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기업' 넷플릭스 속살을 파헤치다

[신간 소개] 넷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

일반입력 :2015/03/17 16:5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넷플릭스에 대해 조금만 아는 사람들은 ‘온라인 스트리밍 전문업체’ 정도로 생각한다. 조금 더 아는 사람들은 명품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와 ‘마르코 폴로’를 만든 회사라는 것까지 안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그들 특유의 탁월한 데이터 분석 방법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 한 편 제작할 때도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 내가 좋아함직한 영화를 나보다 더 잘 알아채는 회사. 그다지 많지 않은 영화 DB로도 만만찮은 수익을 올리는 회사. 넷플릭스하면 언뜻 떠오르는 연상들이다.

최근 드라마 ‘하우스오브 카드’와 ‘마르코 폴로’를 연이어 공개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를 조명한 책이 번역됐다. 로이터와 UPI 등에서 활동했던 ’넷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은 빅데이터를 대표하는 명품 기업 넷플릭스를 집중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1997년 봄날 어느날. 넷플릭스 두 창업자인 마크 랜돌프와 리드 헤이스팅스가 CD가 제대로 배송됐는지 확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실 넷플릭스가 첫 발을 내디딜 때 얘기를 읽어보면 다소 무모해보일 정도로 저돌적이다.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주고 연체료도 받지 않는 정책엔 도발적일 정도다. 우편으로 CD를 배송해주는 사업으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이후 점차 사업을 확장하면서 DVD 영화 감상 문법까지 바꿔놨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진짜 힘은 초기부터 정교하게 가동한 데이터 분석과 예측 프로그램이다. 특히 ‘플렉스파일’이란 프로그램을 활용해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과 생애 가치, 신규 가입자 수를 계산해냈다. 이와 함께 홍보 전략에 따른 매출, 서비스 탈퇴율, 총 가입자 수 변화까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가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공을 들이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비디오 시장의 공룡인 블록버스터 때문이었다. 이 책에는 넷플릭스가 10년에 걸쳐 블록버스터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담겨 있다.

넷플릭스 역사에서 중요한 전기가 된 것은 2006년 이었다.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한 것. 이와 더불어 넷플릭스는 이해 상금 100만 달러를 걸고 ‘넷플릭스 프라이즈’를 개최해 한층 더 정교한 데이터 분석 기법을 발전시켰다.

’넷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은 한 작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거대 공룡 기업과의 정면 승부를 극복하게 거대 기업이 될 수 있었는지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끈다. 그 과정에서 냉혹할 정도로 강력하게 밀어부치는 리드 헤스팅스 이야기는 지독한 느낌이 들 정도다.

넷플릭스는 그 동안 대중 매체들이 보여준 관심에 비해 정작 책으로 정리돼 나온 것은 별로 없다. 이 책이 거의 유일할 정도다. 그런 점만으로도 ’넷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은 충분히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긴 하지만, 이 책은 2010년까지 이야기만 다루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스토리에서 진짜 흥미로운 부분은 2010년대 이후 보여준 탁월한 분석 능력이다. 지난 해 콤캐스트 같은 거대 케이블 회사와 공방을 벌이면서 미국의 망중립성 논쟁에까지 거론된 이야기도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엔 그런 내용은 만나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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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 기업’ 넷플릭스의 맨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독자들에겐 적지 않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지나 키팅 지음/ 박종근 옮김, 한빛비즈 1만6천원)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