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 2차 소송 '배상금 0' 대반격

항소심 준비서면 제출…애플 모든 주장 반박

일반입력 :2015/03/16 08:54    수정: 2015/03/18 10:5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과 2차 특허 소송 1심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어냈던 삼성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새로운 재판을 요구하는 대신 1심에서 패소했던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공세를 하는 쪽을 택했다.

지난 해 5월 2차 소송 1심에서 1억1천900만달러 배상 평결을 받았던 삼성이 항소심 준비 서면(opening brief)을 제출했다고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삼성은 항소심 준비 서면에서 위험 부담이 있는 새 재판을 요구하는 대신 1심에서 애플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던 부분을 조목 조목 반박했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2차 특허 소송 1심에서 삼성은 애플 요구액의 20분의 1 수준인 1억1천900만 달러 배상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삼성의 배상금 평결을 받은 것은 주로 애플 데이터 태핑(647) 특허권 침해 때문이었다. 반면 통합검색 등에 대해서는 사실상 대부분 무죄 평결을 받아 냈다.

특히 삼성은 지난 해 소송에서 미국에서 벌어진 애플과 소송에선 사상 처음으로 일부 배상 평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애플이 삼성의 디지털 이미지 및 음성 기록 전송 특허(449)를 침해했다는 평결에 따라 15만8천400달러 배상 평결을 받아냈다.

‘10억 달러 vs 0달러’로 완패했던 1차 소송과 달리 2차 특허 소송에선 삼성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배심원 평결 직후 삼성 측 변호인인 존 퀸 변호사는 “배상금을 제로로 만들겠다”면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2차 소송 준비 서면에서 이 같은 의지를 강하게 담아냈다.

■ 647 특허권 적용범위 놓고 공방 벌일듯

2차 특허 소송에서 삼성이 핵심 쟁점으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시 1심에서 삼성 배상금의 대부분을 차지한 647 특허권 관련 부분이다.

647 특허는 특정 데이터를 누르면 관련 앱이나 창을 띄어주는 연결 동작을 위한 시스템 관련 기술이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에서 이메일에 있는 전화번호를 누르면 곧바로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이 기술 때문이다. 한 마디로 모바일에서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 등의 특성을 분석해 적합한 프로그램과 바로 연결해주는 기술인 셈이다.

1심 당시 647 특허권에 대해 부과된 배상금은 9천869만달러에 달했다. 전체 배상금 1억1천900만 달러의 83%가 바로 이 특허권으로부터 나왔다.

삼성 입장에선 애플의 647 특허권만 무력화하면 2차 소송 승부의 추를 완전히 자신들 쪽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셈이다.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1심 당시 두 회사는 647 특허권의 적용 범위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애플은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은 행위는 같지만 구현 방식은 다르다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즉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를 연결해주는 기술이 어디서 구현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삼성 쪽 주장의 핵심이었다. 1심 배심원들은 애플 쪽 주장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 간 소송 도중 변수가 발생했다. 애플이 모토로라와 벌인 또 다른 항소심 소송에선 647 특허권의 범위를 굉장히 좁게 해석한 것. 하지만 1심 재판을 담당했던 루시 고 판사는 평결불복심리 과정에서 이 부분을 반영하지 않았다.

삼성과 애플 간의 항소심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애플 vs 모토로라 항소심’ 판례를 받아들일 경우 애플 647 특허권은 사실상 무력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항소심 준비 서면에서 이 같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 판결후 로열티 문제도 핫이슈 될듯

또 다른 이슈는 애플의 판결 후 로열티(postjudgments royalties) 요구를 항소심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일 지다. 판결후 로열티란 특허권자가 판매금지에 실패해 미래에 있을 지도 모를 특허 침해를 막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법으로 보장돼 있는 표준 구제 수단이다.

애플은 2차 특허 소송에서 삼성 제품들이 ▲데이터 태핑(647)▲단어 자동완성(172)▲밀어서 잠금 해제(721) 등 3개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그런데 이 제품들을 판매금지 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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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애플은 판금 기각 판결에 즉각 항소하면서 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했다. 지금 당장 판매금지를 시킬 순 없으니 판결 후 로열티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1심을 담당했던 루시 고 판사는 딱 부러진 결정을 하지 않았다. 공을 항소심 재판부로 넘긴 것이다. 따라서 애플이 요구한 ‘판결후 로열티’ 역시 이번 항소심에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많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