확장 가능하다. 이를 탑재한 PTX5000은 슬롯당 100GbE 포트 30개로 3Tbps, 총 24Tbps를 처리한다.

함께 소개된 'PTX3000' 제품군은 공간절약형 모델로 경쟁사대비 소형화한 크기에 8Tbps까지 확장을 지원한다.

PTX 라우터 시리즈는 이날 주니퍼가 확장된 SDN기능 지원을 강조한 '컨버지드슈퍼코어' 아키텍처의 첨단기술로 소개됐다. 컨버지드슈퍼코어 아키텍처는 주니퍼가 4년전부터 발전시켜 온 라우팅 플랫폼 기술기반이다.

주니퍼 측 설명에 따르면 신형 칩을 활용한 컨버지드슈퍼코어는 온전한 IP라우팅과 다중프로토콜레이블스위칭(MPLS) 기능을 결합하고 성능과 쉬운 배치를 구현하면서 SDN을 위한 프로그래밍을 수용할 수 있게 해준다.

조나단 데이비슨 주니퍼 개발 및 혁신 부문 담당 부사장(EVP) 겸 제너럴매니저는 컨버지드슈퍼코어 아키텍처에 새로운 칩셋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더했다며 우리 플랫폼을 도입한 고객사가 노스스타 SDN 제어기술로 성능 자동화, 최적화 수준을 강화하고 확장성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스스타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된 동적 트래픽 제어기술 '노스스타컨트롤러'를 가리킨다. 주니퍼가 모바일과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에 의한 동적 트래픽을 온전히 처리하고 네트워크 계층에 가시성과 통제성을 추가로 제공한다고 강조한 기술이다.

이날 주니퍼는 데이터센터를 위한 라우터 및 스위치 외에도 서비스사업자를 위한 게이트웨이 방화벽 SRX5000 시리즈를 신제품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주니퍼는 SRX5000 시리즈가 최대 1Tbps를 지원하는 서비스게이트웨이로 이를 도입한 기업 네트워크에 99.9999% 신뢰성을 보장하는 성능괘 대역폭을 실현해 줄 것이라 주장했다.

SRX5000 시리즈에는 I/O카드용 소프트웨어 '익스프레스패스'가 적용됐다. 익스프레스패스는 네트워크에 SRX 기반 방화벽 배포시 같은 라인카드 안에서 일반 트래픽이든 레이턴시에 민감한 트래픽이든 모두 정책 단위별로 보호해 준다.

클라우드와 크고 작은 데이터센터 영역에 초점을 맞춘 주니퍼의 신제품 포트폴리오의 핵심 메시지는 미래에 요구될 성능, 자동화, 확장성을 받쳐 준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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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인터넷 이용자가 76억명, 연결되는 단말기는 500억개로 늘어난다. 확장성, 신뢰성, 보안성, 비용효율성을 갖춘 방법으로 폭증 데이터에 대응할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주니퍼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역량을 녹인 제품을 쓰라는 얘기다.

신제품 공개 당시 라힘 CEO는 라우팅, 스위칭, 보안, 실리콘 포트폴리오를 아우르는 오늘 발표는 네트워킹 성능과 자동화 측면에서 거대한 도약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 영역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수익화하는 사업모델 변화를 돕는 핵심분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